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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지금, 나누고 싶은, 돈, 이야기인용 2025. 4. 11. 10:21
(들어가며: 도서 테크노퓨달리즘은, 최근 5년 이내, 토마 피케티 정도를 제외하면, ‘불쉿 잡’ 이후로 꼭 읽어야 할 경제사상서입니다. 초반 150페이지가량은, 그 자체로 훌륭한 교양서이기도 합니다. 유튜브보다 낫습니다. 폼도 나구요. 물론 돈 버는 것과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경제학자가 돈 못 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거든요. 철학과 나왔다고 꼭 작명을 할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아, 철학자인데 돈 많이 벌었다던 탈가네 이야기는 있네요.)
1971년 닉슨 쇼크 전까지의 상황을 되짚어 보죠. 다량의 달러를 보유한 비 미국인이라면, 35달러당 금 1온스의 고정된 가격으로 미국이 보관한 금을 요구할 수 있었어요. 2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1965년까지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많은 물건을 수출하고 있었으니, 미국의 무역 흑자는 미국이 제트기나 냉장고를 프랑스나 일본에 팔 때마다 외국이 가지고 있던 달러가 미국의 손으로 돌아온다는 것, 그리고 미국의 금 보유고는 털끝 하나 건드려지지 않은 채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했죠. 하지만 1960년대 중반부터 미국은 무역흑자국에서 무역적자국으로 바뀌었고, 달러로 환산해보니 외국을 상대로 파는 것보다 사오는 게 더 많은 나라가 되고 말았어요. 이는 달러가 미국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흘러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죠. 이렇게 미국의 적자가 커져감에 따라 외국인들이 미국의 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져만 갔습니다. 그들은 미국이 달러 가치에 해당할 만큼 충분한 금을 가지고 있지 못할 상황을, 미국의 금이 동나버리는 상황을 우려했던 거예요.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경우를 막기 위해 닉슨은 1971년 8월 15일 세계를 상대로 선언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외국에 고정된 가격으로 달러와 금을 바꿔주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달리 표현하자면 이런 거였어요. ‘우리 보관소에서 너를 위해 더는 금을 내줄 수 없다. 우리의 달러는 이제 너희의 문제다.’
미국 아닌 나라의 중앙은행은 현실을 직면해야 했어요. 이제는 자국 화폐의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 금을 쌓아두는 건 의미가 없었습니다. 달러를 쌓아두어야 했죠. 달러는 불현듯 ‘갚겠음’의 상징 같은 것으로 변해버렸어요. (저자는 원서에 ‘IOU’라고 표현했는데, I owe you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음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부채를 인정하는 비공식 문서를 뜻한다. - 원주) 이른바 닉슨 쇼크 이후의 세계 금융 시스템이란 사실상 어떤 패권국이 발행한 ‘갚겠음’ 문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데, 그 패권국은 외국의 ‘갚겠음’ 문서 보유자들이 그 문서로 뭘 할 수 있는지도 자기네가 결정하는 그런 나라죠. 그 ‘갚겠음’ 문서로 할 수 없는 일도 패권국이 정하고요. 바야흐로 미국은 무역적자국이되, 세상 그 어떤 무역적자국과도 다른 나라가 된 것입니다.
프랑스, 그리스, 인도처럼 ‘평범한’ 무역적자국이 자국의 화폐 가치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달러를 빌려와서 지불 능력을 유지해야 하고, 동시에 돈이 해외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겠죠. 이 모든 일이 미국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에요. 달리 표현하면 미국은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제국이 꿈꾸던 마법의 공식을 찾아낸 겁니다. 부유한 외국인과 외국의 중앙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미국 정부에 금융적 협력을 하게끔 해낸 거예요!
글로벌 미노타우로스가 탄생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미국은 세계에 상품을 판매하는 대신 달러를 사용하는 다른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그 달러를 월스트리트에 투자하게 하는 거였죠. 월스트리트는 아시아와 유럽(주로 중국과 독일)에서 발생하는 무역 흑자를 미국의 생산성을 위한 투자로 재활용하는 작동 원리를 만들어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미노타우로스에 힘입어 평화와 번영이 지속되었습니다. 2008년 불현듯 무너져버리기 전까지 말이에요.
