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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정주의와 세계제국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9. 14. 17:16
지금 이탈리아의 호텔에서 이 원고를 쓰고 있다. 창밖에 라스페시아 항구가 보인다. 여기는 이탈리아반도를 장화라고 치면 구두 끈을 묶는 곳에 해당하는 해안 도시이다. 달리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다. 아이키도 스승인 다다 히로시 선생이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이탈리아에서의 아이키도 강습회를 다시 여셨기에, 거기에 참가하기 위해 문인을 데리고 온 것이다.
선생님은 95세이시다. 한참 연하인 제자가 ‘무릎이 아파서’라며 쉴 수가 없는 노릇이다. 1주일 동안의 강습회도 내일로 끝난다. 체육관에는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므로, 일본에 있는 것보다 다소 지내기 좋다.
이탈리아 사람은 참으로 친절하다. 그야 같이 무도를 수행하는 도반이므로, 멀리서부터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준다. 요전날 고베에 있는 필자의 도장에 놀러 온 이탈리아 아키도가들과 환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근대사 얘기가 나왔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자마자, 독일이 프랑스를 전격 공격했을 때, 이탈리아도 프랑스 영토 일부를 점령했던 일이 있다. 1945년 7월에는 삼국동맹을 뒤집고서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다. 이러한 자국 역사의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주었다. 조금 놀라서 ‘어떻게 자기 나라 역사의 어두운 면을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해 주는 것이냐?’ 하고 물어보니, 잠시 생각한 뒤에 ‘옛날에 세계를 한번 지배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 걸 거야’하고 답해주었다.
정말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탈리아 반도 거주민들은 예전에 세계를 지배했던 것이다. 따라서 ‘여유’가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 ‘이탈리아는 대단하다’고 손꼽지 않더라도 로마 제국이 세계 제국이었던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국, 스페인, 중국도 아마 사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한번 세계 제국이 될 수 있을 그런 힘을 가졌던 나라이다. 그 국민이라는 점에 대한 자신감이 역사수정주의적인 움직임을 자제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자국의 역사를 허위로써 꾸미려는 습관은(독일, 프랑스, 일본이 적절한 사례다), 그리도 바라마지 않았건만 세계 제국이 되지 못하였던 나라의 공통된 폐해일지도 모른다.
(AERA 7월 27일)
(2025-08-05 05:38)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용기론』 『목표는 천하무적』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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