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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교라는 터부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8. 4. 21:59

    시나노 마이니치 신문에 지난주 기고한 글을 블로그에 채록해 둔다.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을 계기로, 별안간 ‘통일교’라는 문자열이 인터넷과 신문지상에 들끓게 되었다. 애초에 메이저 언론은 정권을 의식한 탓인지 이 고유명사를 숨기기에 급급했었다. 이번 총격 사건과 컬트 종교 사이에 어떤 상관이 있다고 해명하는 일이 정권 입장에서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자민당으로서 골치가 아플 문제는, 통일교의 홍보지에 등장했다든가, 교회나 관련 단체 행사에 참가했던 소속 의원들이 통일교의 위험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었는가, 그것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경우이다.

    ‘위험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 세계 평화와 가족의 소중함을 주장하는 온건한 단체였다고 생각했다’는 게 지금으로서는 ‘모범 답안’이 될 것이지만, 이는 단적으로 거짓말이다. ‘전국 영감상법 대책 변호사 협의회’에 의하면, 통일교는 지난 30년 동안 일본에서 영감상법 피해 건수 3만 4537건, 피해 총액 1237억 엔이라는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이다. 협의회는 의원들에게 이 사실을 명시하면서, 통일교 활동에 가담한다든가 ‘국회의원도 관여하고 있는 합법적인 활동’ 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피해자에게 상처가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피해자를 낳게 될 수도 있으므로, 관계를 끊으라고 거듭 간청해왔다. 이 충고를 무시하고, 도리어 통일교와의 관계를 지속해온 이상, ‘위험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만약 정말 곧이곧대로 생각했다면, 그렇게 순진하거나 판단력이 낮은 인간은 국사를 논할 자격이 없다.

    ‘위험한 컬트 교단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정치적 연명을 위해 그 자금력과 동원력을 이용해 왔다’는 것이 대강의 진상일 테지만,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한다. 그 ‘자금력’은 아닌 게 아니라 ‘피해 액수 1237억 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2022-07-21 09:06)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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