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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플릿) 거리로 나가자, 키스를 하자인용 2024. 6. 21. 19:40
고립된 채 부를 축적하면서, 나는 이제 얼마나 강한가 또 얼마나 든든한가 하고 생각하지만,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자살이나 진배없는 무력함 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이 정신 나간 자는 알지도 못합니다. - 도스토예프스키
어릴 때 충분히 사랑을 해보라는 이유는 회복할 체력도, 시간이나, 감정적 여유도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해보라. 할 수 있을 때 원 없이 좋아해보고 가슴 아파도 보고 구질구질하게 굴어봐도 좋다. 어린 나이일수록 그건 흠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남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란다. 남이 나를 좋아하도록 하는 비결은 상대방의 기분을 유쾌하게 해주는 점에 있다.”
로렌스 굴드의 말이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그럼 대체 호감 가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호감 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이 있다.
【주고받는 것에 익숙하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누군가와 약속을 잡아서 만났다가 헤어질 때가 되었다. 당신을 차를 가지고 있고 상대방은 대중교통을 타고 왔다고 하자. 그럼 이 상황에서 당신은 상대방한테 뭐라고 말할까?
친구라면 “태워줄게”, 친구가 아닌 사이라도 “태워드릴게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뭐라고 대답할까? (단, 여기서 같은 차를 타고 가는 게 불편한 사이가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하자.)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겠지만 내 경험상 10명 중에 7, 8명은 “괜찮다”라고 말하고 예의상 거절했다. 나머지 2, 3명은 “감사하다”라며 바로 승낙했다. “태워주시면 저야 고마운데 번거롭지 않으시겠어요?”라고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경우에 더 매력적인 쪽은 후자다. 예의상 하는 거절이 나쁜 건 아니지만 상대방을 시험에 들게 한다.
‘내가 한 번 더 권해봐야 하나? 아니면 됐다고 하니까 안 태워줘도 되는 건가?’
이렇게 고민해야 하는 불편함이 상대방의 마음에 남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 자체가 ‘나는 당신을 이만큼이나 신경 쓰고 있다’라는 뜻이다. 그런 뜻으로 나에게 한 제안이라면 예의상 거절하기보다는 그냥 받는 편이 권한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방을 훨씬 더 편하게 느낄 것이다. ‘이 사람은 누군가에게 받는 게 아주 자연스럽다, 편해 보인다, 그래서 주는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이구나’라고 무의식중에 상대방은 느끼게 된다.
염치없이 넙죽넙죽 받으라는 뜻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한두 번의 거절은 예의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상대의 호의를 흔쾌히 받아들이기보다는 거절이 몸에 밴 사람으로 비친다면, 베푸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아해진다. ‘매번 왜 이렇게 거절만 하지? 내가 마음에 안 드나’, ‘혹시 내 호의를 동정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받는 게 익숙하지 못한 다른 이유가 있나?’
여기서 더 나아가면 당신이 고집을 부린다는 생각까지 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을 깨달은 후부터는 누군가가 호의로 제안을 해오면 싫은 사람이 아닌 이상은 거리낌 없이 받으려고 한다.
많은 기혼자가 결혼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로 누군가를 새로 만나 관계를 맺어나가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을 꼽는다. - 이상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에서
결국 그 수많은 답안 중 한두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 선택은 책임으로 완성된다. 어떻게 살겠다고 선택한 사람, 그것이 실패로 이어지더라도 감수하기로 각오한 사람에게서는 의연함과 당당함이 묻어 나온다. 다른 선택지들을 버린 만큼 그는 더 자유롭고, 그래서 여유가 있는 만큼 더 친절하기도 할 것 같다. 여유가 없는 사람은 타인에게 다정할 수 없다. -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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