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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기도(아이키도) 경험 - 조지 레오나르드 (1)인용 2023. 7. 24. 14:48
(출전은 “Mastery: The Keys to Success and Long-Term Fulfillment by George Leonard”
를 강유원이 한국어로 옮긴 “달인 천 가지 성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
톰 피터스의 어떤 책에 소개되어 있었음. - 인용자)
나는 운 좋게도 합기도를 배웠다. 이 운동은 터득하기가 쉽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정체상태에 대해서도 뚜렷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 나는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했다. 첫번째 정체상태는 상대적으로 짧았기 때문에 그럭저럭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년 반쯤 지나자 내가 만만치 않은 정체상태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이 사실에 충격을 받고 실망했지만 결국 그것을 참고 견딤으로써 배움의 폭발적인 발전을 경험했다.
그것을 겪고 나자 이어서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발전이 멈추었다. 나는 중얼댔다. “음, 또 정체 상태로군.” 몇 달이 지나자 또 다른 발전이, 또다시 어쩔 수 없는 정체상태가 찾아왔다. 그때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 스스로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정체상태가 왔군. 좋아. 그냥 연습이나 꾸준히 하자. 얼마 안 있으면 또 발전하겠지.”
그때야말로 내가 이 운동을 하는 동안 가장 마음 후끈한 순간이었다.
규칙적인 수련의 즐거움
당시 내가 다니던 합기도 도장은 생긴 지 고작 1년 반쯤 된 곳이라 파란 띠 이상의 수련생이 없었다. 사범은 유일한 검은 띠 소유자로서 왠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람 같았다. 나는 내가 그렇게 심원한 차원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참을성 없고, 다소 성급하며, 항상 목표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과 직선 길만을 찾던 나는 어떤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연습 자체를 위해 규칙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몇 달간 지속적인 리듬을 탔다. 그러자 그것은 내 삶에 새로운 계시가 되었다. 끝없는 수업의 연속이자,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무심’ 비슷한 것이었다.
나는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일주일에 서너 번 수련을 했다. 시내에 있는 도장에 가면 그날 있었던 심란한 문제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얀 면 도복을 챙기기만 해도 호흡이 가라앉고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다리를 건너 시내로 들어가는 30분 동안 바깥은 시끌시끌했다. 하지만 도장에 도착해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면 신성한 곳으로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그곳은 내 존재가 느끼기에 낯선 곳인 동시에 아주 친숙한 곳이었다.
나는 그 장소를 둘러싼 모든 것을 사랑했다. 들어가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프론트 데스크에서 회원카드를 꺼낸 뒤 탈의실에서 도복으로 갈아입는 절차, 이 모두가 항상 똑같으면서도 항상 새로웠다. 땀냄새와 차분한 대화가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탈의실에서 나와서 다른 수련생들이 준비운동을 하는 걸 보는 게 좋았다. 인사를 하며 수련장으로 들어설 때 발바닥에 닿는 차갑고 단단한 매트 표면의 감촉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수많은 수련생들 가운데 있었고, 가부좌를 틀고 앉는 일을 사랑했다. 사범이 들어오면 인사를 하고 준비운동을 하고, 그러고 나면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고, 연습이 속도와 힘을 더해갈수록 호흡도 빨라졌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그러나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가끔은 도장 나가기가 귀찮기도 했다. 어떤 때는 매트 바닥에 얼굴을 대고 훈련하는 일만 아니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가끔은 그런 유혹에 굴복해 스스로에게 진정 좋은 걸 하는 대신 저녁 내내 기분전환이나 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잠시 잠깐 그런 무기력을 극복하면 기적 같은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기분으로 도장 계단을 올라가도, 일단 2시간 동안 수백 번 엎어지고 메치고 나면 온몸이 욱씬욱씬하면서도 활기로 넘쳐 그날 밤은 온몸이 번득번득한 기운으로 가득 차리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이러한 기쁨은 발전이나 성취와는 별 관계가 없었다. 드디어 사범 중 한 사람이 일주일도 넘게 마라톤 트레이닝을 시킨 다음, 나와 또 다른 수련생을 사무실로 불러들여 검은 띠 바로 아래 단계인 갈색 띠를 건네주었다. 그때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1년쯤 지난 어느날 저녁, 이 도장의 갈색 띠 4명이 우연히 모여 언제 검은 띠를 맬지 에둘러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다음날 수련을 할 때 나는 뭔가 새로운 기분을 느꼈다. 야망의 벌레가 슬금슬금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그때 대화를 나눈 우리 넷은 그로부터 3주도 지나지 않아 발가락이 부러지고,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으며, 어깨가 탈골되고, 팔이 3군데나 부러졌다. 정말 효과 좋은 가르침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부상에서 회복되자 지리하고도 목적 없는 연습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또 1년 반이 지난 뒤 검은 띠를 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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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를 가르치는 마술
여러 해가 지나 다시 한번 교관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이번에는 비행보다 훨씬 더 미묘하고 복잡하며 어려운 기술이었다. 47세가 되던 해, 친구로부터 그가 조직한 합기도 교실에 참가하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나는 합기도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고, 무술가가 되고 싶다고 꿈꿔본 적도 없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이제 와서야 나는 합기도 수련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심원한 배움의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합기도는 가르치는 일 또한 심원했다.
