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일부 문약文弱한 젊은) 남자들이여
    인용 2024. 1. 21. 21:09

    내가 말하건대, 사지를 활짝활짝 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있고, 좀 더 발꿈치를 들지 않고서는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세상에는 널려 있는 법이다. 근데 쭈그려서 개사료나 받아먹는 자식들이 ‘내 가치관대로 살 테니 내버려 두쇼’ 라고? 이게 무슨 개소리냐? 이놈들아, 너희 그렇게 살다가 진짜 큰일나는 수가 있다! 세상 어떤 일에든 카스트가 있는 법이고, 상층과 하부는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야. 네놈들은 어디냐고? 밑바닥이야.

     

    - 무로이 히로시室井尚 (출처)

     

     

    누군가 너를 꽃미남으로 치켜세우거나 귀엽다고 쓰다듬으면 조금도 기뻐하지 마라. 너를 여성스럽게 길들이는 사람이나 환경을 단호히 거부해라. 너를 나약하고 여리게 만드는 자는 틀림없이 다른 불순한 목적을 숨기고 있다. 네가 부드러움 속에 숨긴 책임감과 의로움과 의지를 알아보고 인정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그와 벗하고 연대해라.

     

    - 임태주 시인 (출처)

     

     

    나는 모든 일에 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이 생겼고, 그 때문에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자주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에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사람들에게 적잖이 시달려야 했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에게 그런 특성이 나타나면 재빨리 알아차리고 달라붙게 마련이다. (…) 나는 이제 더 이상 특권을 지닌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오만하게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오직 이 책에 이름을 제공해 준 개츠비만이 내가 이러한 식으로 반응하지 않은 예외적인 인물이었다 (…) 그는 마치 15000킬로미터 밖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감지하는 복잡한 지진계와 연결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삶의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한 민감성은 ‘창조적 기질’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는 그런 진부한 감수성과는 차원이 달랐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녹음은 그저 그랬다. 이교수는 긴장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른 초대 작가는 만 삼십 세의 전업 소설가였는데, 내가 던지는 질문을 자기 글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1부는 영 어색하게 마쳤다. 2부에서는 다급해진 내가 그 작가의 작품에 대한 칭찬을 B-29 폭격기*처럼 퍼부어서 분위기를 겨우 수습했다(단언컨대, 그 정도로 좋은 작품은 아니었다).

     

    (…)

     

    종이에 적힌 생년월일을 슬쩍 훑어보니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1990년대생이었다. 80년대생조차 몇 사람 없었다. 70년대생은 우리 둘뿐이었다. (…)

     

    “아까 그 작가분은 자격지심이 좀 있는 것 같았죠?”

    이교수가 침묵을 깼다.

    나는 웃으며 대꾸했다. 문학계, 아니 문화계 언저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라고. 스스로를 인정받지 못한 젊은 천재라고 여기는 예민한 타입…… 아아, 넘어가자.

    “상처받고 섬세하고, 뭐 그런 것도 좋은데, 그 친구는 싸가지가 부족해 보이던데요.”

    이교수가 말했다.

     

    이교수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 중에도 그런 치들이 있고, 점점 비율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의 대화는 어째 ‘요즘 젊은 것들’ 운운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게 다 젊은 세대가 내적 자존감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자신들이 별 볼 일 없는 존재 아닌가 스스로도 두려운 거죠……

     

    - 장강명, 「사이보그의 글쓰기」

     

     

     

     

    덕행과 지혜와 학술과 재지가 있는 사람은 항상 마음의 병이 떠나지 않는다. 오직 임금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신하와, 어버이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서자[孤臣孼子]만이 그 마음가짐이 늘 조심스럽고 환란을 염려함이 깊기 때문에 사리에 통달하게 된다.

     

    - 『맹자』 「진심 上」

     

     

    진리는 공기 중에 떠다닌다. 가장 감수성 강한 두뇌는 그것을 먼저 선언할 것이고 그러면 잠시 뒤에 모든 사람이 그것을 받아 선언한다. 그래서 감수성 강한 여인들은 다가오는 시간의 가장 좋은 지표다. 또 시대정신이 강하게 스며든 위대한 남자도 감수성이 강하다. 그는 빛에 반응하는 요오드처럼 신경질적이고 섬세하다. 그의 정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올곧은 이유는 아주 정밀하게 평형을 유지하는 바늘만이 잡아낼 수 있는 미세한 진동도 잡아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실마리가 있다면 생각은 그것을 따라가 드러낼 수 있다. 특히 영혼이 유순하고 재빠를 때는 더욱 그렇다. 초서는 그러한 예지에 대하여 이렇게 노래한다.

