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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크시앙과 무도적 사고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8. 24. 16:12

    한국에 강연 여행을 다닌 지 14년 되었다. 올해는 마침 무도적 사고의 한국어 번역책이 막 나온 참인지라, 강연에서 이에 관한 얘기를 했다.

     

    이제 한국어로 나온 저서가 56권 된다. (전체 저서의 약 1/3 – 역주) 그 이유는 한국의 언론인이나 지식인 가운데 우치다 다쓰루가 말할 법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 아닐까 싶다. 한국 사회에는 어떤 지식의 블랙홀이 있어서 그것을 파내는 작업을 필자에게 외주(outsourcing) 주었다 싶은 게 필자의 가설이다.

     

    그렇게 갈구하는 것 중 하나가 마르크스를 일상용어(colloquial)로 말할 수 있는 사람’, 다른 하나가 무도를 학술 용어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마르크스 사상을 스스럼없이(casual) 생활 언어로 조탁하여 말하는 사람이 한국에 아예 없다는 건 역사적 조건을 감안하면 당연하다. 조선시대라든가 일본 식민지 시절에 혁명 사상 연구는 용납되지 않았으며, 1961년 이후 군사 독재 정권 하에서는 공산주의가 적대국 북한의 국시였다. , 옛날에 반공법이란 게 있어서, 마르크스주의를 찬미하는 것, 연구하는 것 역시 형사 처벌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필자의 벗 중 한 명은 자본론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죄목으로 13년 동안 영어의 몸이 되었다). 민주화가 된 뒤에도 국가보안법은 온존하고 있는데, 필자의 마르크스를 읽자!” 책이 한국에 소개된 바 있으나 엄밀히 말해 이것 역시 위법에 해당한다. 이런 사정들로 인해 100년 이상 이어진 마르크스 연구가 축적되어 있는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정도로 마르크스주의 연구성과의 수준이 높다. 뿐이냐. 젊은 시절부터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쓰여진 허다한 책을 읽고서, 마르크스의 깃발 아래* 정치에 관여했던 바,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르크스 사상을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일본에는 다수 존재한다.

    (* 실제 투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역주)

     

    필자에게 철학을 가르쳐 주신 스승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마르크스 사상을 마르크스의 술어로 말하는 사람을 마르크시스트(Marxiste)라고 이르며, 마르크스 사상을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을마르크시앙(Marxien)이라 이른다는 독특한 정의를 내리신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에는 꽤 많은 마르크시앙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뿐만이 아니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상당히 보기 어려운 광경이리라.

     

    필자 자신은 16세 때 공산당선언을 읽은 이래, 마르크스와 마르크스 관련 저서를 그야말로 탐독해 왔다. 카뮈, 포퍼, 레비스트로스의 사상을 읽으려거든, 그들과 마르크스의 대결을 축으로 삼아 읽지 않으면 이해가 될 턱이 없다.

     

    필자의 경우 그러한 직간접적인 독서경험을 통해 마르크스 사상을 혈육화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의 신체 실감이 뒷받침된 말로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어느 정도까지는 조술(祖述)할 수 있다. 그러한 게이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의 지식인 가운데에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파낼 수 있는 언설적인 블랙홀가운데 하나이다.

    (* : ①남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특별한 훈련이나 능력을 요하는 장기 ②보통은 못하는 행위)

     

     

    또 하나 그 나라에 결핍된 것은 무도의 술리를 과학적인 언어로 말하는 사람이다. 이 또한 한국의 역사적 조건을 생각해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항상 전쟁 중인 국가에서 무술이라고 하면 만사 젖히고 살상 기술로서 써먹을 수 있는가를 저울질당하게 된다. ‘무도의 종교성이라든가 무도의 철학같은 예지적인 프레임으로 무도에 대해 발언하는 사람은 봉창 두드리고 계시네하고 일축당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전국 시대 이래, 무도를 닦는 것과 인간적 성숙은 상관이 있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메이지 유신과 패전으로 말미암아 거의 사라졌지만). ‘무도 수행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성숙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아주 드문 무도가 가운데 한 명이 필자다. 그런 소수파의 말에 적지 않은 한국 젊은이들이 귀를 기울여 준다. 참말로 흡족하다.

     

    (주간 금요일, 6 4)

     

    (2025-06-18 17:44)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합기도 개풍관 관장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용기론』 『목표는 천하무적』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마르크시스트 오길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눠 갖는다Jeder nach seinen Fähigkeiten, jedem nach seinen Bedürfnissen.”

    오오, 과연なるほど!

    마르크시앙 오길비: 저는 Proudly commie these day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