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지:주간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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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낙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31. 20:47
열흘 정도 입원했다. 병실에 티브이가 있었는데, 티브이를 보는 습관이 없어서 한 번도 켜지 않았다. 신문은 밤낮으로 병실에 반입되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구석구석 읽었다. 그리고 장탄식했다. 정말 아무런 내용도 없구나.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일간지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꼭지도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기사는 없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하나도 쓰여있지 않았다. 음, 어제오늘 사이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는 조금 쓰여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언동이 변했다’든가 ‘지난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정도 내용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1년 전, 혹은 10년 전, 혹은 100년전 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문맥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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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싹, 키보오노 마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30. 13:49
『주간금요일』 독자분이라면 기타큐슈에서 노숙인 및 빈곤가정을 지원하는 ‘호보쿠’라는 단체와 그 대표인 오쿠다 도모시 목사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줄로 안다. 호보쿠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키보오노 마치’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기타큐슈시는 전날 쿠도파라는 조직폭력배가 접수했던 우범지대였다. ‘공포의 거리’였던 것이다. 쿠도파는 해산당했는데, 그 본거지가 해체되면서 그 자리는 유휴지로 남았다. 그 땅을 호보쿠 측이 사들여서, 지원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활짝 열린 ‘키보오노 마치’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오쿠다 목사가 시작하였다. 토지 매입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독지가들에게 기부를 요청했다. 금세 토지 매입에 필요한 차입금을 전액 상환할 수 있을 정도의 기부금이 모였다. 호보쿠 자체 재원 5억 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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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 기초한 사회의 함정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8. 22. 20:34
얼마 전, 모 문학상 심사와 관련된 편집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 문학상은 투고된 작품을 편집자들이 우선 ‘사전 검토’한 후에, 후보작을 추려서 심사위원회에 회부하게 되는 식이다. 응모작이 수백 통 되니만큼 당연하다. 이렇게 예비 심사를 하는 와중에, 어떤 젊은 편집자가 글쎄 어떤 작품을 놓고서 ‘떨어뜨려야겠어요’라며 낮은 평점을 매겼고, 그 이유를 물어보니 ‘주인공에게 공감이 안 돼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라고 한숨을 내쉬며, ‘주인공에게 자신이 공감하느냐 안 하느냐가 문학 작품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놓았으니까요….’라고 필자에게 사연을 전해준 그분에게, 필자 또한 이거 참 큰일입니다 하고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준에선 『악령』이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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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합중국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29. 20:20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사이에 있었던 토론이 마무리되었다. 양측 모두 상대를 비방해 대는 차마 눈뜨고 못 볼 광경이 펼쳐진 가운데,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당당하게 내리꽂는 트럼프라는 상대 앞에서 입바른 팩트에 기초해 반론하지 못하였던 바이든의 쇠약한 모습을 본 미국 유권자들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민주당은 후보를 교체해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들고나왔다. 그러나 지금 당장 대권주자를 선정한다손 쳐도 11월에 있을 대선 일정에 대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세계는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맞게 될지 모른다. 그는 ‘미국 제일주의’를 내걸고서, 전임자의 정책을 대거 갈아엎으면서, 국제 질서 유지에는 부차적인 관심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미국 제일주의’(아메리카 퍼스트)는 트럼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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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는 독립할 수 있을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19. 20:56
방콕에 주재하고 있는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정기적인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지 어언 3년이 다 되어 간다. 일본에 있는 중고등학생보다도 이네들의 국제 감각이 예리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번 시간에는 ‘미국의 분단’이라는 문자열을 대하고서 무엇이 상상되는가를 써 보라고 수강생들에게 사전에 전해놓았다. 리포트를 해 온 15명 중 많은 수는 바이든 트럼프 대선전에 관해 썼다. 개중에 두 사람 ‘텍사스 주의 독립’을 언급한 고등학생이 있었다. 흥미로운 주제로 여겨 ‘텍사스 독립은 가능한가?’라는 화제를 들고 수업을 시작했다. (거의 그것만 다루다가 마치게 되었다.) 금년 4월에 공개된 미국 영화 『Civil War』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연방 정부로부터 19개 주가 이탈하는데,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가 동맹을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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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안보 조약이 사라지는 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18. 18:46
매년 헌법기념일이 되면 호헌 관련 집회*에서 불러주는 일이 많다. 마침, 내가 살고 있는 고베에도 모임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일미 안보 조약이 폐기될 경우 예상되는 일본의 미래’ 이야기를 하고 왔다.ー(* 자국의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음을 골자로 하는 현행 헌법 지지 - 옮긴이) 예전에도 얘기한바, 미국 내부에는 미국의 동맹국과 체결하고 있는 안전보장 조약이 무용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론 폴 의원은 해외 미군 기지의 전면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해외 미군 기지를 유지하기에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정이 있다. 미국에는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킨다’를 기본적인 신념으로 두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이 수천만 명 규모로 존재하고 있다. 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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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존속의 비책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1. 17:32
대입의 계절이 왔다. 필자는 도쿄에 있는 의학 관련 대학의 이사 및 지방 여대의 평의원을 하고 있다. 그런 탓에 계절이 돌아오면 여기저기서 입시 상황에 관한 보고를 듣는다. 살아남는 대학과 벼랑 끝에 몰린 대학 사이의 격차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현시점에서 정원을 충족하고 있는 대학 역시 저출생이 지속될수록, 머지 않아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모처럼 전국 방방곡곡에 질 좋은 교육연구 거점을 세워온 형국이었다. 이를 시장 원리에 맡기고 통폐합해서, 교육 기관의 도쿄 집중화를 내버려두어도 되는 것일까? 근대 일본에서 교육을 충실케 하는 것은 국가적 급무였다. 메이지 시대 말기까지 도쿄, 교토, 센다이, 후쿠오카에 제국대학 4곳을 만들었다. 최종적으로는 타이베이, 경성을 포함한 아홉 제국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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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쟁」 이라는 기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0. 16. 14:28
어떤 언론이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싣고자 하여 이에 관해 필자와 인터뷰를 가지고 싶다고 의뢰를 해 왔다. 필자는 근현대사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약간의 지식밖에는 없다. 그럼에도, 도쿄에서 매년 열리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역대 도쿄도지사가 보내왔던 추도문을, 현임 도지사 고이케 유리코가 보내기를 거절했던 결정은 역사에 대한 그릇된 태도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씀드렸다. 고이케 지사는 추도문을 보내지 않은 이유를 “무엇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인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든다. 하지만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이상,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확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당시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