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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계와 파괴의 희락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2. 21. 21:57

    연초에는 곧잘 ‘올해 전망’과 같은 예측을 요청받는다. 예측이 빗나간다 해도 잃을 만한 지적 위신 같은 건 없기에, 평연하게 예측을 말해왔다. 10년 단위의 국제 정세 예측 등은 그럭저럭 맞추지만, 일 년 정도의 시간 단위에 입각한 정치 분야 예측은 대체로 빗나간다. 그것은 정치가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복잡계’라는 것은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캘리포니아에 폭풍이 인다’ 하는 컬러풀한 비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그마한 입력의 차이가 거대한 출력의 차이로서 현상(現像)하는 시스템을 이른다. 그리고, 정치나 경제는 복잡계에 해당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 대통령의 머릿속에 떠오른 ‘주관적 희망’이 기점이 되었다. 냉정한 테크노크라트 측근이 ‘대통령님, 우크라이나는 그리 간단히 항복하지 않습니다. 장기전으로 갔다가는 러시아는 잃을 게 너무 많습니다’ 하고 간언한다면, 푸틴도 재고(再考)할지 모른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선택에 의해 세계의 정치와 경제는 극적으로 변화했다.

     

    경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론 머스크는 SNS에서 음모론이나 비방이 오가는 것이 ‘언론의 자유’라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한 탓에, 테슬라의 주가는 폭락하고, 그는 개인 자산의 절반 정도를 잃었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로 정치나 경제는 격렬한 충격파를 받는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의 머릿속에 언제 어떤 사념(思念)이 떠오를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복잡계에 대한 예측이 대체로 빗나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와는 반대로, 출력과 같은 정도의 입력이 없다면 변화하지 않는, 타성이 강한 계(系)도 있다. 교육, 의료, 사법이 그러한 계(系)인데,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바뀌는 경우라 하더라도, 빙판 위를 걷는 것과 같이 조심스레 나아가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일본 사회에서는 이제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직전 선거에서 다수파를 점한 정당이, 타성이 강한 제도를 건드리는 일을 시민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 몇 년 사이, 일본에서 일어났던 ‘어이 없는 사건’의 대부분은, 항상적・안정적으로 관리운영되어야만 하는 시스템에, 정치가와 기업가가 손을 대서, 복잡계처럼 운영하려 한 탓에 일어나고 있다.

     

    ‘웬만한 시스템은 민간 기업처럼 운영되어야 한다’는 말을 시치미 뚝 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단적으로 잘못되었다. 정치나 경제는 그래도 될지 모르지만, 교육, 의료, 사법, 행정, 사회적 인프라와 같은 ‘사회적 공통 자본’이라고 불리는 제도로 말할 것 같으면, 정권이 교체되면 교육 제도가 바뀐다든지, 주가가 내려가면 의료제도가 바뀐다든지, 태풍이 불면 사법 판단이 바뀐다든지 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실제로 우리는 그러한 제도가 단기적으로는 바뀌지 않을 것을 전제로 생활하고 있다.

     

    정치-경제의 세계와, 사회적 공통 자본의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엄연한 경계선이 있다. 그 상식을 어느 시기부터 일본인은 내팽개쳐버리고 말았다. 그건 아마, 사소한 입력으로 인해 긴 시간동안 지속되어 왔던 견고한 제도가 격변하는 것을 보고 나면(자신이 그 피해자가 되는 경우조차), 어떤 종류의 전능감 같은 것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아이키도 스승이신 타다 히로시 선생으로부터 ‘파괴는, 창조할 때에 요하는 힘의 100분의 1로도 가능하다’고 배웠다. 그래서, 전능감을 조급하게 원하는 자는 반드시 파괴에 경도된다. 선생의 무도적 관점이 실제 사회에도 적용된다.

     

    파괴함으로써 얻는 전능감을 탐닉하는 사람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다. 연초에 스승의 가르침을 다시금 되새기고자 한다. (2023년 1월 3일 ‘야마가타 신문’)

     

     

    (2023-01-20 10:4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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