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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는 종이었다. (서말당)
나는 오랫동안 널 관찰해 왔어. 너도 카라마조프야. 그것도 완전한 카라마조프지. 피는 못 속인다 이 말이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었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면서 내가 말했다.
"아버지는 나쁜 사람야."
어머니가 우뚝 섰다.
"너 방금 뭐라고 했니?"
"우리 아버지는 나쁜 사람야."
"너 매 좀 맞아야겠구나. 아버지는 좋은 분이다."
"나도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고 싶어."
"빨리 가자."
"엄마는 왜 우리들 옷에 주머니를 안 달아주지? 돈도 넣어주지 못하고, 먹을 것도 넣어줄 게 없어서 그렇지?"
"아버지에 대해 말을 막 하면 너 매 맞을 줄 알아라."
"아버지는 악당도 못 돼. 악당은 돈이나 많지."
"아버지는 좋은 분이다."
"알아."
나는 말했다.
"수백 번도 더 들었어. 그렇지만 이젠 속지 않아."
이 땅에서 바로 이 시간에 '행복하다'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다음 두 부류 중 하나다. 하나는 도둑이고 하나는 바보다.
(故 조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