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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Daisy, Give me your answer, do.인용 2023. 4. 30. 17:56
"'무슨 일 안 생기나?' 파 인간에는 두 부류가 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행동에 뛰어드는 자와 구경꾼으로 남는 자이다. 나는 '무슨 일 안 생기나?' 파라도 후자의 전형으로, 구경꾼으로서는 제법 일류 수준에 도달했다고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다. 일류 구경꾼이 되는 비결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무슨 일'이 일어나면 좌우지간 현장에 최대한 빨리 달려간다. 다음으로 사건이 일어나는 범위를 헤아리고 그 전체상을 다 내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거기에서 여기저기 살펴보고 제일 재미나 보이는 일이 일어나는 곳을 찾아내고 그리로 달려간다. 그곳에 도착하면 인파를 헤집고 나아가 맨 앞의 제일 잘 보이는 자리로 저돌적으로 파고들어가 오로지 열심히 구경한다. 그 현장의 드라마가 클라이맥스가 지났다고 판단되면 미련을 두지 말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전망이 좋은 위치로 돌아와 또다른 재미난 현장이 어디인지 찾아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체 가운데 가장 재미난 현장을 늘 볼 수가 있다. 전체에만 매달리거나 세부에만 매달려서는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한다.
같은 방법론으로 나는 300년 동안 번영을 지속해 온 현대 문명의 대붕괴라는 미증유의 드라마를 가장 야심만만한 구경꾼으로 목격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드라마는 지식 세계에서도 역시 진행되고 있다. 거기에서 지식 세계 전체를 둘러보고 재미있을 듯싶은 세부에 바짝 다가가 구경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거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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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원래 다치바나 다카시의 <문명의 역설>(1976)에 쓰였는데, 이것을 동저자의 <뇌를 단련하다> 195~196쪽에서 발췌해 재인용했습니다.
책장에서 꺼냈는데 딱 이 페이지가 펼쳐져서 옮겨보았습니다.'인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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