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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표준을 만드는 사람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2. 20. 22:03
히라카와 가쓰미 군이 점주로 있는 도나리마치 카페의 신년 모임에 얼굴을 내밀었는데, 요로 다케시 선생, 사사키 미키로 씨, 세키가와 나쓰오 씨, 카스가 다케히코 씨와 뜻밖에 오랜만에 인사를 교환할 수 있었다. 히라카와 군이 선사한 ‘세뱃돈’ 같은 것이다. 거기에 돗토리 현에서 천연 효모로 빵과 맥주를 만들고 있는 타르마리의 와타나베 이타루・마리코 씨 가족분들도 찾아와주어서, 맛있는 수제 맥주를 마시며, ‘인구 소멸지에서 세계 표준의 제품을 내보내는’ 계획 얘기에 푹 빠졌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일본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도시 집중’ 그리고 ‘지방 분산’ 두 가지 중 하나밖에 없다. 정부와 경제계는 잽싸게 ‘도시 일극 집중’ 시나리오를 선택하여, 국민적 합의를 무시한 채 착착 지방 소멸화 및 불모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게 ‘돈이 된다’며 주판을 튕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의 선전자로서 ‘인구 소멸지에 살고 있는 주민에게는 행정 서비스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 불편한 게 싫다면 인구 소멸지를 버려라’ 라고 말을 꺼내는 인간이 떼를 지어 출몰하고 있다.
이러한 ‘소멸 지방화 시나리오’ 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인구 소멸지에 머물면서도, 세계적 수준의 작물(作物)을 세상에 내보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들이미는 것이 유효하다. 그리고 ‘식(食)’에는 틀림 없이 그 가능성이 있다.
작년에, 또한 빵을 만드는 청년이 ‘지금 일본의 빵은 세계 일류입니다’ 라는 말을 선뜻 입에 담는 것을 들었다. ‘이러한 말’을 들은 것은 거의 30년만이었다. 그 무렵에는, 여러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선뜻 ‘우리 제품은 세계 일류예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한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세계 표준’은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던 것이다. 정치가, 비즈니스맨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더이상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2023-01-17 06:16)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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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빵집 '타르마리' 소개 다큐를 한국의 EBS에서 취재한 바 있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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