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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살아갈 고3 학생들에게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6. 3. 16:46

    고등학생 입장에서 ‘인구 감소’라는 문자열을 접한다 해도, 확 와닿는 반응이 나올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네요. “출생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마련이지요” 하는 범위 이상에 속하는 담론에 대한 상상이 안 갈지도 모릅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출생율은 72만 6천 명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습니다. “아, 그래요?” 하고 말 그럴 숫자가 아닙니다. 정말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러한 추세로 출생률이 계속 줄어들면, 5년 후에 출생수는 51만 명이고, 10년 후에는 38만 명 됩니다. 나는 1950년에 태어났는데, 이때 출생수가 234만 명이었어요. 제 어렸을 적 시대의 학교 풍경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거라는 건 여러분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 이제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연금제도나 건강보험제도는 유지될 수 있는가,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등, 미디어에서는 의논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험생에게 있어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아무래도 대학입니다.

     

    인구 감소 사회가 되어 수험생에게 유리해질 점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상대적으로 간단해지는’ 겁니다. 대학이란 게 입학 정원을 그렇게 쉽게 줄일 수는 없는 법이거든요. 출생수가 5.8% 줄어드니까 정원도 5.8% 줄이면 되겠거니 하는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학은 미달난 학부나 학과를 떠안게 됩니다. 대학이 그렇게 되고 보면 이제 손쉽게 입학이 가능합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낭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불리해질 점도 있습니다. 그건 정원을 충족하지 못한 학부와 학과를 떠안은 대학이 언젠가 폐교될 수 있는 위험성입니다.

     

    이웃 나라 한국에서는 이미 대학 폐교가 일상적인 뉴스거리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울 부근 말고는 훗날 고등교육기관의 대부분이 사라지는 나라가 되는 것이지요. 일본 역시 위와 같은 상황을 방치해 두면, 그렇게 됩니다.

     

    물론 입학하고 나서 그 대학이 재학 도중에 폐교되는 일은 없습니다. 졸업할 때까지 학습권은 보장되거든요. 그러나 졸업하고 나서가 문제입니다. ‘졸업한 대학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대학 나오셨나요?’ 하는 질문에 ‘대학이 없어졌는데요…’ 라고 대답하게 된다면, 그건 아마 엄청 가슴 아픈 일일 겁니다.

     

    그러므로, 이제 수험생으로서는 ‘손쉽게 간단히 대학에 들어갈 메리트’와 ‘폐교된 학교의 졸업생이 될 디메리트’를 비교・고량(考量)하여 진학처를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골치 아픈 이야기이지요?

     

    인구 감소가 지속되게 되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태가 여럿 발생합니다. 생산 연령 인구가 줄어들고, 시장이 축소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온갖 산업 분야가 소멸합니다. 이때, 어느 업계가 언제 어떻게 소멸할지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이제까지 수행해 왔던 직무 가운데 AI가 무엇을 대체할 수 있을지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의료계나 변호사 업무의 상당 부분이 AI로 대체될 걸로 예측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외과 같은 경우 이미 로봇이 대리 수술하고 있습니다.) 자율 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운전사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질 걸로 예측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차라리 그냥 AI를 도입하는 것보다도 저임금 노동자를 부려 먹는 게 싸게 먹힐 테니 육체노동은 안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규모 고용 소실이 일어나면 사회를 지탱할 수 없으므로, 기술 개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자는 과학 기술 억제주의(techno-prudentialism) 역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미래는 안개 속과 같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가 되었든 ‘미래는 안개 속’만 같았는걸요. 제가 한창일 때에는 ‘언제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일지 모른다’는 식의 불안한 미래 예상이 일상적이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인구감소 같은 건 태평천하라면 태평천하입니다. 그렇게 웃어넘기다시피 해야지만 비로소 마땅한 지혜가 떠오르는 법입니다. 진짜로요. (「형설시대」 4월호)

     

    (2024-05-26 17:08)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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