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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신은 한다"? "유신은 필요 없다"!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3. 5. 15:31

    어떤 신문에 종종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이런 글을 썼다.

     

     

    어떤 잡지로부터 '오사카에서는 어째서 <일본유신의 회> 정당의 지지세가 이렇게나 높은 걸까요?'라는 취재를 받았다. 같은 질문을 10년도 훨씬 전부터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그때마다 대답이 궁해진다. 유신은 지방자치 면에서 실정을 거듭하고 있으며, 소속 당원이 일으키는 불상사 역시 끊임이 없는데도 선거만 치렀다 하면 압승을 거두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오사카부는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간판 정책인 오사카도 구상은 주민투표에서 두 번 부결됐다. 총연장 2킬로미터 '도톤보리 풀장'에서 장거리 수영 세계 선수권 대회를 개최할 경우 그 경제적 파급 효과가 '도쿄올림픽을 뛰어넘는다'라고 사카이야 다이치 씨는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자금 동원에 난항을 거듭한 끝에 80미터까지 축소되었으며 이마저도 결국 취소되었다. 학교와 병원의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공립학교와 의료기관은 지금껏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이에 더해 관리를 강화한 결과 교직 지원자는 격감했으며 학급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공영 버스 인건비 삭감은 하시모토 시장이 맨 처음 단행했던 '공공기관 길들이기'였다. 그 결과 운행에 투입될 기사의 인력난과 버스의 운행축소, 노선폐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내년으로 예정된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도 어쩌면 역사적 실패로 귀결되어 막대한 재정 부담을 주민들에게 남길 가능성이 크다.

    어느 시책을 둘러보든 시민과 부민 그들이 수익자인 행정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불러일으키는 것들로만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의 유권자들은 유신에 압도적인 지지를 연거푸 안겨주고 있다. 어째서들 그러는 것일까?

     

    그 일이 일어난 지 벌써 17년이 되었다. 하시모토 도오루 씨가 오사카부 지사로 출마했던 시절, 고베여학원 대학 연구수업 수강생들에게 '하시모토를 찍을 거냐?'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12명 가운데 10명이 '표를 던지겠다'고 응답했다. 이유를 재차 물어보니 '감정 표현이 솔직해서' '언동이 비논리적' '동네 미덥지 않은 오라비 같아서 친근감이 든다'* 하는 대답이었다.

    (* 오사카 부근은 예인들의 기운이 성하다. - 옮긴이)

     

    오호라. 자신들을 대표하는 자를 세울 적에 그 대표자는, 자신들보다 지성과 덕성에 있어 탁월한 사람이 아닌, '자신들과 같은 수준의 인간'이 어울리는 법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확실히 민주주의의 오묘한 진실이 거기에 담겨 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통해 미국의 제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성정은 포악하며, 능력은 중간 정도는 간다. 그의 경력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건대, 자유로운 인민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자질을 그가 갖추고 있다고 증명할 근거가 전무하다". 한없이 냉정한 평가에도, 그런 잭슨 장군을 미국인들은 거듭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민중은 습관적으로 그들의 권력을 위임할 인간을 선택하는 데 큰 잘못을 저지르곤 한다"라고 토크빌은 쓴다. 하지만 '그래도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문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상반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만약 민중과의 이해관계가 상반된다면, 지배자가 덕이 있다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고, 재능은 독이 될 것이기에."

    탁월한 정치 능력의 소유자이자 덕성 있는 통치자는, 설령 그게 민중의 뜻에 반한다 할지라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단행할 수가 있다. 실제로 그 능력을 행사할는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덕성과 재능에 있어 민중과 수준이 같은 인간을 통치자로 뽑는 게 안전하다. 그들은 유권자의 뜻에 반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단행할 턱이 없을 터이다. 도리어 '이런 걸 한대도 바람직한 결과는 나오지 않'음을 뻔히 알고 있어도, 유권자가 그걸 좋아하면 한다.

    이상은 포퓰리즘 정치의 본질을 꿰뚫은 탁견이다.

    오사카의 유권자들은 토크빌적인 의미에서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기적이고, 거짓말하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건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다. '누구나 다 하는 걸 하는 정치가'야말로 민중의 대표로 딱 맞는다는 게 논리적으로는 올바르다.

    과연 오사카의 이런 '민주주의'는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필자는 깊은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다.

     

    (2024-01-29 17:30)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출처: http://blog.tatsuru.com/2024/01/29_17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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