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이상 쓰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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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자유와 통제 논쟁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0. 27. 22:25
‘자유론’이라는 논집에 기고를 의뢰받았다. 이런 것을 썼다. 자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미국 이야기부터 하고자 한다. 자유를 논하는데 어째서 미국 얘기를 하냐고 묻느냐면, 우리 일본인에게는 ‘자유는 다루기 까다로운 것’이라는 실제적 감각이 결핍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립 전쟁이나 시민 혁명을 경유하여 시민적 자유를 획득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 자유를 희구하며 싸우고, 다대한 희생을 치러 자유를 손에 넣고 나서야, 자유가 지극히 다루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 방심하고 있다가는 얻은 것 이상으로 더 많이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몸서리쳐지는 경험을 우리는 집단적으로 해본 경험이 없다. ‘자유’는 freedom/Liberté/Freiheit를 번역한 것으로써, 패키지화된 서구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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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허상론 —헌법은 원래 그런 것—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4. 22:43
‘주간 금요일’의 헌법 특집에 조금 긴 글을 기고했다. 헌법기념일이므로 다시금 블로그에 수록한다. 이번 호는 헌법 특집이라고 하기에, 헌법에 대해 갖고 있는 사적 의견을 쓴다. 똑같은 내용을 이미 여러 군데 써왔으므로 ‘이미 알고 있다구’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보는데, 필자가 하는 말과 비스무레한 언동을 하는 사람조차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끈질기게 똑같은 내용을 말하겠다. 헌법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정의란 ‘헌법은 허상이다’는 것이다. ‘허상인 게 당연하다’인데, 조금 위악적으로 말한다면 ‘허상이다 뭐 어쩔건데?’ 가 되겠다. 여러가지 유형의 ‘선언’의 맥락에서 보면, 헌법도 빈말에 불과하다. 단, 그것은 ‘채워야 할 공백을 가시화해나가기 위한 빈말’, ‘비전이 있는 빈말’, ‘현실을 창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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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론』서문 —우리 공동체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30. 22:40
이번에는 ‘후퇴’와 관련한 주제로, 제가 신뢰를 보내고 있는 저자 분들에게 기고를 부탁드렸고, 이 논집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기고 의뢰문을 아래에 싣습니다. 읽어보시고 나면, 이 논집의 간행 의도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쇼분샤의 안도 아키라 씨를 통해 저한테서 편지를 받으신 여러분은 ‘아아, 또 기고의뢰구나’ 하고 곧장 떠올리셨을 겁니다. 이번 기고의뢰는 ‘후퇴에 관하여’라는 주제입니다. 우선은 편집 취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나라 현립 대학 주최로 ‘후퇴학’을 둘러싼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주최자측을 대표하여 대학의 호리타 신고로 선생의 ‘지금 후퇴적 지성의 필요성을 묻는다’라는 발제에 이어서 저와 미즈노 가즈오 선생이 강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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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3. 10. 23:14
미국에서의 자유와 통제 미국 이야기를 하려 한다. 자유를 논하는 마당에 어쩌자고 미국 얘기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 일본인에게는 ‘자유는 다루기 까다로운 것이다’라는 실감(實感)이 희박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독립전쟁이나 시민 혁명을 경유하여 시민적 자유를 획득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 자유를 얻고자 싸우고, 많은 희생을 치르고서 자유를 손에 넣은 뒤, 자유가 극히 다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까딱 잘못하다가는 얻은 것 이상으로 크게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섬뜩해지는 경험을 우리들은 집단적으로는 해본 적이 없다. ‘자유’는 freedom/Liberté/Freiheit를 번역한 것인데, 패키지화된 개념으로써 근대 일본에 수입되었다. 순수 일본어에는 ‘자유’에 상응하는 어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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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화의 교육론> 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2. 25. 22:43
들어가며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이 책은 2020년 여름부터 2021년 3월까지 세 번에 걸쳐 행해졌던 교육에 관한 강연에 대해 펴낸 것입니다. 처음에는 일본 전국을 찾아 현지 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제가 강연을 하고서, 객석의 선생님들과 대화하려는 여행을 기획했었는데요, 아시는 바와 같이 팬데믹 확산 탓에 대면 강연이 어려워져서 투어 계획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고베의 가이후칸(제가 꾸리고 있는 도장 및 학원)에서 강연을 열기로 하였습니다. 10명에서 15명 정도의 청중을 모시고 그분들 앞에서 제가 2시간 정도 얘기를 하고서, 질문 시간을 갖는 방식입니다. 아무튼 '사람들 앞에서 말한다'는 방식은 갖출 수 있었습니다. 청강자 모집, 행사 준비, 녹음, 활자화 등을 모두 도요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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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를 위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2. 07:02
쇼분샤에서 (가제)라는 앤솔러지를 내게 되었다. 편저자는 언제나 그렇듯 본인. 수십 명이나 되는 분들께 원고 청탁 이메일을 보냈다. 과연 몇 분이 응해 주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래가 본인의 원고 의뢰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쇼분샤 안도 아키라 씨를 통해 제 편지를 받으셨으니, '아 이번에도 원고청탁이구나' 하고 여러분은 떠올리셨으리라고 봅니다. 생각하신 대로입니다. 이번에는 라는 주제로 원고청탁입니다. 우선 편집 취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나라(奈良) 현립대학에서 을 중심으로 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대학 측을 대표해 호리타 신고로 선생의 '지금, 수축적 지성의 필요성을 묻는다'라는 모두발언이 있었고, 이어서 저와 미즈노 가즈오 선생이 강연한 뒤, 전원이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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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화의 교육론> 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0. 8. 07: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이 책은 2020년 여름부터 2021년 3월까지 세 번에 걸쳐 행해진 교육에 대한 강연을 활자화한 것입니다. 원래는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현지 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제가 강연을 한 뒤에, 일선 선생님들과 대화의 장을 갖는다는 일종의 여행 기획이었습니다만, 잘 아시는 대로 코로나19 감염증 시국 탓에 대면 강연이 어려워져서 투어 계획은 유야무야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고베에 위치한 개풍관(제가 꾸리고 있는 합기도 도장 및 인문학 학당)에서 강연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0명에서 15명 정도 되는 청중을 모셔놓고, 이분들 앞에서 제가 2시간 정도 강연하고, 질의응답하는 식이었습니다. 어쨌든 ‘면대면으로 말한다’는 형식은 갖출 수 있었습니다. 청강자의 모집, 이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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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화의 교육론> 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9. 23. 07: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은 교육에 대한 강연록입니다. 2020년 여름부터 2021년 3월까지 세 번에 걸쳐 행해졌던 강연을 서적화했습니다. 일본 각지로 찾아가, 현지의 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제가 강연을 하면서 선생님들과 대화한다는 기획이었습니다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강연이 어려워져 전국 투어 계획은 방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3번 전부 고베에 위치한 개풍관(제가 주재하고 있는 도장 및 학원)에서 행해졌습니다. 10명에서 15명 정도의 청중이 와주셔서 그분들 앞에서 제가 2시간 정도 얘기를 하고, 그러고 나서 질의응답을 하는 식입니다. 적은 수였습니다만 아무튼 ‘사람에게 말을 한다’는 형식은 갖출 수 있었습니다. 청강자의 모집, 장소 세팅, 녹음, 문자화 등은 도요칸 출판사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