나는 1단을 따기 전부터 사범을 도와 선생 노릇을 했다. 내가 맡은 일은 초보자들에게 기본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6년 후인 1976년 10월 검은 띠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료 둘과 도장을 열었다. 14년 전의 이 출발은 사실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고작 1단짜리가 자기 도장을 연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타말파이어스의 합기도장은 존중할 만하고 행복한 곳이 되었다. 도장을 연 우리 셋은 나름의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승단에 도전했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우리 도장에 다닌 수천 명 학생들 중에 28명의 유단자를 배출했다. 이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분야인 무술 수련에서는 무척이나 의미 있는 숫자다.
내가 발전 속도가 더딘 초보자를 가르치는 기술을 마스터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이 말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 기술을 궁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내 파트너 중 하나인 웬디 팔머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다. 그녀는 초보자 가르치는 일이 정말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기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재능 있는 학생은 너무 빨리 배우기 때문에 배움 과정의 작은 단계들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무술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비밀에 해당하는 것을 생략하고 넘어가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천천히 배우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선생도 천천히 늘어나는 단계들을 다루게 되어 엑스레이처럼 무술의 본질을 꿰뚫게 되고 운동 속에서 분명해지는 과정까지 뚜렷하게 표면화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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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참가자가 문득, 내 아내 애니에게 물었다.
“벌써 검은 띠를 따셨잖아요?”
검은 띠를 땄는데 왜 아직도 합기도 도장에 나가느냐는 것이다. 그러자 애니는 몇 분에 걸쳐, 검은 띠는 끝없는 길로 가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며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배워야 하는 자격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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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기도장 기본 클래스의 초심자들은 단순한 혼합동작을 7, 8회 연습하고 나면 기분전환을 찾아 주변을 둘러본다. 반면 검은 띠들은 지식과 경험, 즉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가장 기본적인 기술에조차 포함된 미묘함과 끝없는 가능성을 음미하는데, 그러려면 바로 그 느낌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몇 년 전 내가 갈색 띠였을 때 합기도 수업에서였다. 선생이 우리에게 사방던지기 기술을 시켰고, 그러고 나서 똑같은 기술의 변형 동작을 2시간 동안이나 계속하도록 했다. 첫 시간 절반이 지나자, 나는 다음이 궁금해졌다. 우리 도장은 똑같은 기술을 그렇게 오래 연습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첫 시간이 끝날 무렵이 되자, 이것을 몇 시간째 하고 있는지,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잊은 채 지속적이고 최면 같은 리듬에 빠져들었다. 순간 지각이 확장되었다. 한 번의 던지기와 다음 번 던지기 사이에서 거의 알아차리기 어려운 미세한 변형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두 번째 시간이 끝나자, 이제 나는 수업이 자정까지 계속되어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랄 정도가 되었다.