진정한 패권은 무력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죠. 거절할 수 없는 악마의 거래를 제안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어요. 그런 사례 중 하나가 어떤 중국인 관료가 제게 설명해준 ‘다크 딜(Dark Deal)’이었어요. 다크 딜은 신냉전 이전까지 미중 경제 관계의 바탕에 깔려 있었죠. 미국의 지배 계급이 중국의 지배 계급에 제시한 은밀한 거래가 그 핵심이었는데, 제안된 내용은 우리가 미노타우로스를 통해 살펴본 그것과 같았어요. “우리 미국은 무역 적자를 통해 너희 제품에 대한 수요를 높게 유지하겠다. 우리는 우리의 산업 생산력을 너희의 공장으로 이전해 주겠다. 대신 너희는 자발적으로 그 이윤을, 공교롭게도 앞글자를 따면 FIRE가 되는, 미국의 금융(finance), 보험(insurance), 부동산(real estate) 영역에 투자해라!”
이걸 왜 ‘다크 딜’이라 부르냐고요? 미국과 동아시아의 지배계급이 맺은 이 협정 속에는 태평양 양쪽 해안 노동자들의 고통을 불러일으킬 내용이 작은 글자로 써 있었으니까요. 미국이 산업에 투자하지 않고 산업 핵심지를 텅텅 비워 아시아와 개도국으로 옮긴 결과, 미국의 노동자들은 착취와 비참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빠르게 산업화하는 중국의 해안가 도시의 노동자들은 과잉 투자로 인해 끔찍한 착취를 겪었죠. 동시에 과잉 투자로 살을 찌운 선진국 산업 중 일부는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인 임금과 사회적 혜택을 노리고 중국의 도심으로 진출해 현지 노동력을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각기 다른 비참한 풍경이었지만 모두 같은 글로벌 재활용 과정의 결과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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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의 노동계급은 또한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 중국 자본가들의 이윤이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면서 미국의 주택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이는 미국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고, 그들을 ‘꿈에도 그리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대출을 받는 악몽으로 이끌었다. 한편, 미국의 순수입이 커질수록 중국 자본가들의 달러 이윤은 커져갔고, 이는 미국으로 재수출되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중국의 수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일하던 중국 대중의 전체 수입은 줄어만 갔다.)
이것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의 세계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흔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라 부르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경제력이 취약한 국가들이 있잖아요. 이런 나라들은 늘 달러가 부족해서, 의약품, 에너지,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기 위한 원자재 등을 수입하려면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빌려와야 합니다. 그래야 달러를 다시 벌어서 월스트리트에 갚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늘 개발도상국의 달러가 동날 시점이 다가오죠.
그 시점이 되면 서구는 국제통화기금, 그러니까 IMF라는 이름의 채무 집행관을 보냅니다.
상하이에서 로스엔젤레스로 향하는 배에 실린 1톤의 알루미늄을 중국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틱톡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전달되는 맞춤형 광고와 비교해 보자고요. 모두 어떤 중국 기업에 달러를 벌어다 주죠. 하지만 전자는 그 달러에 부합하는 금속 덩어리를 미국에 가져다주죠. 그 금속을 만들기 위한 중국인들의 노동이 물리적으로 미국에 옮겨간 셈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틱톡 광고로 미국에서 돈을 벌 때는 그런 물리적 이전이 발생하지 않아요. 이게 왜 중요한지, 이 차이가 클라우드 자본의 지정학적, 전략적 중요성의 핵심에 놓여 있는지 좀 더 살펴보도록 할게요.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더 생산하고픈 중국 자본가가 있어요. 그 중국 자본가는 그들에게 달러를 지불해줄 미국 소비자를 필요로 하죠. 그렇게 달러를 벌어야 알루미늄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 원재료인 보크사이트 가격을 지불하고, 남은 돈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미국산 제품이 중국에 수출되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적자를 감수하지 않는 한 미국 소비자의 수요가 전부 충족될 수는 없어요. 또한 미국은 달러의 세계 지배가 없다면 이런 무역 적자를 유지할 수도 없고요. 한마디로 일정량의 알루미늄을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 서부 항구에 들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입니다. 달러의 특별한 지위,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 장부에 빨간 글씨로 쌓여만 가는 미국의 무역 적자.
