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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그루드지에프 (3)인용 2023. 11. 14. 16:15
(이하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그루드지에프는 또 불안이라든지 혐오, 혹은 분노라고 말한 '소극적 감정'에 인간은 놀랄 만큼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이러한 감정은 인체의 유지에 전혀 불필요해서 산처럼 쌓아놓은 화약에 성냥을 던지는 것과 다름없이 비경제적이라고 한다. 인체라는 에너지 공장의 활동을 저해하는 사고가 소극적 감정이다.
인간은 또한 많은 '중심'을 갖고 있다. 감정의 중심, '동작'의 중심(동작에 관계 없는 모든 일을 하는 중추), 지능의 중심 그리고 본능의 중심이 있으며, 더욱이 성의 중심이 있고, 그보다도 고차적이지만 본인이 전혀 느끼지 못하는 두 개의 중심이 있다. 마지막 두 개의 중심은 무의식의 마음 깊은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이 중심을 순간적으로 잠깐 보는 것이 성자의 '비전'인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중심을 혼동하여 동작의 중심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감정에 향하기도 하고, 감정 중심의 에너지를 지능에 사용하기도 하거나, 혹은 본능 중심의 동력을 성에 이용하기도 하는데, 특히 성 중추의 에너지는 다른 어떤 중심에도 이용되기 쉬우며, 그 대신으로 받는 에너지는 성에 있어서는 전혀 소용이 없다. ("성 중추가 독자적인 에너지로 활동하면 실로 훌륭하게 된다"는 점은 그루드지에프가 우스뺀스끼에게 한 말이다.) 그루드지에프 방식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것은 이러한 중추를 관찰하여 개개의 중추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본래의 일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전체와 모든 개체》 속에서 그루드지에프는 이것보다도 약간 복잡한 말로 인간의 숙명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새로운 '원죄'설을 창조하려는 시도로 해석되는 것으로, 우리들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그가 설명한 바로는 어느 때 우주에 대변동이 있어서 지구로부터 두 개의 조각이 튀어나와 두 개의 위성이 되었는데, 그 하나가 달이며 다른 하나는 더 작은 달이 되었다. 이 제2의 달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데, 인간은 그것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두 개의 달은 어버이인 지구에서 먹을 것을 공급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그루드지에프가 천체를 살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은 이미 말했다). 그리고 그 '먹을 것'은 인간이 제조에 관여하는 일종의 우주선(宇宙線)이라고 말한다. 즉 인간의 유일한 목적은 달에 보내는 '먹을 것'을 제조하는 데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간이 이처럼 태양계의 일원으로서 노예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유쾌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이리하여 인간이 '객관적 이성(그루드지에프가 말하는 제 4의 의식 상태)'을 펴기 시작하자 인간의 초조함이 점차로 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고, 이것을 안 대천사들의 특별위원회는 이 객관적 이성의 발육을 저지하기로 의결했다. 그래서 대천사들은 인간의 체내에 '쿤다버퍼'라는 기관을 만들었다. 이 기관은 인간의 눈에 환상을 현실로 비치게 하는 특별한 기능을 갖고 있어서 인간은 그때부터 완전히 자기 꿈의 포로가 되어 달에 식량을 공급한다고 하는 본래의 일을 훌륭히 수행하여 금일에 이르렀다.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인간이 놀랄 만한 속도로 파멸을 향하여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적어도 몇 사람이 새로운 의식을 싹트게 하여 자기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이해시키지는 못해도 어쨌든 그것을 서서히 본능적으로 성장시킬 필요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완전한 '아웃사이더'라고 말할 수 없을까?
"지구라는 혹성에 사는 자를 구원하는 데에는 무언가 새로운 기관을 그들의 체내에 이식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타인의 죽음은 물론, 자기의 죽음도 불가피하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느끼게 되도록 하는 기관을 심어주지 않으면 허사다"고 말했다. 여기에서도 계고는 종교적인 색채를 띤다. "너의 궁극적인 문제를 자각하라"고 하는데…… 그러나 "존재가 찾아들 길 없는 허구의 집"에 관하여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타당하지 않은가를 지금의 우리들은 잘 안다. 문제되는 것은 존재다. 인간은 더 살고 더 커다란 존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정의 원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무엇에건 일정한 시간, 일정한 기한이 있다"고 그루드지에프는 우스뺀스끼에게 말하고 있다. "어떤 가능성도 어떤 일정 시간 내에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인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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