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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 왜 올드 미디어를 하는가인용 2025. 5. 7. 04:55
장서를 펼치면, 우리의 고민도 펼쳐진다
왜 사설 도서관을 열었는가. 그 대답은 백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로 나오지 않을까요. 만약 그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도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끼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언뜻 듣기로는 그것이 사설 도서관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되묻고 싶어지는 대답이지만, 사실이 그랬습니다. 저희에게 장서는, 무엇에 대해 고민하고 무엇을 문제라고 생각해 왔는지를 그대로 담아둔 사고의 흔적입니다. 그 장서를 공개하는 것은 자신의 문제의식을 겉으로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다시 말해 저희가 사설 도서관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공개한 것은, 저희끼리 감당이 안 되는 문제의식을 펼쳐 보이며 ‘함께 생각해주세요’ 하고 누군가를 불러들이는 일이었습니다.
‘문제’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당시 저는 직장 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아 커다란 좌절을 겪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희가 그 무렵 품고 있었던 답답함과 헛도는 듯한 느낌, 공허함은 사회의 움직임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노동력 제공자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 자신에게서 존재의 가치를 찾지 못했고, 그처럼 ‘나는 곧 노동력을 제공하는 상품’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쉬운 사회의 구조에 발목이 붙들려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저는 자기 책임론적인 사고방식을 강하게 내면화했고, 자살을 시도해 석 달 반 동안 입원해야 할 만큼 다쳤습니다. 바로 이것이 ‘저희끼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였는데, 고민하던 당시에는 가족과 제 안에서만 생각이 꽉 막혀 결과적으로는 시야가 점점 좁아졌습니다.
그런 경위가 있어서인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아니야, 아무도 안 와도 도서관을 열 거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사설 도서관이 ‘장서를 공개함으로써 문제의식을 펼쳐놓고, 그곳으로 타자를 불러들여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왠지 모를 직감으로 책장을 죽 세워놓고 올지 말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는 사서로서의 제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를 내부에 가두어두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통감했기 때문에, ‘열어놓고 함께 생각한다’는 방식을 무의식중에 원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같은 사설 도서관이라 해도 장서를 갖추는 방법이나 운영 방식은 저마다 다양한데, 저희 도서관처럼 원래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책을 그대로 내보이는 데다 폐가식 서가가 거의 없는 것은 드문 경우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장서를 대부분 공개한다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머릿속을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루차 리브로의 책장에는 그런 개인 장서가 가득 꽂혀 있습니다.
개인 장서의 특징으로, 앞서 말했듯 저희 도서관 장서에는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 있습니다. 남편이 붙인 것도 있고 단골손님이 붙인 것도 있는데, 이 포스트잇이 ‘문제의식을 펼쳐놓고 함께 생각하는 것’을 돕는 장치가 되어줍니다. 도서관 개관 당시에는 ‘포스트잇을 붙인 채로 대출하면 이용자들도 읽기 힘들겠지……’ 하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습관상 다 떼어내기 힘들 정도로 포스트잇이 책에 잔뜩 붙어 있었고, ‘무리하지 않고, 서비스가 아닌 나눔으로서 도서관을 꾸려나간다’는 방침도 있었기에 그대로 붙여두고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책을 빌려간 손님이 “이 문장에는 포스트잇을 왜 붙이셨어요?” 하고 물어보거나 자기만의 포스트잇을 붙이는 단골손님이 나타나는 등,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는’ 교류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먼저 포스트잇을 붙여둔 책을 읽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저희끼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개관한 사설 도서관이지만, 지금은 거기서 더욱 멀리 나아간 듯한 기분이 듭니다. ‘문제의식을 펼쳐놓고,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는 것’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돌보고, 강하게 만들고, 먼 곳까지 나아가기 위한 기력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저희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펼쳐놓고 있어서인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자신의 문제를 툭 터놓고 이야기해주고는 합니다.
사회에 대해 저희가 느꼈던 답답함과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도 많아서, 서로를 열어 보임으로써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 그런 대화가 책을 추천하는 계기도 되어 ‘열어놓고 함께 생각하기’의 즐거움과 든든함, 풍성함을 매일 실감합니다. 그리고 ‘저희끼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제 곁에 우연히 도서관이 있었다는 데 감사하고 싶습니다. 도서관만큼 ‘열어놓고 함께 생각하기’에 어울리는 장소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장을 죽 세워놓고 올지 말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는 사서로서의 제 모습을 그려보던 시절의 저에게, “아니야, 너는 앞으로 더 먼 곳으로 나아가게 될 거야”하고 귀띔해주고 싶습니다.

#루차리브로 #불완전한 사서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아오키 미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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