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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보이는 예술: 타자와 공생하는 데 필요한 조건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5. 5. 21. 15:54

    가와구치 아리오 씨의 저서 『눈이  보이는 시라토리 씨와 예술을 보러 가다』를 근간으로 하여 저자 가와우치  자신과 영상제작가 미요시 다이스케 씨가 공동 연출 영화 눈이  보이는 시라토리 , 예술을 보러 가다 상영회를 감독 분과 함께 가이후칸에서 열었다.

     

    가이후칸에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있다. ‘조도’, ‘이아이 연구, ‘신카게, ‘잇쿠카이  전통적 무도 동아리도 있고, 스키수행부, 극락 하이킹부, 승마부, 문예부  취미 계열 동아리도 있다. 영화부의 경우는 도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난 뒤, 필자가 멋대로 해석을 하고 나서겠다는 발상에서 비롯했다. 이번 상영회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상영권을 획득한 문인들이 기획하여, 영화부 부원들이 이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실현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겐지 씨는 실명했음에도 미술관을 몹시 애호하는 인물이다.  앞의 작품을 놓고서 동행한 사람들에게 설명을 청한다. 설명의 변을 따져보면 사실 저마다의 개인적인 기억과 각기 다른 경험이 깔린 해석이 마구 섞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실물을  보고 동행자들의 설명만 듣고 있으면, 그것이 어떤 그림인지, 조각인지, 설치물인지 우리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시라토리 씨는 무척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식으로 복수의 동행자들이 지닌 주관적인 예술관을 오려내어 듣고서는, 시라토리 씨가 머릿속에서 작품을 하나 그려낸다. 시라토리 시는 어렸을  시력을 잃었으므로, 우리가 친숙하게 여길 법한 색채 형상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 대체 무엇이 시라토리 씨의 머릿속에 떠오를까? 필자는 전혀 상상할  없다.

     

    이렇듯 시라토리 씨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상상할  없다 경험이 가와우치 씨를 비롯한 동행자들을 전율케 하는 것이다. 타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다른 이의 머릿속에 어떠한 상이 맺혀져 있는가를 우리는   없다. 공감의 이러한 결정적인 결여에 낯섦과 거리감 느낌과 동시에, 우리는 함께 웃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있으며, 기분 좋은 공간을 공유할  있다.

     

    타자와 공생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이해심이나 공감능력이 아니고, 우선 같이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데서 비롯된. 가와우치 씨의 책과 영화는 우리에게 이러한 깨달음을 안겨준다.

     

     

     주간 AERA 2025 5 19

     

    출처: https://dot.asahi.com/articles/-/256366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커먼의 재생』 『무도적 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