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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공산당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2. 21:37
필자의 친구로 마쓰다케 노부유키라는 분이 있다. 경제학자인 이시카와 야스히로 씨와 필자의 공저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라는 시리즈의 기획을 세우고, 15년에 걸쳐 강한 인내로 저자 두 사람을 격려해 준 놀라운 솜씨의 편저자이다. 학생 시절에는 요요기 계 전학련 위원장을 하고, 공산당 중앙 위원회에서는 안보 외교 부장을 역임한 고참 당원이다. 그가 일본공산당의 당 대표는 공천제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것이 ‘분파’ 활동으로 간주되어 당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것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마쓰다케 씨와는 오랫동안 사귀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공산당의 당세(黨勢) 회복을 위해 제언을 하고 싶다고 하여, 미력하게나마 필자도 힘을 보태고자 그의 책 <신 일본공산당 선언>의 띠지 문구를 썼다. <희망의 공산당>에는 공산당에 기대하는 바를 썼다.
필자는 지역 공산당 당원들과 친하고, 지방선거나 국정 선거에서도 의뢰를 받으면 응원을 하러 달려가고 있다. 시민의 ‘반공 알러지’를 해소시키고, 공산당의 당세가 확장되기를 바라는 점에서는 남에게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민주집중제’ 시대가 아니다. 볼셰비키가 혁명 투쟁 와중에 있었을 때, 당 조직에는 ‘군사적 규율’을 필요로 한다는 레닌의 상황 판단은 적절했다. 하지만 나중에, 당 내부의 분파 활동이 금지되고, 스탈린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당원을 숙청하며,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일체 허용하지 않은 조직이 되었던 것이 소련 공산당의 지적, 윤리적 퇴폐를 가져다준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현재 일본은 혁명이나 내전의 와중에 있지 않으며, 치안유지법, 특별고등경찰, 헌병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 방위를 위해 상명하달식의 견고한 조직을 견지해야 할 정도로 억압적인 환경에는 속해 있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이 평가에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안조사청이 공산당을 파괴활동방지법 대상으로써 감시하고 있는 이상, 또한 자민당이 반공 컬트(통일교를 이름 - 옮긴이)와 유착하고 있는 현상에 입각하면, 전쟁 전, 그리고 전쟁 때와 다를 바 없는 고도의 조직 방위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논에도 설득력은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일본공산당에 우선 ‘시민적 성숙’을 기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도, 조직도, 성숙은 갈등 속에 처신함으로써 달성된다. 그래서 공산당이 ‘갈등으로 괴로워하기를’ 필자는 바란다. 그러한 정치 조직이 현재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사상적으로는 거의 무내용적인 정당이지만(그래서 통일교의 강령이나 일본회의의 강령을 무작정 받아들여도 몸이 망가지지 않는다), ‘정권에 매달리기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는 점에서는 전 당원이 훌륭하게 일치되어 있다. 공명당은 굳건한 반석 같은 정당으로, 내부의 권력 투쟁은 있을지언정 사상적 갈등은 거의 없다. 입헌민주당 이하의 야당과 관련해서는 당원들이 과거 20년 간 어느 당적에 있었는가 하는 ‘계보도’를 아마 정치부 기자조차 떠올려내지 못할 정도로 이합집산을 반복해 왔다. 정치적 의견이 다를 시 ‘분당’하는 것을 심리적 저항이 없이 해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갈등을 통한 정치적 성숙’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 가운데 유일한 예외가 일본공산당이다. 강령적 입장을 일관시키고, ‘유서 깊은 가문의 대를 끊게 할 수는 없는’ 정당이면서, 날개를 펼쳐, 많은 시민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모순된 요청이다. 그에 응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다양하며, 깊이 있는 성숙한 정치 조직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어느 부분에서 ‘굳건함’을 단념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공산당이 이 기대에 응해줄 것을 믿고 있다.
(주간금요일 2월 8일)
(2023-02-15 18:07)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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