남들보다 한발 더 내딛기
늙은 무예가는 계속해서 말한다. “달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5분 이상 매트에 더 머무는 사람이다.” 이것은 합기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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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결속된 가정은 아무리 일상이 급하고 주변이 흩어져 있어도 특정한 의례들을 재빨리 치러낸다. 이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날마다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민족은 민족 축제와 신성한 날들은 정기적으로 그리고 진심을 다해 준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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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기도의 달인이 되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한 예비 수련생의 물음이었다. 참 어이없는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얼마나 살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까?” 대답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음은 이것뿐이다. 궁극적으로 연습은 달인의 길 자체다. 달인의 길에 오래 머물다 보면 그곳 역시 생기 넘치는 장소이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으며, 도전과 안락함, 놀라움과 실망, 무조건적인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길을 여행하는 동안 충돌과 타박상—몸과 마음, 자아의 타박상—을 입어도, 그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믿을 만한 것임도 알게 된다. 그러면 마침내 그것이 그 사람을 그 영역의 승리자로 만들어줄 것이며, 그가 그것을 바란다면 사람들은 그를 달인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중요한 요점은 아니다. 달인의 길이란 무엇인가? 달인의 길은 연습이라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달인의 길은, 길 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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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생은 합기도 수련이 절반쯤 진행되자 가장 기본적인 복합기술을 보여주었다. 잠시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나는 “저 기술은 이미 했던 겁니다”라고 중얼댔다. 그렇지만 선생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알듯말듯 웃었다. 나는 확고하게 복종했다. 그때부터 나는 그 기술을 적어도 5만 번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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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는 자신이 다른 무술을 배웠다는 것을 드러낼 만한 어떤 움직임, 심지어는 동작조차 취하지 않았다. 과시도 없었고 오히려 다른 학생들보다도 많이 선생을 존중했다. 그는 조용하고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세심하게 신경 썼다. 사실 이 같은 태도는 무술을 수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만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는 앉고 서고 걷는 방식만으로도 자신이 달인의 길을 가고 있는 동행자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첫번째 4주가 지난 뒤, 나는 모든 수련생들을 매트 가장자리에 앉히고 토니에게 가라테 준비 자세를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매트 가운데로 걸어 나와 몇 번인가 심호흡을 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호흡을 예리하게 들이마시는 행동이었다. 그는 우리의 시선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빠르고 우아하게 움직이면서 재빠르고 치명적인 일격을 뻗었다. 자세 보여주기가 끝나자 그는 다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매트 끝 가장자리의 사람들 곁으로 돌아갔다. 마치 그들 중에서 가장 초보자인 것 같은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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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는 이미지 훈련이 낳는 효과의 가장 강력한 증거를 매트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 합기도의 오랜 전통들은 동작의 매커니즘과 함께 다양한 은유와 이미지를 사용한다. 그것은 가장 강력한 육체적 결과를 내놓는, 정신이라는 부드러운 영역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손목꺾기는 공격을 받아 손목이 꺾였을 때 공격자의 손을 잡은 상태에서 빙 돌려 꺾고 일정한 각도로 내리누르는 기술이다. 이를 잘해내면 공격자의 무릎에까지 강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손목꺾기를 순전히 기계적으로 적용해도 괜찮지만, 그러려면 근육 힘이 상당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때 이미지 훈련을 하면 그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을 넘어 상대방을 펄쩍 뛰게 만들 정도로까지 상승한다. 한번은 내 수련생에게 보통처럼 공격자의 손목 위로 손가락을 펴고 손을 뻗으라고 시켰다. 그러고 나서 손목만 생각하지 말고 손가락이 레이저 빔처럼 공격자의 얼굴까지 뻗어나가 뼈 속을 파고드는 것을 상상하라고 했다. 수련생은 자신의 손가락이 확대되는 광경을 상상하며 공격자의 관절로 부드럽게 손을 뻗었다. 다른 건 모두 똑같았지만 그 기술의 효과는 바로 그 이미지의 생생함에 달려 있었다. 특히 혼자 하는 연습에서는 이미지 훈련이 단순한 근육의 힘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가끔 공격자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바닥으로 매쳐졌지만, 정작 나는 근육 힘을 사용했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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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에서 우리는 늘 합기도는 끝없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기적으로 엄격하고 도전적이며, 가끔은 아주 극적인 시험을 치른다. 특히 처음 까만 띠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이 시험은 하나의 통과의례다. 승단 후보자들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시험 준비 기간을 가지는데, 그것은 아주 밀도 높은 고급기술과정인 동시에 육체적 심리적 담금질 기간이다. 그들은 이 호된 시련을 겪는 동안 개인적인 흠결이나 숨겨진 개인적인 습관 등을 남김없이 드러내게 된다. 그렇게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면 그 시험은 자아의 표현이 아닌 본질의 표현이 되며, 기나긴 여행에서 최고의 초월적 순간이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행 그 자체다. 고대 동양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동이 트기 전에 나무를 패고 물을 길어라. 동이 튼 다음에도 나무를 패고 물을 길어라.” 새로이 검은 띠를 딴 이도, 다음날이면 또다시 매트 위를 뒹굴어야 하는 것이다.'인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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