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정치학자 시라이 씨와 이야기한 것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4. 14. 21:43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 씨와 2년 반만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가 한 첫번째 질문은, 안전보장 정책의 역사적 전환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일본 국민은 이렇게까지 무반응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전쟁에 휘말릴 리스크가 급격히 증가했는데도 말이다.

     

    시라이 씨와 필자의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그것은 일본의 안전보장 전략을 결정하고 있는 주체는 일본 정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시라이 씨는 저서 <영속(永續) 패전론>과 <국체(國體; 주로 이전에 천황 중심 체제를 이름 -옮긴이)론・국화와 성조기>에서, 일본은 주권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 왔다. 대일본제국에 있어 천황이 점하고 있던 초(超) 헌법적 지위에 지금은 미국이 있다. 일본은 안전보장, 에너지, 식량 등 기간적인 정책에 대해 미국의 허락을 득하지 않으면 뭔가를 결정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미국(특히 주일미군)의 기득 권익을 줄어들게 할 우려가 있는 정책은 결코 물질화(物質化)하는 일이 없다.

     

    일본은 미국의 속국인 것이다. 이는 시라이 씨와 필자가 줄곧 끊임없이 지적해 온 점이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철저하게 미국에 종속함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속국의 대관(代官)’이라는 관작을 ‘책봉(冊封)’받아왔다. 옛날 중화 제국의 ‘동이(東夷)’로서 ‘일본국왕’의 관작을 받았던 것과 구도가 바뀌지 않았다. 동서(東西)의 방위만 바뀌었을 뿐, 지금 일본은 미 제국(美帝國)의 서쪽 변방, 서태평양 전략의 전선 기지이다.

     

    일본의 국방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백악관이지, 총리 관저가 아니다. 국방비가 GDP의 2퍼센트라는 것도 미국이 NATO 제국(諸國)에 요구했던 숫자에 맞췄을 뿐이지 기시다 정권이 발의한 것이 아니고, F-35 전투기를 ‘마구잡이 구매’ 한 것, 토마호크 미사일을 구입한 것도 일본이 먼저 한 제안이 아니고, 모두 미국 정부의 지령에 따랐을 뿐이다. 미국의 지령에 순순히 따르기만 하면, 미국은 자민당 정권이 반영구적으로 지속되도록 보증해준다고 믿기에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안전 보장 정책의 일대 전환에 무관심한 것도 당연하다. 그것은 ‘낯익은 풍경’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허나, 그 이상으로 심각한 것은, 일본의 정치가나 관료가 머리를 맞대고 기안한 안전 보장 정책보다도, 워싱턴의 ‘베스트&브라이티스트’한 지성이 일본 정부를 대신해 기안해 준 안전 보장 정책이야말로 합리적이자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고 일본 국민의 과반수가 어느샌가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랫동안 사고 정지를 이어오는 사이에 그렇게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자국의 안전 보장은 국민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일본인은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따라서, 이는 시라이 씨와도 의견이 일치하는 것인데, 일본인이 자국의 방위에 대해, 정말로 진지하게 나올 때가 있다면, 그것은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손을 떼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만일 중국이 일본 열도를 공격하는 일이 생기는 경우, 미사일이 향하는 곳은 미군 기지이다. 오키나와, 요코타(도쿄도 타마에 위치한 공군기지로 주일미군 사령부가 주둔 - 옮긴이), 요코스카 등이 우선 공격 목표가 된다. 그곳에는 다수의 미국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 미국 시민이 죽거나 다치면, 미국은 싫어도 미중(美中) 전면전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그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도, 세계의 입장에서도 파국적인 미래이다.

     

    미중 전쟁에 휘말릴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우선 가장 확실한 대처법은 ‘중국이 공격했을 때, 거기에 미국 시민이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주일(駐日) 미군 기지의 축소・철수 계획을 오래 전부터 검토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필자가 미국 국무부 공무원이라면 ‘일본 열도에 미군기지를 두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는 보고서를 쓰겠다.

     

    허나, ‘종주국’에게 버림받은 ‘속국’은 앞으로 어떤 안전보장 전략을 전개해야 마땅할 것인가. 이에 대해 일본의 정치가는 아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주간금요일 3월 22일)

     

     

    (2023-04-01 08:01)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