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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구적 시각에서 본 일본만화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27. 22:29

    튀르키예 대학에서 일본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야마모토 나오키 씨가 보낸 일본만화론을 받아보게 되었다. 전 세계에 만화는 존재하지만, 어째서 일본의 소년만화만이 예외적으로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가, 그 이유를 논한 것이다. 야마모토 씨의 가설은 ‘사제 관계가 주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필자도 이에 백 퍼센트 동의를 표하고자 한다.

     

    물론 서양에도 사제관계를 둘러싼 설화가 존재한다. 허나, 그들의 영화나 코믹스를 보면 제자가 스승으로부터 긴 시간을 들여 지혜나 기술을 배우는 ‘수행’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이 충분한 지면을 채우고 있지 않다. 제자는 대부분의 경우, 금세 경이적인 능력을 획득하여, 이후 히어로로서 활약한다.

     

    영화 <스타워즈>는 사제 관계를 다룬 이야기의 대표작인데, 스승 요다 아래에서 수행을 시작한 루크는 미숙한 채로 ‘사사로이’ 수행을 멈추고 만다. 그런데, 차기 작품 초반에는 당당히 제다이의 기사가 되어 등장한다. 이 모순에는 ‘루크는 태어날 때부터 높은 포스를 갖추고 있었기에’ 라는 설명이 붙는다. 스타워즈 시리즈 최신작 주인공인 레이에게 더이상 스승은 없으며, 수행도 없다. 태어날 때부터 <스타워즈> 사상 최강의 제다이 기사인 것이다. ‘진짜 자신’을 찾아내면 (수행 프로세스를 건너뛰어도) 사람은 최강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서양의 설화가 가진 특징 같은 것이다.

     

    반대로 일본 만화에서 주인공은, 스승 밑에서 수행을 통해 연속적으로 자기변용한다. ‘진짜 자신’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수행을 통해 ‘딴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안티-서양적 설화에 세계의 독자가 열광하는 이유를 야마모토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일본의 소년만화는 세계에 남아있는 유일한 빌둥스로만인 것이다. 일본 만화에는 정체성 정치도 없고, 국민국가나 정부가 바라는 승리의 역사도 없다. 일본 만화는 인간 사회가 굉장히 복잡하다는 점을 젊은이에게 가르쳐주고자 하고 있다.”

     

    참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2023-03-27 08:34)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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