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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의 운영 대가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애드센스 수입이 아니다.인용 2023. 4. 14. 20:29
이 책을 번역하는 데 쏟은 노고의 대가로 내가 기대하는 것은 번역료나 인세가 아니다. 사실 다른 책이나 문학 작품을 번역했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무엇을 번역하든 그에 바친 정신적, 육체적 노고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나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을 번역하면서 이미 너무도 큰 정신적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나갈 때 느끼지 못했던 것까지 번역 과정에 깊이 느낄 수 있었고, 또 구절 하나하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많은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 나이에도 아직 타인의 정신 세계 안에 있는 너무나 오묘하고도 너무나 아름다운 사유의 "고산 지대"를 거닐면서도 숨이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어떤 보상도 원치 않는다. 다만 원하는 보상이 있다면, 사 볼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빌려 보든 베껴 보든 빼앗아 보든 훔쳐 보든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는 것이다. 바라건대, 영어로 된 원본을 읽기에 다소 힘이 부치거나 원본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 번역본을 읽기를! 그리고 우리네 시대의 삶이 갖는 의미에 대해 조금은 더 진지하게, 조금은 더 철저하게 고뇌할 수 있기를!
여기서 잠깐 내가 2004년 이 책에 대한 번역을 시작할 당시에 겪었던 일을 하나 소개하기로 하자. 당시 나는 시애틀 근교에 있는 레드먼드라는 곳에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 지역에서 발행되는 생활 정보 신문에 "선과 변기 관리술(Zen and the Art of Toilet Maintenance)"이라는 제목의 광고문과 만나게 되었다. 그림이 주를 이루는 여느 광고와 달리 그림 없이 글로만 채워진 광고를 통해 광고주는 피어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이 자신의 성장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던가를 이야기하고, 피어시그가 모터사이클을 관리하면서 보였던 "질"에 대한 진지한 탐구 정신으로 고객의 변기 관리를 할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모터사이클'과 '변기'를 함께 떠올리며 실소를 흘린 사람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바로 이처럼 변기를 수리하는 사람에게까지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이 널리 읽히기 바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을 번역한 내가 기대하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대가이자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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