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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책 읽는 귀족인용 2025. 6. 11. 12:46
바로 그러한 사실이 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더라도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그렇다는 사실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무슨 변화가 있었구나, 다시 말해서 그 사이 어떤 혁신이 이루어졌구나 하는 바로 이 점이 우선적으로나마 우리의 놀라움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이다. 놀라거나 이상히 여기는 것, 이것이 바로 이해에 대한 첫걸음이다. 또한, 지식인만이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놀이이며 특수하고도 호화로운 사치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지식인이라는 집단은 조금이라도 이상하고 기이한 일이 있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늉을 한다.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그 모든 것은 기이한 것이며 따라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게 사실이다. 경탄을 금치 못한다는 것은 축구 선수에게는 금지된 환희이겠지만 반대로 지식인에게는 몽상가로서의 영원한 도취경 속에서 세계를 헤매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지식인의 필수적인 부대물이 바로 경탄에 활짝 떠 있는 눈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대인들은 미네르바 여신에게 언제나 부신 듯한 눈을 해 가지고 있는 새 올빼미를 바쳤던 것이다.
(…) 물론 군중의 무리라는 것은 전에도 존재하였겠지만, 사회라는 무대의 맨 구석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얼른 눈에 띄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무대 정면에 나선 주역들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군중의 무리이기 때문에 독창하는 가수는 없고 오직 합창 소리만이 우렁차게 들릴 뿐이다.
군중에 대한 개념은 어디까지나 양적이고 시각적이다. 그 개념에 아무런 변경도 가하지 않고 그대로 사회학적 용어로 풀이해 보면 ‘사회대중’이라는 관념에 부닥치게 된다. 사회라는 것은 항상 두 요소의 역학적인 결합체이다. 즉 소수자와 대중의 결합체를 말한다. 소수자란 특별한 자격을 갖춘 개인이나 또는 개인의 잡단을 말하며 대중은 특별한 자격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의 총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대중을 막연히 또는 엄밀히 ‘노동대중’이라는 의미로 알아들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
선택된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을 때, 우리는 흔히 짓궂은 심사로 그 말이 갖는 본래의 의미를 변경시키려는 억지를 부리려 든다. 다시 말해서 선택된 인간은 딴사람들보다 자신을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뻔뻔스러운 자가 아니라, 남들보다 더 유별나게 자신에게 높이의 요구 조건을 부과시키면서도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거짓으로 모르는 척한다는 말이다. 본질적으로 인간을 분류함에 있어서 다음의 두 가지 형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그 제1형은 자신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또 그것도 모자라서 언제나 상당히 어려운 일이나 의무 같은 것을 자청해서 잔뜩 짊어지려는 인간이다. 제2형은 자신에게 어떤 특별한 요구 사항도 부과시키지 않고 그저 목숨이 붙어 있다는 이유로 순간순간을 연명하면서 생존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자신을 완성의 길로 어떻게라도 이끌어 보겠다는 그 어떤 야심도 없고, 그저 파도에 밀려 떠돌아다니는 부평초처럼 되는 대로 살아가는 인생이다.
(…) 베르사유 궁전(여기서 베르사유 궁전이라는 것은 얼굴이나 찡그리는 베르사유 궁전을 뜻한다)은 절대로 귀족적이라고 볼 수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그것이야말로 장려한 귀족 사회의 죽음을 뜻하고 부패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짜 ‘귀족적’인 것은 기요틴의 도끼 모양 칼날을 목에 받으면서도 조금도 우아한 귀품을 잃지 않았던 자들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마치 종양에 메스의 애무를 받듯이 기요틴에 목을 기꺼이 내밀었던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귀족주의의 심오한 사명을 의식하는 자는 마치 질 좋은 대리석을 앞에 갖다 놓은 조각가처럼 대중의 하는 짓을 보면 그만 자극을 받고 흥분하기 때문이다. (…)
역사에 있어서 평균인의 위치는 지리에 있어서 바다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비교가 된다. 오늘날의 평균 수준이 전에는 귀족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라면, 역사의 수준은 갑자기 단숨에 한 세대를 뛰어 오른 것이 분명하다(지하에서 준비 기간은 길었으나 그 출현은 너무나도 급작스러웠다). 여하간 인간생활은 전체적으로 상승되었다. 이 점에 관해 좀 더 비유를 첨가해서 말한다면, 오늘날의 사병들은 지나치게 중대장 노릇을 하려고 든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의 인간사회는 중대장들로만 구성된 군대의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대중의 반역』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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