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왜 초등학생들은 유튜버가 되고 싶어하는 걸까?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3. 10. 24. 18:01

    (※ 아래는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가 쓴 『일본의 되풀이되는 대동아전쟁 무엇이 문제인가? 新しい戦前 この国の“いま”を読み解く』 의 일부를 ‘프레지던트 온라인’이 재편집해서 게재한 기사를, 일부 번역한 것입니다.)

     

     

    왜 초등학생들은 유튜버가 되고 싶어하는 걸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인정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유감스러운 일본의 교육

    - 이대로 가다가는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건 가질 수 있을 리가 없다

     

     

    ‘유명해지면 돈이 들어온다’는 발상의 만연

     

    【시라이】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치다 교수님이나 저는 다소간 유명합니다. 따라서 유명해지면 으레 성가심도 따른다는 점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유명해져도 수입보다 유명세()를 더 치러야 한다. 유명해진다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여기저기에 말해 두는 참입니다. 하지만 남들은 이 말을 들으면 대개 ‘넌 이미 특권을 누리는 위치에 올랐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라는 식으로 반응하지요.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되었든 우치다 교수님이 되었든, 딱히 유명해지고 싶어서 활동을 이어온 게 아니라는 겁니다. 될 수 있으면 바람직한 일을 하고자 한 결과로써 다소간 유명해졌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유명해지고 싶다는 갈망, 혹은 우치다 교수님께서 방금 전에 말씀하신 유튜버가 되지 못한 나머지 생기는 질투심은 아무리 봐도, 이게 반대가 되어 있습니다. 굉장히 고전적인 설교가 되겠습니다만, 노력하지 않고서도 유명해지겠다는 사고방식은 뭔가 좀 잘못되었습니다. 다만 잘 살펴보면, 젊은이들 사이에 ‘뭔가를 부지런히 해 보았자 소용없다’는 식의 ‘답이 없다’*는 정념이 감돌고 있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이 ‘답이 없다’는 맥락에서 ‘수단 가리지 않고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다음부터는 돈이 들어온다’는 발상이 만연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옮긴이: 원문은 閉塞感 폐색감, 오고갈 길 없이 갇혀 있다는 답답함.)

     

     

    유튜버라는 치명적인 성공 신화

     

    【우치다】 지금은 유튜버와 같이, 딱히 꾸준히 뭔가를 부지런하게 하지 않아도 두뇌회전력과 언변이 있으면 어느날 갑자기 엄청나게 유명해져서, 돈을 척척 벌 수 있는 매혹적인 커리어패스에 우리 아이들이 줄서서 매달리고 있습니다. 전에 이십 대 유튜버들과 이야기를 한번 나눴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유튜브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월 500만 원, 다른 한 사람은 월 200만 원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수입이 월 500만 원이라는 사람이 운영한다는 유튜브 채널을 몇 번 들어가서 봤습니다. 무척 재미있기는 했습니다. 근데 이런 영상을 꾸준히 올려서 월 500만 원을 확보하려면 대단히 애를 써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1대만 갖고서도 잘만 하면, 금세 아이돌마냥, 사이비 종교 교주나 다름 없는 유명인이 되어 높은 수입을 얻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보면, ‘가성비’적으로 이게 더없이 효율이 좋은 겁니다. 종전의 가수나 배우에 해당하는 커리어패스보다도 짧은 시간에 노력 없이 유명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로서는 이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초등학생들이 가장 희망한다는 장래 직업을 조사해 보면 유튜버가 수위를 다툽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렸을 적부터, 최소한의 노력으로 유명해져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편안한 출세가도만 골라 찾아다니는게 과연 좋은 일일까 싶기는 합니다.

     

     

    일시에 화젯거리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파괴 행동’

     

    【시라이】 정말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재미있는 컨텐츠를 손쉽게 준비할 수 있을 턱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회수를 끌어모으려니까 논란 행동(원문 민폐 행위 - 옮긴이)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막장’ 유튜버가 되어 엄청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이쪽 업계에서 하나의 정석이 되었습니다.

     

    【우치다】 맞습니다. 여론의 이목을 한순간에 끌기 위한 첩경은 ‘파괴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지키고 있는 규칙을 파괴하고, 사회의 미풍양속을 비웃는 행위야말로 가장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별달리 제작할 만한 컨텐츠를 갖고 있지 않은 보통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조회수 올리기’를 위해서는, 모두가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에 침을 뱉는 일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겁니다.

     

    【시라이】 팝아티스트 계의 거장 앤디 워홀은 1960년대 후반에 ‘앞으로는 누구나 15분 동안만큼은 유명해질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현재 미디어 환경을 관찰해 보면 정말로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세상입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한심한 일입니다. 유명해지겠다는 욕망이 테러나 다름 없는 폭력과 결부되어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치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 자신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기를 바란다는 점에서는 같은 종류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다를 것이며 형사처벌 받을 리스크는 차원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사회적인 관심을 받고, 자신의 존재를 승인받고 싶다는 욕구에 구동되어 있다는 점에서 인정투쟁과 폭력은 서로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이 과잉된 인정 욕구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현대 일본 사회의 어떤 전조 증세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인정’해 주지 않는다

     

    【시라이】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마우리치오 라차라토는 그의 저서를 통해,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로 빈발하고 있는 무차별 살인에 대해 분석한 결과, 범인들이 가졌던 궁극의 욕망 내지 메시지란 ‘나는 여기에 있다’는 점이라고 밝힙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자기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서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감정이, 말하자면 미세먼지와도 같이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떠다니고 있는 거겠지요.

