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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레이 베이>(2018) 영화평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7. 11. 19:50

    영화 <하나레이 베이>(2018) 을 위한 코멘트를 부탁받았다. 2018년 9월에 쓴 것.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반복해 "나는 오컬트적인 현상에 관심을 거의 갖지 않는 인간이다" 라고 쓰고 있다. <도쿄 기담집> 서문에서도 그렇게 밝히고 있다.

    "완전히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게 있어도 별로 상관없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상관 없이, 적잖은 수의 불가사의한 현상이 내 자그마한 인생 이곳저곳에 빛깔을 더하는 것이다."

    '있어 마땅한 것' 이기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는 더없이 빈번하게 유령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적으로는 인생에 색채를 더하기는 하지만, 더는 삼키기 힘든 현실에 불과한 것이었다.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 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겐지모노가타리> 에 나오는 다양한 초현실적인 현상에 대해 그것은 "현실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겠죠?" 라고 질문했다. 가와이는 그 질문에 딱 잘라 "그런 건 말이죠, 전부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대답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이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가와이의 이러한 단정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등을 떠민 한 마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대담 이후의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는 '초현실적인 현상' 이 명백히 <겐지모노가타리> (보다 직접적으로는 우에다 아키나리의 <우게쓰 이야기>의) '색채' 를 짙게 품고 이야기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레이 베이> 를 포함한 <도쿄 기담집>은 '무라카미 하루키 판 <우게쓰 이야기> 라고 읽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레이 베이> 에는 그러므로 유령이 나온다. 그러나, 이 유령은 <우게쓰 이야기> 의 사령이나 생령들과는 상당히 모습이 다르다.

    그는 특히 현세에 강한 집착을 남기지 않으며, 누구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그가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가운데, 그가 은밀히 경의를 품고 있는 야생의 힘에 의해, '자연의 순환 가운데 돌아갔다' 는 것이다. 아마도 그다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을 맞아 특별히 말해야 할 것도 없이' 죽는 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런 죽음이다.

    이 '옅은 집착' 에 의해 살아남은 자들은 미묘하게 초조해진다. 이것이 이야기의 '주제' 라고 하면 주제다. 메시지를 남기지 않고 죽은 사람에 대한 남은 이들의 당혹.

    '좀 더 살고 싶었다' 고 한다면 살아있는 자는 '네 몫까지 살아줄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해야 할 일이 있다' 고 말하면, '내가 대신해 이뤄줄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떠나버린다면 살아남은 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무엇을 해준다면, 무엇을 말해준다면 죽은 이를 '공양'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알지 못한다.

    10년 동안 하나레이 베이를 오간 뒤, 드디어 나타난 유령은 모친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모친의 곁에 선 채 모친이 아닌 바다를 보고 있다. '딱히 당신에게 바라는 것도 없고, 말하고 싶은 것도 없다' 라는 것이 10년 간 아들이 죽은 장소를 다니며 '공양' 한 모친에게 전하는 죽은 이의 메시지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정도로 잔혹한 것이 없다.

    미시마 유키오 작품 <풍요의 바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쓰가에 키요히코의 기억을 부정당한 혼다 시게쿠니는 "기억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 나는 오고 말았다" 라는 통절한 각성을 한다. '유감을 남기지 않은 영혼' 은 현세의 인간에게 어떤 것도 남기지 않는다. 살아 있다는 자각조차 남기지 않는다.

    <하나레이 베이> 는 도회적이며 경쾌하고 교묘한 외견을 하고 있는 것과는 정 반대로, 매우 잔혹한, 영혼에 대한 이야기다.

    (2020-07-11 12:44)

    저자 약력
    우치다 다쓰루
    1950년생. 사상가, 무도가.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화하는 세상>, <거리의 한일론> 등.

    출처: http://blog.tatsuru.com/2020/07/11_12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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