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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읽기) AI, 도시, 서울
    인용 2024. 11. 9. 15:22

    《농업 노동자에 대해서 가장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도시 노동자에 이어 철도 부설, 광산 노동자 등 이동 노동자, 구빈원에 매달리는 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긴 쪽수를 할애하여 농업 노동자들의 생활에 대한 보고를 인용하였습니다. 그것은 “자본제 생산 및 축적의 적대적 성격이 가장 잔인한 형태로 실증된 것은 영국 농업(목축 포함)의 진보와 영국 농업 노동자의 퇴보에서”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농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대토지를 소유한 지주는 자신의 토지에 대해서는 인구 삭감에 유의합니다. 구빈세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농사를 짓기 위한 일손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농업 노동자들은 인접한 ‘개방 촌락’으로 내몰리고, 그곳에서 ‘출퇴근’해야 합니다. 인접이라고는 해도, 그곳은 노동자들이 매일 중노동을 해야 하는 소작지에서 3마일이나 4마일이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방 촌락에는 땅 주인이 좁은 땅에 판잣집을 짓습니다. 바로 “열린 전원으로 통하면서도 최저의 도시 주택이 가진 최악의 특징을 갖춘 비참한 주거”입니다.

     

    (…)

     

    농촌 노동자의 몰락은 농업의 근대화로 인해 야기되었습니다. 대규모 관개시설의 조성, 증기기관의 도입, 화학비료의 사용, 집약농업으로의 전환 등이 근대화의 특징입니다. 물론 근대화로 인해 토지의 생산성은 극적으로 향상됩니다. 그리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노동자의 수는 감소합니다. 농지에 대한 투자가 늘고 농업 생산이 증대하며 자본가의 부가 팽창함에 따라, 농업 노동자의 절대적 숫자는 감소하고 그 생활 수준은 열화해 갑니다.

     

     

    《농지의 생산성이 높아졌는데도 농업 노동자들이 가난해진 이유》

     

    그런데 왜 농지의 생산성이 올라가면 농업 노동자는 가난해지는 걸까?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마르크스는 이 부조리한 과정에 대해 자본의 본원 축적으로부터 단서를 찾아냅니다.

     

    열쇠가 되는 것은 인구의 움직임입니다. 농업 노동량이 일정하고 노동자의 수만 증감하는 경우에는 노동자가 늘어나면 임금은 내려가고, 줄면 올라갑니다. 이치상으로는 그렇게 됩니다. 반대로 노동자 수가 일정하고 작업량이 증감하는 경우에는 작업량이 늘어나면 임금은 오르고, 작업량이 줄어들면 임금은 내려갑니다. 이것도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 ‘이치로는 당연’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일이 있는 곳에는 인원이 부족하고, 일이 없는 곳으로 사람이 몰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어났다기보다는 그런 인구 쏠림이 인위적으로 조작됐습니다. 이 인위적으로 창출된 인구의 편중이 자본의 본원 축적을 낳습니다.

     

    (…)

     

    마르크스가 여기서 쓴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모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한 장소에서의 ‘노동 인구의 과잉’과 다른 장소에서의 ‘노동 인구의 부족’이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것, 이것이 자본의 본원 축적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중요한 기점입니다. 이 자체는 단지 인구의 쏠림일 뿐, 어떤 의미에서도 생산이 아닙니다. 아직 어떠한 잉여가치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조작을 통해 자본가가 노동자가 창출하는 가치를 착취할 수 있는 자본제 생산 과정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노동자들은 왜 자신들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다른 사람들의 부를 생산하며, 자신의 노동 생산력이 향상됨에 따라 자본의 증식 수단으로서의 자신들의 기능까지 자신들에게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가 하는 비밀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 사이에서 행해지고 있는 경쟁의 강도가 철두철미하게, 상대적인 과잉 인구의 압력에 의한 것임을 발견한다.

     

     

    『되살아나는 자본론』 8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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