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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신의 회에 관한 설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4. 18. 22:30
출처: http://blog.tatsuru.com/2020/04/18_1350.html
어느 일간지로부터 오사카에서의 유신회 인기에 관한 앙케트를 받았다. 설명이 필요해서 길게 답변을 썼지만 지면에 실리는 내용은 1/10정도여서 오리지널을 게재해 둔다.
Q1. 오사카 유신의 회가 세워진 지 1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초에는 하시모토 도루 씨의 인기에 기대고 있었다는 면을 부정할 수 없었지만, 2015년에 하시모토 씨가 나간 후에도 높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히라마쓰 구니오[平松邦夫] 시장 시대에 오사카 시의 특별 고문을 맡으셨던 우치다 님께서 보시기에 하시모토 씨가 없는 유신회가 이렇게까지 지지를 얻을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사카 사람에게 물어보면 어쨌든 유신회 의원들은 '가가호호 선거[どぶ板選挙]' 에 투철해서 지역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점에서 다른 당에 비해 탁월하다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가가호호' 라는 것은 자민당이 시작해서 다른 당도 하고 있는 것이므로 거기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시 유신회의 이데올로기가 오사카 사람들에게 넓게 호감을 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것이 일종의 '자유지상주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오사카 사람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봤을 때 '자유지상주의자' 기질이 농후한 것처럼 보입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親方日の丸]' 적인 발상을 하지 않아요. '위에서 뭘 좀 해 봐라' 라는 사고방식이 희박합니다.
오사카는 발생적으로도, 무사의 도시가 아니라 상인[町人]의 도시여서 선착장의 경제력이 오사카 시를 만든 것이예요. 가이도쿠도[懐徳堂]도 데키주쿠[適塾]도 (둘 다 개화기 사설 학당 -역주) 상인들이 자력으로 세운 것이고, 분라쿠[文楽]도 가미가타마이[上方舞]도 민중 예능입니다. '자신의 것은 자신이 어떻게든 하니까 윗선은 간섭하지 말길 바라.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손에 넣으니까 공공의 지원같은 건 필요 없어' 라는 사고방식이 전통적으로 뿌리 내리고 있어요.
그러므로 당연히 '작은 정부' 주의가 됩니다. '공무원 감원'에는 무조건적으로 찬성합니다. 대학이나 병원, 도서관이나 미술관 같이 시민 자신이 수익자인 공공적인 서비스에 대해서조차 '세금 낭비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바로 찬성해요.
유신회가 열과 성을 다해 온 것은 이런 오사카 사람의 자유지상주의자적 기질에 편승해 '공공재를 무너뜨리고' '공공재를 민영화로' 였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공공재를 '사회적 공통 자본'이라고 부릅니다. 상하수도, 교통망, 통신망, 인프라, 교육, 의료, 사법 등이 거기에 해당합니다만, 이것은 본래 공동적인 것으로 전문가가 전문적 지식을 기반으로 정치 이데올로기와도 시장과도 관계 없이 관리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유신회는 이 사회적 공통 자본을 민간에게 이관하는 데에 지극히 열심이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가 그것을 요청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재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을 공동적으로 유익하게 하는 것이니 영리적 효용 가치는 없습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예를 들어 물이나 의료나 교육) 은 될 수 있는 한 품질 좋은 것을, 될 수 있는 한 싼 가격으로 (될 수 있는 한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 사회적 공통 자본의 사고방식입니다. 전문가가 관리하는 탓에 비용 의식이 거의 없어요. 그러므로 공공적인 분야를 보면 그 기구나 제공하는 서비스에 확연히 낭비나 오버 스펙, 비용절감 의식의 결여가 여기저기 보이는 거예요. '수익의 최대화' 라든지 '비용 삭감' 라는 것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대단히 화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공공적인 사업은 민간에 이관하는 편이 낭비도 없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추론 자체는 틀린 게 없습니다.
딱히 지금 시대에 하기 시작한 얘기도 아니고 16~19세기 영국의 '울타리(인클로저)' 라든지 '공공재의 사유화'가 자본주의의 기본입니다.
