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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대학 - 1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8. 17. 09:48
이번 4월부터 예상치 못하게, 학교법인 고베여학원의 이사장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이제껏 평의원이라든지 이사를 역임하여 왔으므로, 종종 회의에 나가고, 사견을 밝히는 정도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고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있는 학교법인의 경영자가 되어놓고 보니, 본인조차 깜짝 놀랍니다.
다양한 분들이 환한 얼굴로 '축하드립니다'라고 해주십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하는 장례식 인사를 받는 게 그럴싸하지 않나 내심으로는 생각합니다. 보시면, 내 나이가 일흔 다섯입니다. 후기 고령자고, 췌장암을 불과 몇 년 전에 발견해낸 병후의 몸이란 말입니다. 이렇게 써놓은 문장만 읽고 보면, 상당히 활기찬 할아버지라고 여길 분도 많을 것이지만, 이곳저곳 많이 헤졌습니다. 정말로.그런데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바람에 담당 편집자인 나카데 씨가 '이상으로 삼을 대학과 그 교육에 대하여' 매수를 늘릴테니 쓰고 싶은 내용을 쓰시라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여태까지는 '이런 대학에서, 이런 교육을 하면 참 좋겠다'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써넣으면 되었겠으나, 이제 그렇게는 못합니다.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기에. '우치다 씨, 보시오. 여태껏 교육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 잔뜩 써버릇했으니, 이번에는 스스로 해보시오. 「바로 여기가 로도스니까 어디 한번 뛰어봐라」인 셈이오'란 말을 들은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예전에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강연한 적이 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우치다 선생님이 만약 교장 선생님이 되신다면,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으신지요?'라는 질문을 받았었습니다. 그때 잠시 생각해본 뒤 '즐거운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하고 답해드렸습니다.
짜증나는 규칙을 집어치우고, 성과 평가도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은 자기가 가진 교육 이념에 따라, 제각기 선호하는 교육방법을 실행해도 무방합니다. 회의는 될 수 있는 한 적게 합니다. 문서 작업도 될 수 있는 한 줄입니다. 교원들이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될 수 있는 한 늘립니다. 만사 젖히고, 일하는 사람 모두가 기분 좋도록 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그런 식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 자신도 대학에서 관리직으로 수 년 일해왔는데, 아마도 '널널한 상사'였을 것입니다. 부하들을 모아놓고 훈시를 늘어놓는다든가, 회의를 한다든가 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이런 게 하고 싶어요' 하고 제안을 들고 오면, 대체로는 '마음대로 하세요.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다행히도 책임 한 번 진 일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당연합니다. '실패해도 나는 몰라. 책임은 자네 몫이야'라고 상사가 말하면, 그 프로젝트가 실패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합니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맘대로 해도 돼'라고 말하는 게 실패할 확률이 적어집니다. 널널한 상사가 되어야지만 일이 돌아갑니다. 이것은 나의 경험칙입니다.
내 도장인 개풍관에서도 방식은 똑같습니다. 내가 관장이지만, 사무는 선임 사범과 서생들에게 전부 맡깁니다. 재정도 한꺼번에 맡겨둠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하나하나 나에게 허가 안 받아도 되니 맘대로 써주십사 말해놓았습니다. '돈이 다 떨어졌습니다' 하고 찾아오면, 다시 꺼내줍니다. 선임 사범이 되었든 서생이 되었든 무슨 업무 지시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이렇게 해야겠다'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밀고 나가주시라는 거예요. 물론, 일하는 품에 대해서 값을 매기지도 않습니다. 월급 액수는 전 인원 동일.
회의도 될 수 있는 한 안 하기로 합니다. 아니 회의를 열기만 하면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하고 말을 꺼내드는 사람이 반드시 나오기 때문에. 한 사람이 시작하면 다들 따라하며, '실은 이거 말고도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는데요...'하고 다투듯 '문제찾기'를 시작합니다. 조직과 집단을 막론하고, '바로 요기가 문제' 하며 얘길 꺼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나는 이런 거 딱 질색입니다. 그래서, 회의를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권한은 여러분한테 위양해 놓았으므로, 문제를 발견했을 시, 그 자리에서 스스로 해결하세요. 그래도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나한테 말하러 오세요. 그때는 내가 해결해줄 테니. 그렇게 말해둡니다.
나는 중앙집권적 하향식 조직이 도무지 효율적이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그런데 뭐든지 합의로 정할라손치면 손이 너무 많이 갑니다. 고로, '여러분께서 자유로이 처리해 주세요' 라고 나의 독단으로 정했습니다. '여러분께서 자유로이'라 하는 개풍관의 기본 규칙을 어떤 회의체도, 어떤 기관도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내 독단입니다. '이제부터는 민주주의로 가겠습니다'라고 독재자가 선언한 꼴입니다. 규칙을 제정한 주체는 규칙 바깥에 물러나 있습니다.
일본국 헌법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공포되었을 당시 헌법에는 '上諭(상유)'라는 게 끼어 있었습니다. 주어는 '짐'으로 시작합니다. 쇼와 덴노가 "추밀원 고문의 자순 및 제국 헌법 제 칠십삼 조에 따른 제국 의회의 의결을 거친 제국 헌법의 개정"을 재가하고, 공포하게 했다는 구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액자틀은 나중에 벗겨져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국 헌법에는 '상유'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헌법 제 1조에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고, 이 지위는 주권 있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바탕을 둔다"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국민이라는 주권자가 덴노의 지위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헌법을 덴노가 발령했다는 말입니다.
조금은 어려운 이야기지요. 그래도 헌법이나 선언 같은 것은 '원래 그런 것'이랍니다. 독립선언에서도, 인권선언에서도, 공산당선언에서도, 초현실주의 선언에서도, 모두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입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사항들을 힘차게, 논리적으로, 또한 격조 높게 말하면,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그 시점에서는 빈말이지만, '채워지기를 바라는 빈말'로서 강한 현실변성력*을 발휘합니다. 보잘 것 없는 현실보다, 많은 사람이 갈망하는 비현실이 더 현실적입니다. 이 또한 나의 경험칙입니다.
(* 현실변성력: 무도가이신 우치다 선생이 지어낸 말 - 옮긴이)
이것저것 쓰다 보니 이상적인 대학에 대해 쓸 지면을 다 써버렸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쓰도록 하겠습니다. (『형설시대』 5월호, 4월 24일)
(2026-08-11 08:06)
글쓴이: 우치다 타츠루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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