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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오타키 에이이치”를 말하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4. 20. 14:14
스가마 다음으로는 스승을 주제로 약간 파생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치다 씨는 스승이 셋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한 분이 철학자 레비나스 선생님, 한 분이 앞서 성함을 거론한 아이키도 무도가 다다 히로시 선생님, 그리고 다른 한 분이, 뮤지션 오타키 에이이치 씨라고 하셨지요. 『길마당 예술론』에 수록된 ‘오타키 에이이치의 계보학’은 제가 읽어보기는 하였습니다만 이번 시간에 다시 한 번, 우치다 씨께 오타키 에이이치가 어떤 존재인지, 우치다 씨의 오타키 사랑 등에 대해 여쭙고자 합니다.
우치다 오타키 씨 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학술 연구자로서의 제가 어떤 스타일로 해낼 것인가에 관해 배운 스승입니다. 오타키 씨는 활자 매체가 아니라, 라디오에서 하는 DJ 방송을 통해 팽대한 음악사적인 지식을 훌륭히* 피력해 주었습니다. 여기에는 전혀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서 우리에게 엄청난 선물을 해 준 셈입니다.
(* 일본어 원문 一端은 이치하나, 잇탄, 잇파시, 히토하시 등으로 읽히는데 뜻이 제각각이다. - 옮긴이)
오타키 씨는 천재적인 음향기억의 소유자입니다. 아마 한번 들은 선율은 대개 되풀이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영화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 씨의 경우는 영화기억에서 그러합니다. 한 번 봤던 영화는 아무리 자세한 부분이라도 기억하고 있는 식으로요.
스가마 다테카와 단시(1935~2011) 역시, 한 번 들은 라쿠고는 잊어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치다 아, 그랬나요? 그런 식의 천재가 왕왕 있지요. 저는 오타키 씨로부터 이른바 사물의 관련성을 탐구한다는 것의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세상 온갖 것들에는 ‘전단(앞부분 - 역주)’이 있습니다. 전단에도 한참 전에 전단이 또 있습니다. 그것을 어디까지 소급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물의 의미를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 이거 그거잖아?’ 하고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래서 오타키 씨는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신화에 비판적이었습니다. 오리지널한 음악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어떠한 음악이라 할지라도 어디선가 소재를 빌려 온 것입니다. 모조리 어디서 뭔가를 베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므로 상관 없지 않겠냐는 거예요. ‘술이부작’입니다. 정말로요.
스가마 아, 드디어 우치다 씨의 입버릇, ‘술이부작’이 등장했네요. 오타키 씨는 일본 록 씬의 공자였단 말씀이군요!
우치다 그런 겁니다. 실제로 오타키 씨는 도전적이리만치 명백한 표절 음악을 몇개 만들었습니다. ‘What I say 音頭’라는 게 있기도 하거니와, ‘코브라 트위스트’는 트위스트 명곡을 4소절씩 잘라내서 늘어놓았을 뿐이예요 (웃음) 애니메이션 ‘마루코는 아홉살’의 테마곡 ‘행복한 예감’은 픽시즈 쓰리라는 미국 걸그룹의 ‘Cold Cold Winter’라는 곡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오타키 씨는 의도적으로 도전을 한 것입니다. 이를 보고 ‘도용’이라든가 ‘짝퉁’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기를,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하는 의도이지요. 완전히 오리지널한 악곡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네들의 음악적 감수성을 형성했던 ‘전단’만큼에는 응분의 경의를 표하라. 우리는 무에서 뭔가를 만드는 게 아니다. ‘조술’하는 것 뿐이다, 라는 것입니다.
스가마 이건 완전히 우치다 씨와 판박이군요. 저작권에 개의치 않는다고 늘상 말씀하시잖아요.
우치다 아뇨, 이건 똑같은 게 아니라, 제가 오타키 에이이치 스승에게서 배워온 겁니다. 저는 오타키 씨의 라디오 방송인 Go!Go!Niagra 나 Speech Balloon, 야마시타 다쓰로 씨와의 ‘신춘방담’ 음원을 녹음해서, 자동차 운전하는 동안 계속 들었습니다. 이제 50년 가까이 되었으므로, 제가 ‘그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오랜 시간 들었던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오타키 씨입니다. 그만큼 들었어도 오타키 씨의 음악사적 지식의 깊이와 넓이는 아직 따라가지 못합니다.
스가마 그런 엄청나게 해박한 지식이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오타키 씨의 걸출한 음악 이론, 소위 ‘분모분자론’이로군요.
우치다 그 말씀이 정말 맞습니다. 여기서 분모라는 게 엄청 큰데 말도 못할 정도입니다. ‘무인도 레코드’라는 기획이 있었는데, ‘무인도에 딱 1장만 LP를 갖고 간다면 무엇을 갖고 가겠습니까?’ 하는 설문조사였습니다. 저는 ‘고콘테이 신쇼’의 라쿠고 CD를 갖고 간다고 대답했습니다. 한데 오타키 씨는 ‘레코드 리서치’라는 안내서를 갖고 간다고 말하지 않겠어요. 1962년부터 66년까지 발매된 곡은 완벽히 기억하고 있으므로, 그 페이지를 열면 머릿속에서 음악이 재생됩니다. 그걸 읽었을 때 좀 한기가 돌 정도였습니다(웃음). 모든 곡을 머릿속에서 재생시킬 수 있다니요! 와, 정말 대단하다 싶더라구요.
그러고 나서는, 오타키 씨가 ‘로큰롤은 음질 안 좋은 카 라디오로 듣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해서 (웃음) 훗사 시에 있는 45 스튜디오에 찾아뵈었을 때, 딱 한 번 오타키 씨의 캐딜락에 태워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찻속에서 폭음 가운데 로큰롤을 들려주었습니다. 잊기 힘든 기억입니다. 이러한 위인을 ‘스승’이라고 부르지 않고서 어찌 배길 수 있겠습니까.
(3월 10일)
(2025-03-24 12:59)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커먼의 재생』 『무도적 사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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