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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췌독) 현실이 보잘것없는 만큼 . . . 티쿤 올람
    인용 2024. 6. 10. 16:48

    부활절 기간에 바흐의 수난곡을 듣는 것은 우리나라(옛소련 또는 동구권 -인용)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곳에서도 하나의 관습이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이 음악에 대단한 열정을 보이면서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 현실이 보잘것없는 만큼 그런 현실과 대조를 이루는 이 음악이 무척 필요한 모양이다.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 1976년)


    나의 지도교수였던 르클럭 교수는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피어시그와 너무도 닮은 사람이었다.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어느 하나도 다를 것이 없던 분이 르클럭 교수였다. 심지어 피어시그의 사진을 보기만 해도 르클럭 교수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다. 그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 피어시그의 주된 기술 공학적 관심사가 추측건대 모터사이클 관리였다면, 르클럭 교수의 주된 기술 공학적 관심사는 스피커 제작이었다는 점이리라.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1974년 출간 -인용)을 읽을 때뿐만 아니라 번역할 때도 나는 줄곧 스피커를 설계하고 제작하던 르클럭 교수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나에게는 스피커 제작 작업을 하는 그를 거들고 지켜볼 기회가 적지 않았는데,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일에 몰입해 있는 장인(匠人)의 모습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항상 자신이 제작하고자 하는 스피커와 자기 자신 사이의 형이상학적 거리가 무화(無化)된 상태에서 작업을 했다. 그는 ‘그냥’ 일에 몰입해 있었으며, 그리하여 탄생한 스피커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서 주인공이 “한국의 성벽”을 설명하면서 동원했던 “영적 현실의 물질적 반영”이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그런 것이었다. 이를 나는 르클럭 교수의 집 응접실에서 바하, 베토벤, 브람스의 음악에 귀 기울이며 확인할 수 있었다. 정녕코 “모든 것의 중심부에 고요함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있어서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곧바로 감지하도록 하는 작업”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르클럭 교수의 작업이었다.

    르클럭 교수가 스피커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동안 나는 온갖 오디오 기기를 수리하고 제작했었다. 텍사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는 동안 어느 오디오 전문점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해 달라는 제안까지 받을 정도로 오디오 기기 수리 및 제작에 심취해 있었고, 이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도 했었다. 아주 어릴 적 나는 외가댁에서 자랐는데, 외가댁에 있던 외삼촌 소유의 온갖 책을 뒤적이는 가운데 머리가 이상해졌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과학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공공연히 밝히고 다녔다. 그리고 초등학생 시절부터 중고등학교 물리 및 공업 교과서는 물론 전자 회로가 담긴 온갖 책들을 구해 제대로 이해도 못하며 읽곤 했는데, 특히 나를 매혹했던 것은 각종 전자 회로였다. 얼마나 이해했는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자 회로를 보고 이에 의거하여 무언가를 만들 때는 더할 수 없이 즐거웠다. 그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공부 때문에 밤은 못 새워도 전자 회로와 전자 부품을 가지고 씨름하느라고 새운 밤은 어린 나이에도 수없이 많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 선생님들의 온갖 전자 제품을 고쳐 드리기도 하고 각종 과학 경시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어쩌다 영문학을 공부한 다음 영문학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기계란 기계는 무엇이든 다 만들고 수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자 했고, 이 부분에서는 상당한 경지에 올랐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었고, 그것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피어시그가 말하는 마음가짐ー좁게는 모터사이클, 넓게는 이 세상 모든 기술 공학의 산물들을 대할 때 가져야 할 평정의 마음과 적극적 관심의 마음ー을 소유했거나 소유하고자 하는 열정을 소유했기 때문이라 믿고 싶다. (장경렬)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님의 고별 강의 중에서..
     
     
    교수님: 저는 수십년간 경영만 연구해 온 사람입니다.
    저에게 경영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추상성과 구체성 사이에서의 균형잡기'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조언하는 것이 있습니다.
    경영을 잘하고 싶다면, '음악'을 가까이 하세요.
    궁극의 경영,
    궁극의 추상성과 구체성 사이에서의 균형잡기는
    바로 '음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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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은 조남호 라이프코드 대표의 옛 SNS 싸이월드에 게재된 글 중 일부(2009.06.05)인데, 염치없게도 옮겨봅니다. 십수 년 전부터 도무지 기억에서 떨쳐내려 해도 계속 저를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즉, 화두(공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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