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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고는 인격과 관련이 있다.
    인용 2023. 3. 28. 07:26

    (...) 가끔 나는 퇴고를 잘하는 작가는 인생도 현명하게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글의 착상이나 취재, 집필과 달리 퇴고만큼은 인격과 관련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퇴고를 잘하려면 자기감정을 잘 다스리고 냉정해져야 한다. 참을성도 있어야 하고, 자신과 자신의 작업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한다. 타인의 조언과 비판에도 귀를 열 수 있어야 한다.


    (...) 그러나 몇몇 천재들을 제외한 우리 절대다수의 글은, 고칠수록 분명히 나아진다. 조금 나아지는 게 아니라 아주 확확 나아진다(사실 도스토옙스키도 퇴고를 했더라면 글이 더 나아졌을 것이다). 세 번, 네 번씩 퇴고를 해서 초고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깨닫는 경험을 하면 이 작업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그 힘을 믿자.


    참고로 나는 요즘 퇴고를 다섯 번가량 한다. 주변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퇴고를 적게 하는 편인 것 같다. 하긴,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서른아홉 번 고쳐 썼다고 하니. 나는 첫 번째 퇴고를 할 때에는 (...) 비소설이라면 논지에 맞게 글이 전개됐는지, 어색한 대목이 없는지 살핀다. 문장을 다듬기 시작하는 것은 세 번째나 네 번째 퇴고할 때쯤에서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고를 묵혔다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 펼치고 검토하는 게 도움이 된다. 글을 썼던 과거의 나를 잊고, 내가 아닌 남이 쓴 글이라 여기고 살필 수 있어야 한다. (...) 필요하다면 직접 읽어보면서 문장의 길이와 호흡을 점검해보자.


    그런 지침을 몇 가지 정해놓으면 어디를 먼저 고쳐야 할지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 주장을 담은 책이라면 각 세부 주장별 근거의 개수를 셀 수도 있을 것이고, 글의 논지를 그림으로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225~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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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말이지만, 저 자신을 단속하기 위해 종종 읽고자 올렸습니다. 아무리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퇴고를 하자고 마음먹기가 정말 쉽지 않더군요. 😭 ... 고백하자면 저는 그동안 딱 한 번 하고 올렸는데요, 이제는 심기일전하여 일곱번 쯤 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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