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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사회 경제적 구조는 그 구성원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게끔 그들의 사회적 성격을 형성한다. 그와 동시에 사회적 성격은 사회의 사회경제적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구조에 더 확고한 안정성을 부여하는 시멘트로서 작용하든가, 아니면 특별한 경우에는 사회구조를 때려부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이너마이트로서 작용한다.” - 에리히 프롬
“그 고립은 지금 어디든 군림하고 있고, 특히 우리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만, ...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개인성을 최대한 분리시키려 애쓰며 자기 자신 속에서 삶의 충만함을 맛보고자 하지만, 그런 모든 노력으로부터 얻게 되는 결과는 삶의 충만함 대신에 완전한 자살일 따름인데, 이는 자기 존재를 완전하게 규정하려다가 오히려 완전한 고립으로 빠져들기 때문이지요. 우리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개개의 단위로 분리되어버린 까닭에, 각자 자신의 동굴 속에 고립되어 각자 다른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몸을 숨기고, 가진 것을 숨기고, 그러다 결국엔 자신도 사람들로부터 내쳐지고 자기 자신도 사람들을 내치게 됩니다. 고립된 채 부를 축적하면서, 나는 이제 얼마나 강한가 또 얼마나 든든한가 하고 생각하지만,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자살이나 진배없는 무력함 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이 정신 나간 자는 알지도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기 하나에만 희망을 거는 데 익숙해져서 전체로부터 자신을 하나의 개별 단위로서 분리시키고는 사람들의 도움도 사람들도 인류도 믿지 않도록 자기 영혼을 길들여놓은 탓에, 그저 자신의 돈과 그 돈으로 획득한 자신의 권리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할 뿐이니까요.”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목테수마는 무엇보다 전사였으며, 모든 전사들은 도박꾼이다. 그러나 코르테스와 달리 그는 분명히 어느 모로 보나 명예로운 사람이었다. 우리도 보았듯이, 전사가 생각하는 명예의 핵심은 오직 다른 전사들의 파괴에서 비롯되는 위대함이며, 또 자신이 파괴당할 수 있는 위험을 향해 과감히 목숨을 걸면서 코르테스와 달리 규칙을 지키며 정당하게 게임에 임하려는 의지이다. 그 시간이 왔을 때, 그것은 곧 모든 것을 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난 5세기 동안 세계 인구 중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스페인 정복자나 다름없는 존재로 만든 거대한 부채 기계는 곧 사회적, 생태적 한계에 도달할 것 같다. 스스로를 파괴하려 드는 자본주의의 뿌리 깊은 속성 때문에 지난 반세기 동안에 세상은 몇 가지 파괴의 시나리오 쪽으로 착실히 다가가고 있다. 이런 치명적인 성향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고 믿을 근거는 절대로 없다. 지금 진정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모든 것의 속도를 다소 누그러뜨리면서 사람들이 일을 더 적게 하고 삶을 더 알차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근면하지 않은 가난한 사람들을 칭찬하는 말로 이 책을 끝내고 싶다. 적어도 그들은 아무도 해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내면서 인생을 즐기는 한, 그들은 아마 이 세상을 우리가 인정하는 그 이상으로 향상시키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을 지금과 같은 자기 파괴적인 성향이 없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구현하고 있는 선구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하는 것을 피해 왔지만, 책을 끝내면서 딱 한 가지만 제안하고 싶다. 내가 볼 때 성경 속의 희년(禧年) 정신 같은 것이 오래 전부터 필요했던 것 같다. 국제 부채와 소비자 부채 둘 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희년 정신이 유익할 것이다. 인간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부채, 첫 5, 000년의 역사 : 인류학자가 고쳐 쓴 경제의 역사 /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 정명진 옮김 (pp. 628; 684.)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라. 서로간의 사랑과 애정을 빼고는.” - 성경 신약 로마서
“And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 - 레넌 & 매카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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