반면 틱톡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을 창출하기 위해 미국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달러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 서버도, 알고리즘도, 광섬유 케이블도 이미 모두 중국 내부 자본으로 갖춰져 있고,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미국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만한 비디오 하나를 더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0이거나 최소한의 한계비용일 뿐입니다. 이게 결정적인 문제에요. 틱톡은 미국의 무역 적자나 달러의 패권에 의존하지 않고도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클라우드 지대를 징수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틱톡은 그 클라우드 자본의 형성과 유지에 달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클라우드 지대만큼은 달러로 긁어들이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매끄럽게, 빛의 속도로 말이에요. 그러니 다크 딜의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미국의 지배계급과 국가가 지니고 있는 권력도 줄어드는 거죠.
여기 함부르크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위르겐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위르겐은 광저우에서 시우라는 사람이 제공하는 원자재를 이용해 선박용 프로펠러를 만들어요. 그 프로펠러는 상하이 인근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는 아이라는 사람에게 판매되죠. 시우에게 원자재값을 송금하기 위해 위르겐은 본인이 거래하는 독일 은행의 웹사이트에 접속해요. 서류에 필요한 항목을 기입하고 엔터를 누르죠. 위르겐이 거래하는 독일 은행은 독일의 중앙은행이 분데스방크에 거래된 숫자를 보내고, 분데스방크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에 정보를 넘기죠. 이제 유럽중앙은행은 위르겐의 유로화를 달러로 환전한 후 미국이 통제하는 국제 금융망을 통해 중국인민은행으로 보냅니다. 중국인민은행은 그렇게 들어온 돈을 위안화로 바꿔서 시우가 거래하는 은행으로 보내고요. 최종적으로 시우의 거래은행은 시우의 계좌에 돈을 넣어줘요.
위르겐이 보낸 프로펠러를 조선소의 아이가 받아서 송금을 하면 이 복잡한 과정이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죠. 이렇게 이상할 정도로 복잡한 절차가 경이로운 디지털 시대에 살아야 할 까닭이 있을까?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이렇게 덜컹거리고 정신없이 복잡하며 비효율적인 거래 시스템이야말로, 각각의 단계에 개입하는 시중 은행들이 얻는 지대의 근원이거든요. 이 송금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떡고물을 조금씩 얻게 되어 있어요. 그 떡고물을 다 모아놓고 보면 커다란 떡 한 덩어리는 너끈히 나오죠.
만약 위르겐, 시우, 아이가 중국인민은행이 제공하는 새로운 디지털 지갑을 사용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위르겐은 스마트폰을 들고 디지털 위안 앱을 켜서, 일정량의 디지털 위안은 시우에게 보내겠죠. 거래는 즉각 이루어지고 중간 수수료 같은 건 없어요. 거래 끝! 디지털 위안화는 위르겐이 거래하는 독일 은행, 분데스방크, 유럽중앙은행, 결정적으로 미국의 입김에 전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는 국제 송금 시스템 등, 그 모든 중간 거래인들이 설 자리를 없애 버리죠. 워싱턴과 시중 은행 입장에서 볼 때 이보다 더 끔찍한 악몽은 아마 없을 겁니다.
2022년 이전까지 중국의 클라우드 금융과 디지털 위안화는 마치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신작로 같은 모습이었어요. 비록 울퉁불퉁하지만 여전히 달러로 만든 초고속도로가 존재하고 그걸 사용하면 될 판에, 세계적인 엄청난 부호들이 중국인민은행의 감시를 받는 위안화 도로를 통해 돈을 움직일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키예프, 카르키프, 마리우풀에서 포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 후로는 중국의 돈길을 따라갈 좋은 이유가 생겼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이 러시아 중앙은행에 속한 수천억 달러를 묶어두기 시작했으니 말이에요.
