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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늙고 잘 죽는 법』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9. 13. 12:35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책은 잘 늙는 법』이라는 제목의 늙는 법에 대한 책‘입니다.

     

    ‘늙음’이라는 논건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책을 쓰는 건 저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늙음에 대한 책은 노인밖에 쓸 수 없습니다. 젊은 사람이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절대 안 됩니다.

     

    아니, 꼭 그렇지도 않겠네요. 쓸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책 속에도 마치 자신이 노인인 것처럼 쓰는 사람‘의 예로 『도연초 저자인 요시다 겐코를 언급했으니까요. 젊다 하더라도 실제 노인같은 글을 쓸 수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까 보셨다시피 금방 말했던 걸 전언철회하는‘ 글쓰기는 노인밖에 할 수 없습니다. 젊은 사람은 세상없어도 확실하고 수미일관한 내용을 쓰려 듭니다. 독자한테서 논리적인 사람’, ‘지적인 사람‘이라고 여겨지기를 바라니까요. 하지만 노인은 눈 깜박 안 하리만치 수미일관하지 않은 글을 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처음에 썼던 것에도, 나중 가서 아 방금 한 말 물릴게요’ 하고 쓴 것에도, 노인한테는 둘 다 실제적 감각이 녹아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생은 쏜살 같다‘는 언명, ‘인생은 이다지도 길다’는 언명 둘 다, 노인한테는 진짜입니다. ‘결혼은 현세에 펼쳐진 지옥이다‘란 말에도, ‘결혼은 세상 천국이다’란 말에도 제 몸을 부려보면, ‘다 일리가 있단 말야‘ 하는 게 진심으로 느껴집니다.

     

    늙는다는 게, 그런 것이랍니다. 온갖 의견과 감상을 어쨌든 , 그러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군‘ 하는 식의 반지* 모양처럼 둥글둥글하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옮긴이: 원문 わな는 함정, 굴레, 원환을 의미한다. 역자의 겸손한 의견으로는 불교의 멍에를 뜻하는 듯하다.)

     

    저 자신도 보면 말을 못 하는 아기였을 때도 있고, 몸이 아픈 소년이었던 때도 있고, 자기 멋대로 사는 청년이었던 때도 있고, 줄창 설교만 해대는 중년이었을 때도 있고,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노인이었을때도 있으므로 (지금이 그렇습니다), 그 모든 경험이 제 가운데에는 아카이빙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무슨 일이 되었든간에 어지간하면 아이고, 그럴 수도 있지‘ 합니다.

     

    왜냐하면 소년 시절부터 수미일관한 삶을 살아온 게 아니니까요. 여기에 왔다가 저기에 갔다가 하는 잡스런‘ 인생을 저는 살아왔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덕분에, 어떤 입장에 관해서도, 어떤 의견에 관해서도, ‘그러고 보면 나도 그런 입장에 섰던 적이 있었지’ 그러고 보면 나도 전에는 그런 의견을 가졌던 적이 있지‘ 하고 떠올려버립니다. 이러한 관대함이나 무원칙성은 노인의 글’이 가지는 특징일 겁니다.

     

    때로는 그런 글을 읽어도 나쁘지 않은걸요. 노상 줄기차게 시비선악‘ 판정이 명징한(clearcut) 글만 읽게 되면, 정신이 피로해지니까요.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노인이 쓴 늙는다는 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책입니다. 오사카베 아이카 씨라고 젊은 여성 편집자가 하신 질문에 답해드리는 Q&A 형식을 따왔습니다.

     

    그런데 보시면, 질문을 놓고서 대답이 좀체 꾸물거리고, 자유분방히 탈선하는… 그런 부분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그 이유는 거듭 말씀드린 바와 같이, ‘노인의 글쓰기 버릇‘이지라, 널리 혜량하여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한가지 덧붙입니다. 이 책을 어떤 독자 보고 읽으라고 썼냐 굳이 말하면, 사실 젊은 사람‘한테입니다. 당연히, 이미 노인이 된 사람한테 잘 늙는 법’은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젊은 사람일수록 미리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젊은데 무슨 상관이야. 난 노인이 되기 전에 죽어버릴 거거든’ 하고 입을 비쭉 내미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근데 그거, 전형적인 단견입니다. 저도 한때는 그랬으니까요.

     

    제가 10대였을 무렵인 1960년대 젊은이들은 Don’t trust over thirty “서른 넘은 인간을 절대 믿지 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멍청하지요. 자기가 금세 30살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30살이 되었을 때 어떻게 되었느냐 하면,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젊은 애들한테 절대로 신뢰받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주마‘ 마음먹은 것입니다. 보세요, 그러지 않고서야 젊은 시절 자기 신념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잖아요? 그런 법입니다. 결국 그들은 “젊은 애들이 절대 믿지 않는 인간”, 다시말해 젊은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약한 자에게는 권위적으로 군림하며, 권력과 재화를 악착같이 탐하는 개떡 같은 어른’이 된 겁니다. 자기가 일부러 나서서 말이죠.

     

    젊었을 때, 자기가 앞으로 나이를 먹었을 때 어떻게 되어 있을지, 너무 간단히 준비해두지 않는 게 바람직합니다.

     

    폴 매카트니조차 예순 네살이 된다면(When I’m Sixty-four)”라는 노래 가사를 썼을 때는, 자기가 64살이 되었을 때를 상상조차 못했을 겁니다. 왜냐구요. “내가 예순 네살 먹어서 머리가 벗겨져도 날 사랑해 줄 거니?” 따위의 가사를 썼으니까요. 매카트니는 1942년에 태어났으므로 지금은 83세입니다. 아마 이 곡을 과거 20년 동안 콘서트에서 부르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잘 보시면 위 두 사례는 젊었을 때 자신이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되어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소치입니다. (폴 매카트니 같으면 레퍼토리에서 곡이 하나 줄어든 거니까 그렇게 큰 데미지는 없겠지만요.)

     

    그럼에도, 젊다 해도, ‘늙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 일입니다. 어째서 늙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지는,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한번 들어가 보시죠. ‘후기‘에서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2025-07-17 10:19)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용기론』 『목표는 천하무적』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