이제까지 주민들이 공동적으로 이용하여 느긋하게 소나 양을 먹이거나 식자재를 재배하는 '공유지(common)' 를 자본가가 사들여서 사유화 한 것입니다. 산 쪽은 토지에 투자한 것 뿐이니 그 토지로부터 어떤 이익을 올릴까를 생각합니다. 당연히 생산 기술도 발전하고 생산성도 오릅니다. 이렇게 해서 농업혁명이 일어납니다 (그 탓에 자영농들은 몰락해 도시의 저임금 노동자가 되어 산업혁명의 노동력을 제공하게 되니까 자본주의적으로는 '노림수' 입니다). 즉, 자본주의의 논리를 좇으면 '공공재는 공공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사유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수익이 난다'라고 하는 게 영원한 진리인 것입니다.
유신회가 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현대의 <인클로저 운동>' 입니다.
이제까지 주민들이 공동적으로 소유하고 관리했던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것으로 '수익을 낸다'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익'이란 그저 공공재를 손에 넣은 자본가의 수익이고, '공유지' 본래의 공동 소유자들은 재산을 빼앗긴 것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거기에 저항하지 않았어요. 세상은 그런 식으로 생겨먹은 거지 하며 얌전하게 받아들였어요. '누군가의 소유인 어떤 재산이 이익을 내는 것은 단적으로 옳은 일이다' 라는 자본주의의 이념을 이미 사람들은 내면화한 것입니다. 자신이 가난뱅이가 되어도 수탈당해도, 자본주의가 번영한다면 그것이 역사적 필연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인클로저 운동'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사이에 프롤레타리아로 몰락한 영국의 자영농 마인드와 오사카 사람들의 마인드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사카의 유권자들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깊이 내면화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공공적인 것을 사유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논리를 갖고 있지 않아요.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 어떤 이익이나 피해를 가져올까에 대해서는 우선 옆으로 치워두고, 생산성 낮은 방식으로 영위되던 재산이 생산성 높은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을 '단적으로 옳은 것' 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렇지만 '생산성이 오른다'고 하는 것은 이를테면 이제까지 열 사람이 해 오던 일을 한 사람으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일해 오던 아홉 사람은 실업자가 될 뿐입니다. 그중에 자신이 포함된다고 한다면... 같은 상상을 '생산성 향상주의자'들은 하지 않아요.
본디 '윗선이 싫다'라고 하는 오사카의 자유지상주의적 윤리[ethos]는 '공공재를 사유화해야 한다' 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묘하게 상성이 좋아요. 그 탓에 유신회적인 것에 호감을 느낀다...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Q2. 저희들의 가설은 유신회란 자민당으로부터 파생된 존재여서 자민당적인 선거수법 (중선거구에 당내 후보자 동료들을 경합시키는) 이라고 하는 탄탄함이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특히 하시모토 씨가 탈당한 이후 자민당적인 것으로의 회귀가 더욱 진행된 면도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설은 성립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원래 자민당 가운데에는 후쿠다 파적인 흐름과 다나카 파적인 흐름의 양대 조류가 있었습니다. 1970년부터 87년까지 계속된 '다나카-후쿠다 전쟁'으로 불리는 자민당의 파벌 투쟁은 이 두 파벌의 싸움이었습니다만, 일본 근대 정치사에 있어서 '전쟁'이라고까지 불릴 정도의 당내 투쟁은 전무후무합니다. 이 두 개의 정치 조류가 어떻게 '물과 불의 관계[氷炭相容れざるもの]' 였는지는 그 한 가지 것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강 얘기하자면 후쿠다 파는 도시형, 신자유주의적, 자유지상주의적이고, 다나카 파는 전원형, 농본주의적, 공동체주의적입니다. 이 두 개의 정말이지 결이 다른 파벌이 치열하게 길항관계를 맺고 있어서 거기로부터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었던 것이 고도성장기로부터 버블기에 걸친 자민당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나카 파가 뒤에 '분당'해서 최종적으로 민주당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민주당은 '자민당 다나카 파'가 독립해 만든 정당입니다. '다케시타 파 칠봉행[竹下派七奉行]' 가운데 4인(羽田孜, 奥田敬和, 渡部恒三, 小沢一郎)은 민주당 창당에 참가했기도 했고, 하토야마 유키오도 오카다 가쓰야도 자민당 다나카 파로부터 첫 출마한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자민당은 일찍이 자민당으로부터 '다나카적인 것'을 빼 버린 정당이라는 것입니다. 국민 생활을 향상시켜 가고, 약자를 배려하고, 중산 계급을 두텁게 하는 등 계층 격차를 없애는 방향이 결핍되어 있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러니 만약에 지금 '자민당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55년 체제의 자민당 같은 '국민 정당적 성격'의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라면, 유신회가 이로부터 단언코 '자민당적인 것' 으로 회귀하고 있다고는 나로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유신회는 후쿠다 파를 거듭 사회 다위니즘적으로 순화한 정당이니까요.