전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역사의 흐름을 가속화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은 영국의 파운드화가 지배적인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달러가 그 패권을 차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가령 아랍의 석유를 구입할 때 지불 방식은 파운드에서 달러로 원만하게 이행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맞이한 미국은 러시아의 돈줄을 끊었는데, 그 결과 달러에서 중국의 클라우드 자본으로 작동하는 위안화 기반 결제 시스템으로 상당한 액수가 흘러들어갔어요. 지금까지 이야기했듯 중국의 클라우드 지대는 커져만 가고, 중국의 자본가들이 향유하는 이윤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으며, 결정적으로, 세계의 두 강대국이 맺은 다크 딜은 약화된 거죠.
이 모든 변화가 전쟁과 평화, 국제 긴장과 협력 등에 미칠 반향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지금 처한 이 순간에서 한 걸음 물러나 더 큰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어요. 역사의 교훈을 되짚어 보자고요. 자본주의는 갓 태어났을 무렵부터 그랬습니다.
테크노퓨달리즘이 녹색 전환에 끼칠 악영향 중 눈에 좀 덜 띄는 것도 있어요. 이른바 전력 ‘시장’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저는 ‘이른바’라는 말을 썼죠. 그건 이 전력 시장이라는 게 진짜 시장이 아니고, 절대 그렇게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생각해 보자고요. 어떤 주택이나 사무실에 들어오는 전력선은 단 하나 뿐입니다. 자연적 독점은 바로 이렇게 정의되는 거예요. 그러니 정부가 이런 독점적 사업권을 개인 사업자에게 팔겠다고, 그 독점적인 힘을 누군가에게 주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고요. 정부가 민영화를 하기만 하면 단일한 그리드와 하나뿐인 전력선이라는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력 경쟁 시장이라는 결과를 낳는 마술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마가렛 대처의 후예들은 차라리 마법이라고 해도 무방한 희망사항을 읊고 있을 뿐입니다. 몇몇 에너지 공급자가 매일 경매를 통해 누가 전기를 공급할지 경쟁하다보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가 공급될 수 있다는 소리잖아요. 이렇게 경매인 척하는 시장, 한 줌의 기업들이 담합하여 소비자 및 그들보다 영세한 자본가를 등쳐먹는 이곳은, 지대수익 추구자에게 그야말로 기쁨 그 자체라 하겠습니다. (단적인 예로 그들은 코로나 팬데믹과 그 뒤를 이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서 떼돈을 벌었죠.)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에요. 민영화된 발전소까지 갖게 된 이 대부자 자본가들은 미래에 발생할 손실을 피한다는 명분하에 미래의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리며 국제적인 투전판에 뛰어듭니다.* 쉬운 말로 이야기하면,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은 정경유착 부호들의 손에 떨어져 있고, 그들은 에너지를 금융화의 그물망에 던져 넣은 채 재미를 보고 있죠. 이 금융화의 그물은 점점 더 클라우드 금융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동체, 사회, 인류의 일원인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기후 위기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산업 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 힘마저 빼앗기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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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하는 행동을 살펴보자. 내일 전력 가격이 하락하여 발생할 손실을 줄이기 위해 그들은 내일 전력 가격이 떨어진다는 쪽에 상당한 돈을 걸어놓는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진 돈을 걸고 싶지는 않으므로 빌려온 돈을 거는데, 그럴 때 아직 생산되지 않은 전력을 담보로 삼는다. 만약 전력 가격이 떨어진다면 그들의 도박은 성공한 것이고 전력 가격 하락으로 인한 매출 손실을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2022년 전력 가격이 천장을 뚫고 치솟자 문제가 생겼다. 전력 가격 하락에 돈을 걸었던 금융계에서 그러한 옵션 계약을 유지하려면 앞으로 생산될 전력을 더 많이 담보로 잡아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력 회사들은 더 많은 담보를 일으키기 위해 더 많은 전력을 선물로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전력 선물의 가격이 떨어졌고 이는 주가 하락을 야기했는데, 주가가 떨어진 전력 회사들은 더 많은 담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이런 악순환, 악마적인 상황 속에서 전력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국가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는 것뿐이었다.)
