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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거 선언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1. 22. 18:38

    이 원고가 게재될 무렵에는 췌장암 절제 수술을 받은 뒤 침상에 있을 예정이다. 다행히 조기발견하였으므로, 아주 심각한 일이 되기 전에 마무리 짓고, 연말 퇴원하여 올봄에는 전면적으로 사회 복귀할 예정이다(희망적 관측).

     

    여느 해 같았으면 열심히 연하장을 돌릴 시기에 입원했으므로, 금년에만 연하장 인사는 결례를 범하게 되었다. 도장 대청소를 비롯해 이런저런 행사도 ‘회복기 확보’를 구실 삼아 빠지기로 하겠다. 더 이상 선두에 서서 뛰어다닐 나이도 아니라는 얘기다.

     

    병을 얻은 것을 핑계로 본격적인 ‘은거’에 들어가기로 한다. 물론, 이제까지 환갑이나 고희를 맞을 때마다 ‘이제부터 은거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하라고 그런다. ‘그날 비어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보면 거짓말할 수도 없다. 문득 살펴보면 일정이 일거리로 가득 차 있다.

     

    이번에 확정 진단을 받고 나서 연내 스케줄을 모두 취소했다. ‘암 투병 중이다’라고 말하니, ‘그래도 와라’ 하는 사람은 역시 없다. 게다가 필자가 가지 않아도 딱히 큰일 난다는 이야기 역시 들은 바 없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이제부터는 의기양양이 할 일을 물리치기로 한다. ‘그날은 비어 있기는 하지만, 왠지는 몰라도 일할 기분이 나지 않네요’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년이면 후기 고령자이기도 하니까.

     

    필자의 주된 일은 집필과 무도 수련이다. 다행히 도장이 일 층, 서재가 이층인 집에 살고 있으므로, 계단을 오르내리기만 하면 볼일을 볼 수 있다. 과거를 돌아보니 집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던 날이 더러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보면 은거하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심포지엄이나 대담은 온라인으로 부탁하고, 필자를 볼 사람이 있으면 집으로 오게 하겠다.

     

    그러는 사이에 ‘우치다는 까다로운 사람이야’라는 소문이 돌고, 일을 부탁하는 사람도 차츰 사라지며, 그렇게 페이드-아웃한다. 그래, 그렇게 하자.

     

    (2024-12-19 07:04)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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