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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시다 씨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5. 15. 12:16
어느 잡지가 ‘와시다 기요카즈 특집’을 기획하면서 필자에게 기고 의뢰를 해왔다. 와시다 씨와는 몇 번이고 저술 등의 협업을 했었는데, 함께 하면서 저렇게까지 즐거워지는 사람은 상당히 찾아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에는 철학자 와시다 씨의 사상이 가진 독창성에 대해 썼다. 쓰고자 하는 내용은 어떻게든 썼지만, 도중에 지면이 다해 와시다 씨의 인품을 다룬 데까지는 붓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 고정 칼럼 란(欄)을 빌려 (공익을 위한 언론 지면을 사적으로 쓰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와시다 씨가 국립 오사카 대학교 총장이 된 뒤 만났을 때 ‘우치다 씨, 내가 총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뭘 했을 것 같아요?’ 하고 물었다. 글쎄, 짐작도 안 간다고 대답했더니, ‘덴진 마쓰리(天神祭)에 배를 띄운 것’이라고 웃으면서 가르쳐 주었다.
오사카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수 있는데, 오사카 덴만구(天満宮)가 주최하는 덴진 마쓰리 맨 마지막 날 밤, 신령을 태운 봉안선(奉安船)이 오가와 강(大川)에 출어(出御)한다. 무수한 배가 따라 붙고, 봉납(奉納)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가운데, 배 위에서 가무 음곡(歌舞音曲)을 즐기며 먹고 마신다. 종교와 오락을 융합시킨 근사한 이벤트다.
‘가이토쿠도(懷德堂; 에도 시대에 오사카 상인들이 주도해 설립 - 옮긴이) 이래로 오사카가 손수 키워준 연(緣)이 있는 오사카 대학이 배를 띄우지 않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하고 와시다 씨는 말한다. 딱히 대학의 예산을 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동창생들이 사재를 털어 ‘오사카 대학’의 깃발을 오가와 강 위에 휘날린다는 것이다. ‘향토 학사(學舍)’라는 건학 이념을 지역 축제를 통해 제고하겠다는 와시다 씨의 아이디어에 감복했다.
그 후 와시다 씨의 총장 퇴직 파티 자리에서, 필자는 와시다 씨의 벗들을 대표하여 연설했다. 그 일이 있기 얼마 전에 구와하라 다케오 상(賞)의 수상식에서 스기모토 히데타로 선생이 말씀하신 일화가 인상 깊었기에, 그것을 소개했다. 어느 날 스기모토 씨가 어떤 신진기예 학자의 평가와 관련해 구와하라에게 물었을 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이야. 근데 난, 그 사람하고 같이 혁명을 하지는 않을 거야.’
인간을 평가하면서 그 사람과 함께 혁명을 할 수 있을지의 여부로 결정한다는 것은 하나의 견식(見識)이다. 와시다 씨는 ‘함께 혁명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혁명 투쟁이라는 것은 으레 관헌에 쫓기는 와중에, 변변찮은 자원을 어떻게든 활용해 나가며 행하는 것이다. 그러한 때에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혁명은 즐겁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주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혁명이 성취되고 난 뒤에 펼쳐질 자유롭고 평온한 미래 사회를 지금 이 자리에서 선구적(先驅的)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와시다 씨는 그러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AERA 3월 23일)
(2023-05-03 09:04)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화하는 세상>, <저잣거리의 한일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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