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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인용 2023. 5. 8. 18:33
TV 소동은 아마존에서 직원에게 주는 또 다른 상을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이것은 관료주의적이고 자원을 낭비하는 활동을 찾아내는 직원에게 수여되는 표창장으로, 갑자기 갈 곳이 없어진 TV를 상품으로 주었다. TV가 동나자 그 상은 '문짝 책상 상'으로 변신해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에게 수여되었다. 상품은 문짝 책상 모양의 장식품이었다. 베조스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관을 회사 내에 강화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TV를 벽에서 끌어내리던 그 무렵 베조스는 기업 문화에 중요한 변화 두 가지를 이끌어냈다. 자신의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당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그는 더 이상 부하직원과 일대일 회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회의들은 문제 해결이나 브레인스토밍보다는 자질구레한 보고와 사내 정치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오늘날까지도 베조스는 직원과 단둘이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른 변화 역시 희한하고 어쩌면 기업 역사에서 유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는 아마존 직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와 엑셀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회의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베조스는 그 방법이 게으른 사고를 숨기고 있다고 믿었다. "파워포인트는 매우 애매모호한 소통 메커니즘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제프 홀든은 옛 D. E. 쇼 동료였으며 그즈음에는 이미 S팀에 합류한 상태였다. "요약 목록 사이에 숨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생각을 완전히 표현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직원들은 더 이상 이러한 안일한 방법을 사용할 수 없었고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베조스가 '서술(narrative)'이라고 부르는 산문 형태로 써내야 했다. S팀은 파워포인트 사용을 없애는 것에 대해 그와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베조스는 완강했다. 그는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사람을 원했다. 그는 직원들을 독려하면서 이렇게 말하기를 좋아했다. "이곳이 컨트리클럽으로 변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힘든 도전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설렁설렁 일하다가 퇴직이나 하려고 오는 곳이 아닙니다."
그리고 불평스러운 적응기가 곧 이어졌다. 회의는 더 이상 예전의 아마존이나 세상의 여느 기업에서처럼 누군가 일어서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은 자신의 서술을 돌리고 모두들 조용히 앉아 15분 정도(더 길어질 때도 있다) 서류를 읽는다. 처음에는 분량 제한이 없었다. 디에고 피아센티니는 그것 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몇 주 동안 길게는 60페이지짜리 서술을 써내자 곧 추가 칙령이 발표되었다. 서술에 6페이지 분량 제한이 생겼고 주석을 추가할 수 있었다.
이 새로운 사규를 누구나 다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많은 직원들이 효율적인 운용자나 혁신적인 사상가를 치하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 능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시스템이라고 느꼈다. 특히 엔지니어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 3 국어 시간으로 돌아온 것처럼 갑자기 산문이나 쓰고 앉아 있으려니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스프레드시트에 담아야 할 내용까지 모두 서술로 바꾸려니 황당하더군요." 당시 생산자 관계 업무를 담당하던 린 블레이크의 말이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조금 지나면 시들해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꿰뚫는 통찰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와 동시에 동료들을 종잡을 수 없게 대하는 변덕스러운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애플의 설립자는 엘리베이터에서 직원을 해고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중역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빠르게 돌아가는 첨단 기술 산업계에는 이런 행동을 일으키는 풍토적인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치열함은 CEO들 사이에서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니 말이다. 빌 게이츠는 어마어마한 분노발작을 터뜨리곤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그의 후임자가 된 스티브 볼머는 의자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 오랫동안 인텔의 CEO를 지낸 앤디 그로브는 너무나 가혹하고 무서운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어 한번은 부하직원이 실적 평가를 받다가 기절했다.
제프 베조스도 이 부류에 든다. 그의 광적인 투지와 과감성은 동의를 이끌어내고 예의바른 기업 문화를 조장하는 기존의 리더십을 능가했다. 그는 언론 앞에서 매력 있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반면 카메라만 꺼지면 직원의 머리라도 물어뜯을 것 같다.
베조스는 멜로드라마식의 분노발작을 일으키곤 했다. 그러면 일부 아마존 직원들은 이를 두고 비밀스럽게 '헤까닥했다'고 말했다. 베조스의 엄격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은 그를 헤까닥 상태로 만들었다. 만약 직원이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없거나, 대충 답을 끼워 맞추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의 공로를 가로채거나, 사내 정치 냄새를 풍기거나, 전투의 열기 속에서 조금이라도 반신반의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이마의 핏줄이 튀어나오고 여과 장치가 사라졌다. 그러한 순간에 그는 과장이 심하고 인정머리가 없었다. 여러 해 동안 그의 질책은 직원들을 충격에 빠트린 적이 많았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218~220쪽'인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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