Q3. 저희들의 또 하나의 가설은 동경의 정권당과의 차별화된 '오사카의 정당'을 오사카의 유권자가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거기에 유신회라는 존재가 잘 부합하지는 않나 하는 것입니다. 동경에의 대항심이라고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유신회가 오사카에서 이상하게 높은 지지를 받는 한편, 다른 지역에서는 지지세를 넓히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오사카의 유권자에게 그런 기질이 있지는 않습니까.
그것은 Q1에서 답한 바와 같습니다. 오사카적인 자유지상주의적인 '반 공공' '반 동경' '반 권력' '반 양식' 등, 여러가지 '반대'가 달라붙기 쉽습니다.
Q4. 앞의 질문과 살짝 모순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오사카의 행정 운영, 정치의 모습이 현 정권과 이상할 정도로 가깝다는 인상을 품게 되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것은 하향식 정책결정의 중시가 그렇기도 하고, 유신회 출신의 지사, 시장이 내려 보낸 '정치 판단'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사실 아베 정권 중핵과 유신회의 상부는 이상할 정도로 양호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베 정권과의 유사점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Q2에서 답한 것과 같이 양자의 본질은 이상할 정도로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자민당이 야당이었을 때[2009~2012년을 말함 -역주]에 유신회는 아베 신조에게 '당 대표로 추대' 하겠다고 러브콜을 보낸 일이 있었습니다. 케미스트리는 거의 같다고 생각합니다.
Q5. 유신회 집권 10년 간 오사카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거리에 활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신회는 그것을 '자신들의 개혁의 성과'라고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사카의 경제상황이 호전하고 있다'라는 말에 대해서 나는 딱히 실감이 없습니다. 이 글로벌화한 시대에 일개 자치단체에 의한 경제정책의 여하함으로 근린 지자체와 다른 경제환경이 출현하는 일은 없습니다. 경기는 무수한 요소의 함수입니다. 오사카에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탓에 아마 오사카는 윤택해졌겠지만 그것은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공해 중국인이 부유해졌다'는 결과여서 오사카의 행정과는 관계 없습니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일본에 오는 관광객이 격감해 관광업이나 음식점이 대단히 데미지를 입었습니다만 그것은 오사카의 실패가 아닙니다. 관계 없는 것을 억지로 엮어 성공과 실패를 논해도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Q6. 엑스포나 통합형 리조트, '오사카 도[大阪都] 구상' 실현의 경우에 오사카 시로부터 특별구로의 이행 등을 모두 2025년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뒤 유신회가 무엇을 내걸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10년 간 급성장해 오사카 정계를 석권해 온 유신회입니다만, 결과적으로 앞으로도 남아있을까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10년 유신회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오사카의 민의라고 하는 것이 되겠습니다만, 민의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겠습니까.
어느 쪽도 '이 작전이 잘 되고, 이 작전도 잘 될 경우에 우리는 대승리' 라고 하는 전형적인 '일본류' 낙관론이기 때문에 네거티브한 요소가 하나라도 들어간다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이 팬더믹으로 세계 경제는 수년 정도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나라가 정상定常 경제가 아니라 마이너스 성장의 단계에 들어가요. 그런 세계적 정체가 예측되는 시기에 엑스포나 통합형 리조트 같은 '축제적 이벤트'로 손님을 모아 경제 부양 효과를 노리는 것은 정말이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축제로 시끌벅적할 뿐인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 우선 코로나 사태로 신음하고 있는 오사카의 주민들을 위한 의료, 복지, 교육 등의 공공 분야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신회는 '공공 분야에 할당되는 분을 삭감하고 민간에 이관한다' 라는 것만으로도 지지를 얻어온 정당이니까 방향을 180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머릿속 내용물을 갈아 치우는 것이 가능할지 어떨지에 관한 얘기예요. 나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0-04-18 13:50)'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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