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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식에 다시 한번 힘을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1. 25. 14:46

    효고현 지사 선거에 관해 쓰려고 했다. 그러나 매일같이 새로운 사건이 잇따르는 통에, 이 기사가 나갈 무렵에는 사태가 어찌 되어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 좌우지간 ‘특이한 선거’였다는 점은 확실하다.

     

    전직 지사의 재선이 확정된 직후, ‘올드미디어가 뉴미디어에 패배했다’는 식의 논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올드미디어가 지사 선거를 둘러싼 특이점을 보도하지 ‘않아서’ SNS를 중심으로 전직 지사가 지지세를 얻고 여론이 뒤집혔으므로, 오히려 ‘올드미디어의 여론 형성력은 무시 못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금번 현지사 선거에서는 공직선거법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얻은 ‘해커’가 기세를 떨쳤다. 해킹하는 행위를 스마트하며 영리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 이 인물을 ‘똑똑하다’고 평가했던 정당 간사장조차 있었다.

     

    공직선거법도 다른 제도와 마찬가지로 ‘시민은 준법적이며 양식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을 암묵적 전제로 삼아 설계되어 있다. 물론 옛날부터 정견 방송이나 선거 공보 제도를 통해 ‘비상식적인 언동’을 한 후보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상식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피선거권을 확보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비용’으로 여기며 사람들은 잠자코 받아들였다. 여남은이나마 외형적인 기준을 정해놓고 ‘비상식적인 사람’을 배제하는 일은 하려고만 하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선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상식이 할 수 있는 최대한도는 ‘그것은 비상식이다’ 하고 곤혹함을 내비치는 것이다. 상식은 결코 원리주의가 되지 않으며, 권위적이지도 않는다. 그것이 ‘상식의 특출난 공적’이다.

     

    지금 ‘비상식적인 인간’이 전면에 나서서 활개 치고 다니는 이유는, 법률이나 제도에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다(다양한 법과 제도에는 결함이 있다). 그들을 향해 ‘그건 비상식’이라고 이르는 말이 지녔던 현실적인 힘이 가셨기 때문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민주정 하의 사회 제도 대다수는 ‘시민이 원칙적으로 준법적이고, 양식을 갖고 행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즉 ‘성선설性善說’을 바탕으로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본성()이 사악한 인간’ 눈에는 허점투성이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제도의 결함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선설 기반의 현 제도를 들어내고 새롭게 세우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사실,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완성시킨 국가도 있거니와, 일본 역시 그것을 모방하고 싶어 하는 정치가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망라적인 감시 시스템을 만든다 해도, 사람들은 그 감시의 눈을 피할 방도를 반드시 찾아낸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 감시 시스템은 국민을 향해 끊임없이 ‘너희들은 잠재적으로는 전부 도둑이며 모반자’라고 자각시키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귓가에 ‘너희는 악인’이라는 말을 주입당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나 하나만큼은 준법적이고 양식 있는 시민으로서 살아가자’는 마음을 품는 국민이 출현할 거라고는 필자는 믿지 않는다.

     

    성악설을 바탕으로 한 제도는 ‘악인이 시민의 기본값’이라는 인간관을 정부가 공식 견해로 발신하고 선포한다는 것을 이른다.

     

    이와는 반대로, 성선설에 기반한 제도는 시민을 향해 ‘당신들이 준법적이고, 양식 있는 사람이기를 우리는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제도 그 자체가 시민을 향해 ‘선량한 사람이 되어주십시오’ 하고 간청하는 것이다.

     

    시민에게 도의적이기를 요청하는 제도와, 시민은 이기적이며 부도덕하다고 전제하는 제도 둘 중 어느 게 장기적으로 ‘살기 좋은 사회’를 창출해 내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렇게 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말 한 마디가 비상식에 대해 충분한 억제력을 갖는 사회를 우리는 다시 한번 재건하는 수밖에 없다.

     

    (주간금요일 1127)

     

    (2024-12-19 08:42)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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