     

    적절한 모습을 갖춘 영혼이

    사람들 생각처럼 완벽하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도 알리라

    그리하여 암시나 상징으로 모험을 알리리라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 육신은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구나

    그저 어슴푸레 경고받는 데 그칠 뿐.

     

    어떤 사람들은 각운, 우연의 일치, 조짐, 주기성, 예감 등이 발달한다. 그들은 자신이 찾아다니는 사람을 만난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줄 말도 먼저 그들에게 말한다. 백 가지 조짐이 그들에게 장차 벌어질 일을 미리 알려준다.

     

    - 랄프 왈도 애머슨, 『자기 신뢰』

     

     

    충군애국이라는 글자는 철학적으로 풀어내면 순수한 인류의 사정(私情)이지만, 오늘날 세계 상황으로 보면 이를 미덕이라고 칭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철학적 사정(私情)은 입국(立國)의 공도(公道)가 되고 (…) 이것을 속되게 말하면 ‘허리띠 졸라매기’(오기 부리기)이다. 강대국과 대치하였을 때에 약소국의 백성이 취할 길은 이것밖에 없다. 오기라도 부리지 않으면 약소국에는 서야 할 발판이 없다.

     

    - 후쿠자와 유키치, 「痩せ我慢の説」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에서 재인용)

     

     

    내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 고통과 도전보다는 넓은 부엌이 더 큰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지도층의 속물적 태도 때문에 쇠락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어쩌면 토크빌도 미국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바로 그와 같은 점을 염려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사적인 삶의 사소한 집착들 속에서 야망이 힘과 위대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인간의 열정은 더 온건해지면서 동시에 더 저속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사회는 일상적인 측면에서 더 조용해지겠지만,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야망을 잃을지도 모른다.”

     

    (…)

     

    여론 조사 결과가 분명하게 보여 주듯이, 우리는 공적인 제도와 많은 사적 제도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우리는 정부 활동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타락한 냉소주의로 바꾸었다. 우리는 부끄러운 정치적 관행들과 정책들에 대해서도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국가적 삶은 위축되었고, 우리의 공공정신은 냉소주의로 훼손되었으며 위대한 것을 성취하는 우리의 능력은 무반응으로 약화되었다.

     

    (…) 보보들은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그들은 사회에서 가장 좋은 교육을 받은 집단이고, 가장 풍요로운 구성원들이다. (…) 전후 지배계층이 했던 일을 해야 한다. 공적인 봉사 정신을 개발해야 한다. 딘 애치슨, 존 매클로이, 조지 C. 마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같은 사람들이 그러하였듯이 축복받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며, 공적인 봉사는 속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봉사라고 생각해야 한다.

     

    - 데이비드 브룩스(2000; Simon&Schuter), <보보스: 부르주아이자 보헤미안인 사람들>, 이가을 옮김(2023; 펜슬프리즘), 389~392.

     

     

    브라운대학교의 인류학자인 러츠는 해외 미군 기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지들 대부분이 외부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관찰했다. 병사들이 근방의 소도시와 마을에서 교실 수리나 치과 치료 등의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외견상 이유는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 개선이었지만 그 측면에서는 별 효과가 없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프로그램은 계속 유지되었다. 병사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봉사 활동에 대해 나중에 설명하면서 황홀한 기분을 맛보는 병사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내가 군대에 들어간 건 그것 때문이야.” “군 복무의 진정한 목표가 여기 있어, 그냥 나라를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돕는 일 말이야.”

     

    - 데이비드 그레이버, <불쉿 잡>, 414.

     

     

     

    ====

    (* 인용자: B-29 폭격기 관련. 제가 해석하기로 장강명 소설가는 의도적으로 이 단편에서 어떤 일본 작가 문체를 채용하였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B-29 폭격기는, 구로야나기 테츠코 여사의 <창가의 토토>를 통해 알려진 인상 깊은 오브제라고 볼 수도 있으며, <토토>는 한때 한국에서 대단히 많이 읽힌 적이 있음을 밝힙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