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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강명 <멘토 유행이 편치 않은 이유>
    취재 2019. 12. 27. 20:20

     

    출처: 국토 2012년 5월호 통권 367호, p.4 (짧은 글 긴 생각)

     

    멘토 유행이 편치 않은 이유 - 장강명

    사는 게 점점 불확실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이다. 갓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은 얼마나 불안할 것이며, ‘인생 내비게이션’이 얼마나 절실할까. 그러나 그런 두려움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유행’은 썩 달갑게 보지 못한다.

    우선 멘토를 갈구하는 멘티들의 마음가짐이 차근차근 실력을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속성 과외를 찾는 학생들 같아 보여서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멘토에게 물어보는 질문에서 역으로 ‘고민의 결여’가 느껴질 때조차 있다. 자기 욕망이 무언지 모르니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판단하고, 자기가 판단해야 할 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 물론 경험 많고 현명한 사람들의 조언이 내 판단에 도움은 될 게다. 그런데 때로 몇몇 젊은이들은 아예 그 판단 자체를 누구한테 대신 해달라고 하는 것 아닌가 싶어 보이기도 한다.

    멘토라고 나서는 이들은 또 어떠한가. 보고 들은 게 짧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듣고 읽은 멘토들의 강연이나 조언 내용은 어째 다 비슷해 보이고 나중에는 지루해지기까지 한다. 주체적으로, 치열하게, 열심히 살라는 원론과 ‘네가 마음고생 하는 건 네 탓만이 아니야. 사회 탓이 섞여 있어’라는 위로의 조합이다. 그러니 강연회에 가고 상담을 받는 진짜 목적이 혹시 답을 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위안을 얻고 고민을 잊는 데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하게 된다.

    너무 삐딱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때로는 어떻게 봐도 고만고만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자신을 모범사례로 말하는 모습도 좀 보기 고깝다. 어차피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라 해도 자기가 잘한 일을 말할 때는 사후합리화의 오류와 자기과시에 빠지기 마련이다. 차라리 비판과 토론의 대상이 되어주겠다고 나선다면 더 고마울 것 같다. 청중들도 재능 기부를 하겠다고 나선 인생 선배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성공하셨어요?”라고 묻기보다 간혹 “왜 그것밖에 못하셨어요?”라고 패기 있게 따질 때 더 배우는 것이 많지 않을지.

    분명한 건 아무리 입심 좋은 강연자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사례를 들더라도 그들은 청중이나 독자의 삶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며 시행착오를 지켜봐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전거 타는 법만 해도 누가 옆에서 지켜봐줘야 배울 수 있는데, 하물며 인생을 어찌 짧은 조언과 강연으로 배울 수 있을까. 사실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나 친척, 선생님, 직장 상사인데, 가까이에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영 존경심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