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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원통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6. 13. 14:12
5월에는 하구로에 찾아가서, 호시노 후미히로 센다쓰[先達]를 중심으로 우치야마 다카시 씨, 후지타 잇쇼 법사와 필자 이렇게 넷이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6년째다. 야마부시[山伏]와 철학자, 운수승(雲水僧), 그리고 무도가가 한패를 이루니만큼, 언제나 엄청나게 이상한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역시 이상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우리의 심포지엄에 앞서 태고의 달인[和太鼓] 하라다 요시코 씨의 신내림 의식이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큰북의 리듬과 호흡의 리듬이 딱 들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필자가 맨 처음으로 발언하게 된 참이니만큼, 우선 이 큰북에 관하여 서두를 떼었다.
인간은 이런저런 도구를 자기 신체와 닮은 꼴로 창조해 낸다. 그렇지 않으면 다룰 수조차 없다. 팔이 여덟 개 달린 로봇이라든가 아메바 모양의 통조림 따개 같은 걸 떠올려 보았자 써먹을 수가 없다.
인류가 처음으로 손에 넣은 악기는 타악기임이 틀림 없다. 태고의 인류는 자신의 신체로 하여금 ‘속이 빈, 공기가 통하여 나가는 원통과 같은 것, 이를 두드리면 진동이 생겨난다’는 식으로 바라본 게 아닐까? 따라서, 그러한 신체상에 뿌리를 두고서 최초의 악기를 만들어냈다. 어째선지 그런 느낌이 든다.
필자가 수행하러 다녀서 소상히 알고 있는 이치쿠카이[一九会]에서는 ‘하라이’ 의식이란 걸 한다. “토호카미에미타메”라는 축사 단 하나를 목이 쉴 때까지 외는 것이다. 계속 외고 있으면, 의식이 몽롱해진다. 그리고 스스로 무언가 외부에 존재하는 강한 힘의 ‘통로’나 다름없는 빈 구멍과 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목소리가 작아지면 도승에게 등을 힘껏 얻어맞는다. 이때는 정말이지 타악기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인간의 신체를 타악기와 같이 가늠하여, 거기에 강력한 날숨을 통하게 함으로써 부정*을 재계**하는 수행의 형식이란 추측건대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타악기가 신체적 원형상을 외면화한 것이라면, 인간이 자기 인식의 원점으로 회귀하고자 할 때 자기 몸을 ‘원통형의 공동’과도 같이 두고자 하게 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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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穢れ; 국문 不淨; 영어 miasma
** 원문 祓う; 국문 齋戒; 영어 ablution 등. – 옮긴이
머릿속에 떠오른 이런 내용들을 말하게 되니 한도 끝도 없다. 그러고 보면 무도에서 말하는 ‘체간’이라든가 ‘체축’이란 게 있다. 그러한 부위가 존재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야생의 강대한 에너지가 지나가는 길’을 의미한다. 이것을 어떻게든 ‘줄기대’나 ‘중심선’ 같은 어휘로 표상한다는 건, 무도 역시 ‘신체는 원통’이라는 원형상에 뿌리내린 체계라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까지 오고 보니, 이하 간화선은 가면 갈수록 진기묘절해졌다. (주간 AERA 5월 14일)
(2024-05-29 10:11)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참고자료】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 또 집짐승과 모든 들짐승과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모든 길짐승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 피아노의 타악기적 요소를 활용하곤 했던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전쟁 소나타」
△ 바람이 지나는 길 - 이웃집 토토로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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