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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암살 사건과 그 배경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8. 10. 23:54
이번 호에서는 참의원 선거 결과의 평가를 요청받았다. 허나, 선거날 이틀 전에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아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모친이 통일교 신자였으며, 범행 동기에 통일교와 자민당의 오랜 유착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번에는 이 사건의 의미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오늘날 일본의 참혹한 정치 상황의 실상 또한, 이 글을 통해 다소간 알 수 있을 것이다.
통일교 문제는 20년 전쯤까지는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다루어졌다. ‘영감 상법’이나 합동 결혼식에 대한 뉴스를 필자는 식상할 정도로 티브이에서 접했다. 허나, 어느 시기부터는 ‘통일교’라는 문자열을 언론에서 마주치는 일이 매우 적어졌다. 역시 이렇게까지 사회 문제시되었으니, 교단의 사회적 영향력도 줄어들고, 활동도 정체되어 온 것이겠거니 하고 필자는 막연히 생각했다. 필자와 똑같이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고 본다. 이것이 정말로 ‘통일교는 안전한 단체다’라는 장기적, 조직적인 여론 형성 공작의 ‘성과’였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총격 사건은 이러한 ‘여론 형성 공작’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살의 형성까지 이를 정도로 깊은 원한이 존재하였다는 (우리가 그로부터 눈을 돌리게끔 공작이 펼쳐진) 사실을 개시(開示)한 것이다.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겠지만 젊은 독자를 위해 써두자면, 통일교는 1954년 서울에서 문선명(1920~2012)에 의해 설립된 종교단체이다. 문선명은 자신을 ‘재림 메시아’로 자칭하며, 격렬한 반공주의에 의거해, 각국 우파 정치가들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었다. 한국 중앙정보부의 지원으로 설립되어, 당시 한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이었다는 것이 훗날 미국 하원의 조사 위원회에서 보고된 바 있다.
일본에서는 1964년에 종교 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대학가 투쟁이 확대되기 시작한 1968년에 문선명은 기시 노부스케, 고다마 요시오(児玉誉士夫),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 등과 꾸민 국제 승공(勝共) 연합을 설립하여, 좌익의 동향에 맞서는 대항 정치 세력을 조직화하려 했다. 당시의 학생 조직이었던 ‘원리 연구회原理研究会’가 전국의 대학에서 전개한 포교 활동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문선명 자신은 그 뒤 미국으로 활동 거점을 옮겨, 기업 활동과 포교 활동을 했는데, 세계 각지에서 속속 일으킨 세뇌나 신자의 가정 파탄으로 인해, 위험성 높은 ‘컬트’로 여겨지게 된다. 미국 하원에서 조사 위원회가 소집된 것, 1982년에 문선명에게 탈세 혐의로 18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것 등은 미국 정부의 통일교 조직에 대한 경계적 스탠스를 보여준다.
한편으로 통일교는 유명인사를 객원 연사로 초빙함으로써 ‘컬트’가 아닌 정통적 종교 조직이라는 인상을 남기고자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아버지 부시, 포드 등 두 명의 전 대통령과 고르바초프도 통일교스러운 이벤트에 초청되었다(부시는 후에 강연료 8만 달러의 출처가 일본 신자에게서 나온 검은 돈이라는 의혹을 지적받아 자선단체에 같은 액수를 기부한다).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의 홍보지인 ‘세계 사상’에 단골로 등장했고, 2021년 9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함께 통일교 계열 단체의 이벤트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통일교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유명인의 역할을 연출해 보였다. 아베 전 총리는 이러한 통일교의 정통성 획득 공작의 중요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피의자의 범행 동기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이제까지의 진술에 따르면, 모친이 통일교에 거액의 헌금을 했기에 집이 파산하고, 가정이 파탄났다는 점에서 통일교에 깊은 원한을 품었다는 것이다. 최초의 타깃은 문선명의 뒤를 이은 부인 한학자 총재였지만, 경호가 엄중해 다가서지 못했고, 아베 전 수상으로 표적을 바꾼 듯하다고 보도되었다.
통일교는 한국에서 설립되어, 활동 범위가 전 세계에 걸쳐있으나, 그 주된 자금원은 일본이다. 일본에서의 ‘영감 상법’의 매상고와 신자로부터의 헌금은 통일교 재산의 70%에 달한다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전한다.
통일교나 관련 단체의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강연을 하며, 축사를 읊는 정치가들이 일본에는 많이 있다. 그들은 세계적인 컬트 활동의 자금원을 일본 내에서 거둬들인 사실을 알면서도, 통일교의 활동이 마치 ‘공인된’ 것과도 같은 인상을 만들어내는 공작에 가담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 보답으로 비서나 선거운동에서의 자원봉사자의 제공을 받아온 것이다.
아베 전 총리의 사후에 밝혀진 이 사실들을 앞에 놓고, 필자는 여기에 일본의 정치가 이렇게까지 열화되어 온 원인의 한 가지가 있다고 느꼈다.
제 2차 아베 정권에서는, 총리 대신 자신을 시작으로, 통일교 혹은 계열 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의원이 다수 입각했다. 허나, 전국 영감상법 대책 변호사 연락회에 의하면, 통일교는 지난 30년으로만 한정지어도, 영감상법으로 말미암아 피해 건수 3만 4537건, 피해 총액 1237억 엔이라는 대규모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변호사 연락회는 정치가들에 이 사실을 보여주고, 통일교의 활동에 가담하지 말 것을 누차 간청해왔던 것이다.
앞으로 관련이 있었던 정치가들은 ‘그런 위험한 집단인지는 몰랐다. 세계 평화를 희구하고 있는 어엿한 종교단체인 줄로 알았다’라는 변명을 할 것이다. 허나, 그 궤변은 용납될 수 없다. 만약 정말로 통일교는 무색무취한 단체였다고 믿고 변호사들의 주장을 물리쳤다면, 그 정도까지 세상살이에 어두운 인간들에게 국정을 토의할 자격은 없으며, 그 반대로, 위험한 집단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치적으로 이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 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짓을 했다면, 거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지 않으면 안 된다. 상식적으로는 그렇게 된다.
하지만, 이 상식이 일본에서는 통용되지 않으리라. 정치가들은 아마 누구 하나 염치를 알아 사퇴하는 일도,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자민당은 애당초, 철저한 함구령을 언론에 명하고, ‘통일교’의 이름이 표면에 드러나는 일을 기피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정부가 컨트롤할수 있는 것은 신문과 TV 뿐이고, 주간지나 인터넷은 통제할 수 없었다.
허나, 이제 전 총리의 죽음과 통일교와의 연관을 자민당은 어떻게 설명할 셈일까. 망자는 전후 가장 긴 재직 기간을 뽐내며, ‘원톱’이라는 칭송을 받던 전 총리이다. 그 업적을 드러내고, 그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우발적인 것이었다. 원한을 살 여하한 이유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계속 주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점이 널리 알려진 조직과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그것을 과시해왔던 일’에 대해, 정치가 자신이나 정부, 경찰도 거의 위기 의식을 갖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설명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으로 정치가들은 ‘통일교가 위험한 단체였다고는 알지 못했으며, 그 활동에 가담하는 것이 어떠한 리스크를 의미하는지도 거의 알지 못했다’고 하나같이 말할 것이다. 면책을 손에 넣기 위해 무지를 가장하는 것은 확실히 쓸모 있는 재간이다. 유아에게 정치 책임을 묻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나는 세상 물정에 밝지 못하다’라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나라에 살게 된다. 이를 망국적 풍경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참의원 선거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쓸 지면을 초과해버렸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싣기로 한다.
(2022-07-21 09:08)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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