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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인과 도의성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4. 9. 12:45

    효고 현 지방 정치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현민 집회에 초청받아 연단에 섰다. 필자는 효고 현민이 된지 35년이 되었음에도, 지자체 정국에 관심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 정치의 질이 자신의 생활에 직접 관련되어 있었던 적이 예전에는 없었다. 몇년 전쯤에 현청에서 직원 연수회 강사로 지명된 적이 있기는 했으나,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만큼 서먹서먹했다.

     

    그러나, 금번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의 실직과 재선을 둘러싼 혼란의 와중에는 세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사는 이에 관해 어떠한 법률적・도의적인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언명했거니와, 공직선거법이나 공익제보자 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도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그밖에도 유신회 소속 현의회 의원이 민감내용을 누설하고, 괴문서 배포에 가담하며, 현지사 선거에서 사이토의 당선을 위해 암약했단 이슈까지 폭로됐다.

     

    지사가 되었든 의회가 되었든 책임을 지고 일찌감치 사임해야 할 사안이다. 현민 집회는 '현정 정상화'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현정을 '보다 더 낫게'하려는 게 아니라 '평범한 상식이 통하는' 현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쯤 되고 보면 현재 효고 현정이 얼마나 어지럽혀져 있는지를 알 수 있으리라.

     

    필자는 무엇보다도 공인에게 도의적일 것을 바란다. 유능하다든지, 말을 잘한다든지 하는 것보다 우선 일반 시민이 갖고 있는 것 이상의 윤리성과 공평성을 자신이 엄격히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 공인의 직을 맡아주기 바란다.

     

    공인은 공권력을 행사하며, 공공재의 용처를 정하는 직무에 있다. 따라서, 공정무사할 것이 최우선시된다. 자기 자신이나 자기 '부족'의 이익을 우선하는 인간은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혹은 대중적 인기가 있더라도, 공인의 자리에 있어서는 아니 된다. 이런 각오를 못 하겠거든 영리적인 사업, 스타트업을 차린 뒤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나라에 도가 서지 않은 때에 부가 있고 영예가 있다는 것은 수치이다'라고 공자는 가르친다. 지금 일본은 '나라에 도가 서지 않은' 시대 가운데 있다. 이러한 현재 일본에서 '부가 있고 영예 있는' 사람들은, 다소간의 죄책감과 켕김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동의해 주는 사람이 적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시나노마이니치신문 2월 28일)

     

    (2025-03-19 10:43)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커먼의 재생』 『무도적 사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 邦有道에 貧且賤焉이 恥也며 邦無道에 富且貴焉이 恥也니라. (논어 태백편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