(** Meanwhile in Japan… “‘장기 탈탄소전원 옥션’이라는 제도도 신설했다. 장기 탈탄소전원 옥션에서는 일본 정부가 정하는 탈탄소전원의 신규건설을 진행하는 사업자가 옥션(경매)에 참가한다. 옥션에 참여한 사업자들은 약정한 금액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비용은 소매전기사업자 등의 용량갹출금에서 조달되며, 용량갹출금은 전기요금에서 충당되는 구조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신규 발전소 건설을 촉진하고, 새로운 전원을 끊임없이 공급하고, 전기비용의 급격한 변동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발전사업 수입은 시장변동성이 크지만, 장기 탈탄소전원 옥션으로 수입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신규건설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민 2024)
클라우드 영주 계급의 힘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 테크노퓨달리즘의 진격이 더욱 빠르고 거세지고 있다는 것, 이 나쁜 소식을 특히 젊은이들을 상대로 전하는 제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점점 더 그렇지 않은 우리, 평민(demos)들이 기후 종말을 피할 길은 묘연해지고 있지요. 이 지구가 과열되는 것을 막으려면 테크노퓨달리즘에 대한 저항과 손에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미래를 위한 파업’의 전선에 서서 싸우는 젊은이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아직 젊으셨던 그 시절, 아버지는 조직화된 노동이 전지구적으로 힘을 합쳐 자본주의를 몰아내는 미래를 꿈꾸셨었죠. 그런데 노인이 되신 아버지가 목격하신 건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세계화라는, 정반대의 현실이었죠.
1991년 이후 세계화는 두 측면에서 벌어졌죠. 대륙 저 건너편까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돈이 오갈 수 있게 해준 금융 자본의 세계와, 그리고 인도인 개발자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설계한 아이폰을 정저우에 공장을 둔 대만 회사에서 조립하고 필라델피아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해준 생산 라인, 혹은 가치 사슬의 세계화. 대부분 중국과 인도, 그 밖에 구 공산권 국가에 살고 있던 25억여 명의 노동자가 이 글로벌 가치 사슬에 몸을 묶고 가난의 수렁에서 탈출했죠. 하지만 숫자로 보이는 소득이 이토록 눈부시게 성장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그만한 아픔이 뒤따랐죠.* 참혹한 근무환경의 공장에서 하루 16시간씩 아이폰을 조립하는 중국의 노동자들은 소득이 네 배로 늘었지만 자살률 역시 그만큼 치솟았습니다. 그런 비참은 바이에르와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 종자에 의존하게 된 인도의 농부들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심지어 세계화의 최대 수혜국인 미국에서도 수백만이 절망으로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이 모순은 다크 딜의 직접적인 결과라 할 수 있었죠. 미국의 무역 적자를 동원해 중국을 자본주의적 생산력이 넘치는 국가로 만들고, 전 세계 자본가와 대부자들의 배를 불리고, 선진국은 과소 투자로 비참해지는 가운데 개발도상국은 과잉 투자로 골머리를 썩게 만드는 그런 결과를 낳은 거예요.
소련이 붕괴되고 2년이 지난 후, 세계화의 속력이 점점 빨라지던 무렵, 아버지는 이 책의 주제가 되어줄 그 질문을 하셨어요. 자본주의가 영원할 수 없을 거라는 아버지의 완고한 희망을 접으신 거였죠.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렀어요. 저는 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졌노라고, 인터넷이 자본주의의 종언을 입증하고 있노라고 주장하고 있죠. 아버지가 원하셨던 그런 방식은 아니지만요. 제 생각이 맞다면 이제 질문은 이렇게 달라질 거예요. “자본주의적 세계화가 전지구적 테크노퓨달리즘으로 바뀌는 이 전환 속에서, 승리자는 누구고 패배자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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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목에서, 세계화가 소득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주로 중국과 한국에서 나왔고,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조금 더 낮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세계화가 세계의 가난에 미친 긍정적 영향에 대한 통계에서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다면 세계화가 가난의 박멸에 도움을 준다는 가정은 그 지지 기반을 대부분 잃고 만다. 이것은 자유시장을 맹신하는 이들을 곤란하게 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세계화를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주장하고자 하지만,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베이징이 신자유주의적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규제받지 않는 금융 시장이라는 관념을 거부하고 국가 주도의 계획 투자를 고수하면서 현 위치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 여러분, 유현준을 조심하십시오. 건축가 셜록현준 홍익대 교수를 조심하십시오. - 인용자)
ー 야니스 바루파키스, 『테크노퓨달리즘』, 238~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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