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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립 대학의 무상화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2. 22. 20:33
수년 전부터, 긴키 지방에 있는 어느 현(縣)의 지사에게 때때로 초청받아 제언을 요청받고 있다. 이번에는 철학자인 와시다 키요카즈 선생과 함께다. 지방자치체의 수장이 우리들의 고담준론을 들어주시는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와시다 선생과 필자가 지방자치체의 장에게 초청받아 의견을 표명하게 된 것은, 10년도 더 이전에, 당시 오사카 시장이었던 히라마쓰 구니오 씨에게 초청받고서부터다. 와시다 선생은 그 무렵 오사카대학 총장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종교학자이자 승려인 샤쿠 뎃슈 소아이대학 교수도 함께였다. 셋이서 시장을 둘러싸고 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얘기했다. 좋은 시대였다. 그로부터는 한 번도 정부나 지방자치체로부터 ‘의견을 듣겠습니다’ 하는 기회는 없었지만, 수년 전부터 어느 현의 지사가 때때로 말을 걸어주게 되었다.
와시다 선생은 이 모임에서 저번부터 현립 대학의 무상화를 제언하고 있다. 음미할 만한 견해라고 생각한다. 학비와 기숙사비가 무료. 장학금도 나온다. 규모가 작은 대학이므로, 현의 재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지출은 되지 않는다.
지금, 국공립 대학의 첫 해 납입금은 80만 엔을 넘는다. 그만큼의 저금을 갖고 있는 고등학생은 우선 없다. 그래서, ‘물주’인 부모님에게 내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많은 부모님은 그것을 ‘교육 투자’로 받아들이고 있으리라. 투자인 이상 단기간에, 그리고 확실하게 회수하고자 한다. 자연히 ‘실학’ 지향이 된다. ‘투자가’는 철학, 문학, 수학, 역사학같이 어디에 소용이 되는지 모를 학문 영역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교육 투자’라는 말이 유통되고 나서부터 일본의 학지(學知)가 가졌던 깊이가 사라지게 된 것은 그러한 이유에 의해서다.
하지만, 학비가 무료면 수험생은 ‘물주’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좋아하는 학문 영역을 선택할 수 있다. 대학이 무상화되면, 집은 가난하지만 대학에 가고자 하는 ‘빈천한 수재’와, 자신의 진로를 자신이 고르고 싶어하는 ‘방장한 청년’이 모여든다(그럴 것이다). 그러한 학생들만 있으면 다소 다루기 까다로울 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흥겨운 대학이 될 것이다.
정원이 수 백 명이면 다른 대학의 발목을 잡을 정도의 수는 아니다. 성공한다면 그것을 모방하여 다른 공립 대학도 무상화를 결단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다른 수험생 모두에게 있어 낭보가 된다.
똑같은 얘기를 몇 번이고 했는데,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던 1970년, 국립 대학의 입학금은 사천 엔, 반기(半期) 수업료가 육천 엔이었다. 일만 엔 지폐 한 장으로 대학생이 되었다. 일만 엔의 저축은 당시에 고등학생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전문을 골랐다. 부모님이 뭐라고 하면, ‘응, 내가 수업료 내니까 괜찮아’ 하고 일이 매듭지어졌다.
수험생을 위해서도, 대학의 지적 학지의 재활성화를 위해서도, 부디 대학 무상화를 실현시키고 싶은 것이다. (2023년 1월 20일)
(2023-01-20 10:49)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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