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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정전(停戰)의 조건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0. 22:04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이제 곧 1년이 되어간다. 애시당초에 설마 이렇게까지 길게 전쟁이 이어질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침공을 명한 푸틴 대통령 자신은 단기간에 수도는 함락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망명하며, 친러 괴뢰 정권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미국도 침공 직후에 젤렌스키에게 망명을 제안했을 정도이니, 우크라이나가 이렇게까지 완강하게 저항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지금도 끝날 기색이 없다.

     

    러시아는 아마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 외교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군사적으로 열세이고, 국내 경제의 앞길도 어두우며,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도 얻지 못한다. 일단 정전하고, 국내 문제 해결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분배하는 게, 고집 부리며 전쟁을 계속하는 것보다 합리적일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리얼리스트들도 그 정도 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것은 만약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정전 조건이, 러시아에게 무언가 영토적 양보를 수반하고 있으므로, 그 조건의 적합성 판단 여부를 의논 테이블에 올리는 것 자체가 생명의 위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영토적 양보를 포함하는 정치적 주장은 법률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영토적 양보를 포함한 조정안을 발설하는 순간, 그 사람은 형사 기소당하고, 투옥당하며, 정치생명을 잃을 리스크가 있다. 그래서 러시아 국내에 ‘북방영토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교섭하는 것이 어떤가’ 와 같은 정치적 주장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북방영토는 러시아 고유의 영토라고 러시아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이상, ‘해결되지 않은 영토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범죄가 되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 고유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설령 만에 하나, 누군가가 주선하여 우크라이나와의 정전 협상이 시작된다고 해도, 거기서는 과거에 러시아가 병합했던 크림 반도나 우크라이나 동부의 귀속을 둘러싼 의논은 결코 행해지지 않을 것이다. 푸틴이 이 방침을 틀어 ‘영토적 양보가 부득이하다’는 각오를 할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푸틴이 전쟁 계속을 고집하는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그가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그가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번 군사 행동의 실패를 인정하면 정치적 정통성을 잃고 실권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실패를 인정하면, 우크라이나나 인근 국가들로부터 ‘러시아는 만만하다’고 판단하여, NATO 지원을 얻어 군비를 증강하고, 이후 여러 사안에서 러시아에 외교적 양보를 들이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추론은 모두 합리적이다. 푸틴이 군사 행동의 실패를 인정해버리면, 아마 그렇게 된다. 푸틴과 러시아 모두에게 물러설 곳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도리어 생각해보면 우크라이나와 NATO가 제안할 정전 조건은 저절로 정해진다. 그것은 푸틴의 정치적 지위의 안정을 국제 사회가 보증할 것, 앞으로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에게는 절대로 군사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두통을 야기하는 조건들 뿐이지만, 일단 그것이 현재로서는 타협점이 될 것이다.

     

    (도쿄신문 2월 9일)

     

     

    (2023-02-15 18:02)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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