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지:동양경제
-
동양경제 인터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15. 19:06
ー 지금 미국에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가자 지구 침공에 격렬한 항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은 단순히 가자지구 침공만을 가지고 분노하고 있는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인종 차별이나 기후변화, 혹은 기성세대 등 여러 갈래에 걸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금 당장 좋기만 하면, 나 하나 좋기만 하면 만사태평’과 같은 시야 협착적인 종류의 관점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인구 감소나 기후 변화 등, 장기적 시간 간격 속에서 고찰해야 할 위기에 대해서는 생각하려 들지 않습니다. 세계 어딜 가나 마찬가지 상태입니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어 굉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가가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초조해하..
-
『도쿄 미들기 싱글의 충격』 서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0. 13:06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으레 노동력 부족이나 시장 규모 축소, 연금이나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 등을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시리어스한 측면은 ‘고령기에 들어 사회적으로 고립화한 싱글의 언더클래스화’에 있다. 이 책은 그 터부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예외적인 작업물이다. ‘언더클래스’란 ‘워킹클래스’보다 한층 아래에 위치하는, 생활 보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최빈곤층을 이른다.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며, 사회의 저변에 응축되는 폐쇄 집단이다. 일본에서도 ‘고령자 언더클래스’가 앞으로 대량으로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가도 관료도 미디어도 이 문제를 외면해 왔으나, 높은 확률로 앞으로 일본 사회는 그러한 집단을 떠안게 된다. 지금 미들기(35세~64세)에 있는 싱글들은 머지않아 고..
-
『싱글 인 서울 ー 혼밥하는 ‘라떼’가 온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25. 18:01
『도쿄 중년 싱글의 충격(東京ミドル期シングルの衝撃)』 (미야모토 미치코, 오에 모리유키 엮음) 동양경제신문 출판부의 와타나베 씨한테 새로 나오는 책 서평을 부탁받았으므로 조금 긴 소개문을 썼다. 제목이 살짝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저간의 인구 동태와 지역 커뮤니티 형성을 다룬 견실한 연구이다. 그러나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연구에 관해 극히 최근까지 아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인구 감소에 관하여 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인적자원’ 부족이나 시장 규모 축소, 연금 및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관해서는 얘기한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고령기에 들어가 사회적으로 고립화한 싱글족의 언더클래스>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거북한 얘기를 도마 위에 올린 예외적인 결과물이다..
-
『신 봉건제의 등장: 전 세계 중산층을 향한 경고』 서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1. 21. 19:40
조엘 코트킨 지음, 데라시타 다키로 옮김, 동양경제신보사 펴냄 제목과 같은 신간의 서평을 동양경제온라인 측에서 의뢰하였으므로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책 제목으로부터 두 가지 사항을 유추해낼 수 있다. 하나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봉건제’가 임박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부류가 중산층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필자가 얼마 전에 동양경제 지면상에서 소개한 바 있는 서적 『의식 깨인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기만한다』 와 문제의식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부가 극소수 부유층으로 집중되고, 테크자이언트가 국가의 위상을 차지하고, 좌와 우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이 흥왕하며, 중산층이 몰락하고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등, 이 모든 의제들은 최근 미국에서 출판되는 서..
-
재팬 애즈 넘버 원 시절의 "PHP 연구소" 인사이더의 사정취재 2023. 7. 10. 18:29
(...) 즉, 거품 붕괴 시점까지는 사람들과 주식회사 사이에 밀월기가 존재했다. 그것은, 회사가 사람들의 '살아감'의 한가운데에 있고, 회사원은 회사에 희생적·증여적인 관계를 이행하며, 그에 대해 회사가 답례해 왔던 시대가 지닌 '회사의 에토스'라는 이야기였다. 여기까지 읽고서, 떠올랐다. (...) (...) 나는 환상의 공동체를 알고 있다. (...) 나는 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89년에 최초의 여성종합직으로서 출판사에 입사했다. 신입 연수는 영업(그 회사에서는 그걸 보급이라고 일컬었다만)부에서 보냈는데, 상사와 주위 사람들이 너무나 다정하고, 나 자신을 좋게 평가해 주는 것에 놀란 나머지,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몰랐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흥이 나니 자연스레 정말 열심히 일했던 3개월 동안의 연수..
-
히라카와 가쓰미 <‘답을 내지 않는’ 견식> (야간비행) 서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7. 10. 15:25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 존경해왔던 선배의 망한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 불륜을 해도 됩니까? / 자녀의 진로에 부모는 어디까지 개입할까 / 제도를 한계까지 이용해먹으려는 인간이 껄끄럽다 / '차도남'은 몹쓸 놈입니까? / 길어지는 연명치료를 관둬야 하는가? / 꿈을 포기 못하겠습니다 히라카와 군의 책을 서평했던 일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에는 서평을 썼던 것도 같아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결국,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히라카와 군의 글에 나는 비평적인 말을 썼던 적이 없다는 말이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히라카와 군의 글을 객관적으로 비평한다는 건, 정말로 내게 맡길 일은 아니다. 아무튼, 나와 히라카와 군은 ‘정신적인 쌍둥이’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깨어있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망친다> 서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5. 20. 12:56
(칼 로드 저, 니와타 요코 역, 동양경제신보사, 2023년)의 서평을 동양경제온라인에 기고했다. ‘워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는 익숙지 않은 단어이다. 본서는 이 ‘익숙지 않은 단어’의 의미를 자세히 가르쳐준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도 ‘아 이로군’ 하고 무릎을 탁 치는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이라고 본다. woke capitalism은 일본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woke는 wake(일으키다, 눈뜨게 하다)라는 타동사의 과거분사이다. ‘각성되었다’는 의미인데, 이게 60년대부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종적・사회적 차별이나 불공평에 대해 높은 참여 의식을 가짐’ 이라는 독특한 함의를 갖게 되었다. 그러한 의미로 반세기 정도 쓰여진 뒤, 의미가 역전되었다. 의미를 ..
-
J.S. 밀의 <자유론>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2. 5. 21:16
주간지 ‘도요 경제’가 고전의 재평가라는 특집을 기획했다. 책을 추천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기에, 밀의 을 골랐다. J.S. 밀 (아래 인용은 사이토 요시노리 옮김, 고분샤 고텐신야쿠 문고 펴냄에 의함) [본문 속에서] “인민의 의지라는 것은, 실제로는 인민 가운데 보다 다수를 차지하는 부분의 의지, 혹은 보다 활동적인 부분의 의지를 의미한다. 다수파란, 자신들이 다수파라고 공인받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런 연고로, 인민은 인민의 일부를 억압하고 싶다고 바랄 지도 모르는 탓에, 그에 대한 경계가, 다른 여러가지 권력 남용에 대한 경계와 똑같은 정도로, 분명히 필요한 것이다.” (18쪽, 강조는 밀) “인간이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의 진짜 값어치는, 판단을 그르쳤을 때 그것을 고칠 수 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