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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볼 수 있다는 점, 못 본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인용 2023. 7. 26. 22:11
한 가지 일에 고도로 집중하다 보면 평소라면 주목했을 자극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 사례는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가 <보이지 않는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에서 소개한 실험이다. 두 사람은 두 팀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모습을 촬영한 짧은 영상을 만들었는데, 한 팀은 흰색 티셔츠를 입었고 한 팀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었다. 영상을 보는 사람은 검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무시하고, 흰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공을 몇 번이나 패스하는지 그 수를 세어야 했다. 쉽지 않은 일이라 대단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영상이 절반 정도 지났을 때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등장해 화면을 가로질러 가다가 가슴을 치고는 다시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고릴라가 화면에 등장한 시간은 9초였다. 수천 명이 이 영상을 보았고, 그중 절반이 특이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한 팀을 무시하라는 지시대로 수를 세다가 고릴라를 못 본 것이다. 수를 세지 않고 영상을 본 사람 중에는 고릴라를 놓친 사람이 없었다. 무언가를 보고 그쪽에 주목하는 것은 시스템 1이 즉흥적으로 수행하는 기능이지만, 이때 관련 자극에 어느 정도 집중력을 할당해야 한다. 앞서 두 저자는 이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사람들이 연구 결과에 매우 놀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고릴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고릴라가 나오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눈에 띄는 장면을 어떻게 놓친단 말인가. 고릴라 연구는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눈에 띄는 장면도 못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못 본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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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영화감독 레프 쿨레쇼프(Lev Vladimirovich Kuleshov)는 이전에 '몽타주 실험'이라는 것을 수행하였습니다. 쿨레쇼프는 명배우 몽타주를 사용해서 어떤 영상 실험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몽타주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에 다양한 컷을 연결해서 보여 주며 관객의 반응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몽타주 다음에 '스프 접시'를 보여 주니 관객들은 몽타주의 표정 중에서 '고통'을 읽어 냈습니다. '완구로 노는 소녀'의 컷을 연결했을 때는 '미소'를 '죽은 소녀'의 컷을 연결하니 '깊은 슬픔'을 보았다고 관객들은 입을 모아 증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표정의 변화만으로 이만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명배우의 연기력을 극찬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몽타주의 클로즈업은 모두 똑같은 컷을 계속 사용한 것에 불과하였습니다. 관객은 똑같은 표정에 다른 의미를 자발적으로 써 넣은 것입니다.
(원 출처는 히치콕-트뤼포 대담인 듯하다.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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