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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5. 6. 3. 16:32

    안녕하세요. 어제오늘 한국에서 온 세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세 사람 모두 LG 아트센터에서 (한국여행 마지막날) 열렸던 컨퍼런스에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그중 두 사람은 아이키도가였고요.) 청중한테서 메일은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주최 측은 나하고 박선생이 사전합의한 내용과 전혀 엉뚱한 얘기를 했기에 격노한 모양이더라고요.

     

    나한테 양국간 연대에 관해 이야기시킬 작정으로, '한국 언론인이 잘 하지 않는 말'로 인해 사회에 생긴 틈새를 메우고자 이웃 나라에 '아웃소싱'(외주) 주려던 건가 보아서, 그 '틈새'가 뭔지를 밝혀 이야기했을 따름입니다.

     

    그중 하나는 '마르크스 사상을 콜로키얼하게 다루는 사람', 다른 하나는 '무도에 내재한 사상을 학술적인 언어로 이르는 이'가 아닌가 했습니다. 한국에 마르크스 사상을 생활언어라든지, 실제 신체적 감각이 뒷받침된 어투로 말하는 사람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건 역사적 조건을 감안했을 때 당연한 일입니다.

     

    민주화 투쟁을 통해 시민의 기본권을 쟁취하기 전까지 한국에는 '반공법'이란 게 있어서,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는 것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었던 겁니다. 지금도 마르크스주의를 찬양하는 행위는 엄밀히 따지면 실정법 위반입니다. 한편 일본엔 근 150년간 쌓인 마르크스 연구실적이 있습니다.

     

    근데 아셔야 될 게 이건 마르크스주의가 흡사 엄밀한 아카데믹으로 체계화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마르크스주의가 일본인 자신에게 혈육화된 나머지, '거리낌없이(캐주얼하게) 입에 담을 수 있는' 사람들이 어느덧 존재하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또한 '무도의 술리와 철학을 과학적인 언어로 다루는 사람' 역시 한국에는 그리 많지 않아요. 이것도 앞서처럼 한국의 역사적 조건을 따져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아직도 전쟁 중이나 다름 없는 사회다 보니 무술이라 하면 불문곡직하고 살상기술로써의 쓸모를 높이 칩니다. '무도와 종교'라든가 '무도와 철학'과 같은 관점에서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날, 제가 말씀드린 '이제껏 타기해야 했을 낯선 문물'을 애써 받아들이고자 하는 욕구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끓어오른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그만큼 성숙의 과정을 거쳐 왔음을 시준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오길비: 컨퍼런스는 무료입장이었습니다.

    뒷풀이에도 안 올 정도로 화가 났다면, 아마 비용 문제일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저는, 책방무사라든지 IVE라는 플랫폼을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IVE는 요 직전에 신문기자 출신 소설가 장강명을 다루었더군요.

    장강명이 근로윤리나 계약을 엄청 좋아합니다.

     

    예, 우치다 스쿨에 속해 있는 제가 대신 송주환 대표님께 사과드립니다.

    어떻게 맷값이라도 분풀이를 원하신다면 라인 @atakamori로 연락주세요.

     

    (한국 사회경제 상황이 많이 안좋습니다.

    사람들이 다 못마땅한 듯 팔짱을 끼고 다니더라고요, 마치 일본에서의 어깨빵처럼...

    한국 사회에 보다 잘 적응한 사람일수록 더 그러는 것 같다는 직감이 드는데, 어떨까요...)

     

    송 대표님은 주먹 깨나 쓰시나 본데, 제가 쳐맞는 데에는 자신있습니다.

    (저 자신을 많이 때렸거든요.)

     

     

    우치다 선생님께도 사과드립니다.

    주간 '한겨레21' 기자가 날선 질문을 했음에도, 현명하게 대응해 주셔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한국 같은 건 딱 싫어질 언설이었습니다. 제가 다 손발이 저리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