     

    【우치다】 일본의 경우는 제도적인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아이들의 인정 욕구를 끊임없이 결핍 상태에 두는 것입니다. 어떤 목표를 제시해 놓고, 그것을 달성하면 ‘인정해 주겠다’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목표를 설정해 놓고, ‘목표를 달성하면 착한 아이로써 인정해 주겠지만, 달성하지 못하면 인정해 주지 않겠다’는 식의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부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인정에 굶주리게 해서 지배하려 든다

     

    【우치다】 학교에서도 보면 학급 아이들 모두를 환대하고, 승인하며, ‘모두 여기에 모여 주어서 고마워. 너희들 모두는 여기에 있을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내가 지켜줄게’ 라고 강단 있게 말해주는 교사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오히려 어떤 조건을 제시해 놓고, 그 조건을 완수한 학생만 교실에 남아 수업을 들을 권리가 있는 반면, 조건을 완수하지 못했던 학생은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협박적인 논리를 교사 측에서 구사하고 있는 게 아닐런지요. 아이들을 끊임 없이 인정에 굶주려 있는 상태에 둠으로써, 다시말해 인정이라는 당근을 허공에 매달아 놓고서 아이들을 지배・제어하려고 합니다.

     

    이 술책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제가 아까 말씀드린 ‘무조건적인 인정’이라는 행위가,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금지 사항’으로써 선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그 귀결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지금 아이들은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도 ‘서로 무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환대하며, 축복하는 일은 보통 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마치 거기에 없는 것처럼 구는 것이 기본 ‘매너’가 되어있습니다.

     

     

    인사를 하지 않는 게 다름아닌 ‘도시인의 예절’

     

    【우치다】 저는 도쿄에 작업용으로 아파트를 하나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그 건물의 대부분의 호실이 원룸인데, 말하자면 젊은 직장인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들어와 잠만 자는 장소입니다. 4년 가까이 오고 가는 동안, 엘리베이터 앞에서 제가 먼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도, 상대방이 대꾸를 해 주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꾸하기는커녕,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마치 거기에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아마도 이게 오늘날에는 평연한 ‘도시인의 예절’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인정을 주지 않고서, 상대로 하여금 ‘인정을 갈구하는 상태’가 되도록 인정을 킵 해둡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아이들 입장에서는 환대받는다든지, 고유명으로서 인정받는 일은 이제 일종의 ‘트로피’가 된 셈입니다. 그 트로피를 얻고 싶다면 그에 걸맞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선생님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우치다】 시라이 교수가 앞서 말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저 역시 불특정 다수의 인간들로부터 인정이라든가 칭찬을 받기를 전혀 바라지 않습니다. 타자가 던져주는 그런 식의 인정을 갈구하지 않으니까요. 나 자신은 자신의 의사대로, 자신이 해야 할 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따름입니다. 누군가에게 허락받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거니와,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기 위해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인정 따위 받거나 말거나 간에, 할 일을 하는 겁니다.

     

    예전에 강연을 마치고 나서 어떤 청중으로부터 ‘우치다 씨의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겁니까?’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몰라서, 엉겁결에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인 것 같네요’ 라고 대답했습니다(웃음). 시라이 교수도 그렇지 않나요?

     

    【시라이】 저도 그렇습니다. 제가 완전한 무명이었던 시절에 곧잘 들었던 말이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한 주제에 어째서 그렇게 잘난 척을 하고 다니는 거냐’ 였습니다. 저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실제로 제 자신을 잘났다고 여겼는걸요(웃음).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환대, 인정, 축복’

     

    【우치다】 어렸을 적에 가족에게 사랑과 함께 포옹을 자주 받고 자라난 사람은 대체로 그렇게 되는 거라고 봅니다(웃음). 예전에 스즈키 쇼(1952~. 무용평론가. 무용사가. 번역가 - 옮긴이) 씨께 들었던 얘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그 연원은, 어린 시절에 모친으로부터 넉넉한 애정을 주입 받은 결과라고 합니다. ‘이러이러한 조건을 채운다면 껴안아 줄게’ 라는 식의, 자녀 측이 달성해야 할 노력의 성과에 대한 교환물로써의 인정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아 온 유아기 경험이 있는 자녀에게는 인정에 대한 굶주림이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유명해지고 싶다든가, 거드럭거리고 싶다든가, 상대방에게 굴욕감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든가, 하는 그러한 욕구가 끓어오르지 않습니다. 한데 오늘날 일본 사회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면, 정반대의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마도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락호락하게 애들을 인정해 주면 안 된다’는 철칙이 육아 현장에 채용되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학교 교육 내부에는 이미 깊이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학교 선생님들의 모임에 자주 초청받습니다. 그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는, 학교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란, 환대와 인정과 축복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곳이 너를 위한 장소야’ 라고 아이들을 환대하는 것, ‘너에게는 여기에 있을 권리가 있어’ 라고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고유명으로서 인정하는 것, 그리고 ‘네가 이 자리에 있기를 나는 바라고 있어’ 라고 축복의 말을 증여하는 게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가능하기만 하면, 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마무리됩니다. 학과 내용 같은 건 특별히 가르칠 게 없습니다. 이렇게 밝히면 선생님들은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끝내는 수긍해 주십니다.

     

     

    출처: https://president.jp/articles/-/7397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