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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국방전략은 있는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2. 15:07
상당한 시간이 지났기는 하나, 잊어서는 안 되겠기에, 여기에 써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미일 정상 회담을 가진 뒤, 일본의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와 함께 외교적 대응을 강화하는 일본의 과감한 리더십’을 칭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국방비를 NATO 가입국 수준인 GDP 대비 2%로 증액할 것을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재정 조달원의 뒷받침도 없이 미국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였으므로 ‘칭찬’듣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 없다기보다는, 일본에는 일본이 스스로 구상하고 있는 국방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국회 심의를 경유하지 않고, 내각 결정만으로 국방의 근간과 관련된 정책 결정을 행했다. 이유가 뭐냐고 해도 ‘미국이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 라고 말하는 것 이외에 국민에게 설명할 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번 국방비 증액의 근거는 ‘안전 보장 환경의 변화’이다. 군사적 위기가 악화되어 군사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정치가가 설명하고, 언론도 그것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마치 ‘태풍이 접근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자연 현상처럼 군사적 위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잠깐만 살펴보기로 하자. 분명히 태풍의 발생이나 진로에 관해서는 인간의 책임이 없다. 허나, 군사적 위기는 당사자들의 머릿속에서 결정내려진 사고의 귀결이다. 일본인 또한 그 당사자인 이상, 자기 자신의 ‘머릿속’ 점검을 우선 해야 하지 않을까.
2015년의 안보 관련 법안 채택 당시, 아베 총리는 법안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일본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공통 인식입니다. 만약 일본이 위험에 처했을 때에는, 미일 동맹이 완전히 기능합니다. 그 사실을 전 세계에 인지시킴으로써, 군사적 억지력은 더욱 강화되고, 일본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한층 낮아지게 됩니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강행 채결해서까지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므로 당연히 ‘군사적 억지력은 더욱 높아지고, 일본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한층 낮아지게’ 되었을 것이다. 허나, 지금 정부는 ‘일본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며 국방비를 배로 올리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것은 안보 법안이 국방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선 ‘국방상 효과가 없었던 법안을 강행 채결해서까지 채택한 일’에 대해 반성과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어느 시점에서는 어떤 정책이 최선이라고 생각되었더라도, 그 이후 예상 밖의 국제 정세 변화가 있어, 결과적으로 ‘일본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인데, 그것은 전혀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할 셈일까.
아니, 그렇게 말해도 괜찮다. 필자도 어른이므로 정부에 완전무결함을 요구하는 무리한 말은 하지 않는다. 아마 여러 예상 밖의 안전 보장상의 변화가 있었던 탓에, ‘군사적 억지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법안이 쓸모가 없어졌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면, ‘예상 밖의 안전 보장상의 변화’에 갑자기 타격을 받아, 지금 대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어떠한 정보 평가를 그르쳤는가, 어떠한 지정학적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는가, 그것을 우선 자기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그 진단 결과를 개시하고, ‘평가 오류의 원인을 제거했으므로, 다음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라고 맹세하고 나서 ‘다음 얘기’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국론을 양분시킨 안전 보장 정책이 빗나간 이상, 정책 기안자들은 안전 보장상 무엇이 유효한지를 사량(思量)할 능력에 엄청난 문제를 품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군사적 억지력이 한층 강화된다’ 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을 어떻게 믿어야 좋을까.
(야마가타 신문 2월 9일)
(2023-02-15 18:0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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