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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짐 폭발カッコいい・카뮈인용 2023. 8. 29. 21:56
그 이튿날, 적절하지 않다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고집을 세운 덕분으로 리유는 현청에 보건위원회를 소집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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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샤르가, 자기 생각으로는 흥분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타구니의 병발증을 동반한 열병으로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것만이 전부이고, 과학에 있어서나 생활에 있어서나 가상이라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것이라는 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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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의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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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균이." 하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던 리유가 말했다. "사흘 동안에 비장의 용적을 네 곱절로 불어나게 하고 장간막의 임파선이 오렌지 크기만큼 커져서 죽처럼 물컹물컹해지게 만들어놓는다면 이건 그야말로 일말의 주저도 허락하지 않는 사태라고 보아야 합니다. 전염된 가정의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병이 퍼지고 있는 추세로 보아서는, 이 상태가 중지되지 않는 한 2개월 내에 이 도시의 반수가 생명을 잃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페스트라 부르건 지혜열이라고 부르건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반수가 목숨을 잃는 것을 저지시키는 일입니다."
리샤르는, 무엇이건 어두운 쪽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며, 게다가 자기 환자들의 가족이 아직 무사한 것을 보면 사실 전염병도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딴 사람들은 죽었는걸요." 하고 리유가 지적했다. "그리고 물론 전염성이란 결코 절대적인 것은 아니예요. 그렇지 않았다가는 무한한 산술적 증가와 무시무시한 인구의 감소가 생겼을 테지요. 절대로 어두운 쪽으로만 보자는 게 아닙니다. 예방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리샤르는 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병 자체가 저절로 멈추지 않는 한 법률에 규정된 중대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하자면 그 병이 페스트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확실성이 절대적이 못 되는 이상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것 등을 지적함으로써 사태를 요약하려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하고 리유가 고집했다. "법률에 규정된 조치가 중대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 도시 인구의 반수가 목숨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 조치를 내려야 하느냐 아니냐를 알자는 것입니다. 그 밖의 것은 행정적인 문제인데,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현행 제도는 지사직을 만들어놓는 것입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고 지사가 말했다. "그러나 우선 여러분이 공식적으로 그것을 페스트라는 유행병으로 인정해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하고 리유가 말했다. "역시 그것은 시민의 반수를 죽일 위험성이 있습니다."
"사실은 저 동업자는 페스트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아까 들은 병발증상의 설명이 그걸 증명하는 거예요."
리유가, 자기는 병발증상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본 것을 말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가 눈으로 본 것이란, 멍울과 반점과 헛소리가 나올 정도의 고열과 48시간 이내의 임종이었다. 그러니 대체 리샤르 씨는, 이 유행병이 엄중한 조치 없이도 종식될 것이라고 단언할 만큼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말인가?
리샤르는 주저하다가 리유를 건너다보았다.
"솔직하게 당신 생각을 말해주시오. 당신은 이것이 페스트라고 확신합니까?"
"질문을 잘못하셨습니다. 이건 어휘 문제가 아니고 시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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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같은 의견이시죠, 동업자 양반?" 하고 리샤르가 물었다.
"표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고 리유가 말했다.
"다만 시민의 반수가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머지않아 실제로 그렇게 될 테니까요."
(김화영 역 책세상판 75~80쪽)'인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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