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27. 20:44

    3.11 당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노심 용융, 건물 폭발이 연속 발생하여, 사고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동일한 등급의 심각 사고로 인정되었다. 이후 재가동 없이 폐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폐로 작업에 얼마만큼의 세월과 비용이 필요한지조차 아직 모른다. 경제산업성은 2016년에 22조 엔이라고 계산했지만, 2019년에 민간 싱크탱크에 의하면 최대 81조 엔의 추정치가 발표되었다. 정부가 행하는 이런 종류의 추산은 대체로 나중이 되면 대폭 상향 수정되는 것이 통례이므로, 언젠가 81조 엔을 넘더라도 필자는 놀라지 않는다.

     

    일본 열도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매그니튜드 6 이상 지진의 20%가 주변에서 발생하는 세계 유수의 지진 다발 지대이다. 세계 표준을 뛰어넘는 레벨의 안전 기준을 채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필자는 생각하는데, 원전을 세운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도쿄전력의 옛 경영진 3명이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도쿄 고등법원은 “거대 쓰나미의 엄습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고를 회피하기 위해 원전의 운전을 정지할 정도의 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1심에 이어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면 아무리 심각한 사고를 일으켜도 그것을 책망할 수 없다 함은 법리로써는 통할지 모르겠지만, 상식에는 통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사고가 일어날 시 광범위한 토지가 반영구적으로 거주 불가능하게 될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 기술을 다룰 때에,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으므로 나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변명을 가볍게 말하는 인간은 애초에 그렇게 위험한 시스템의 관리자가 되어서는 안됐다. 그러한 위험한 기술을 다루는 기술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지적 자질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최악의 사태’에 대한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안정성을 고려하면, 그만큼 비용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그것은 기껏해야 돈 문제이다. 위험성 낮게 어림잡는 바람에 잃는 것과, 위험성 높게 어림잡은 바람에 잃어버리는 것을 비교하면 자릿수가 다르다. 거의 천문학적으로 다르다.

     

    필자는 이렇게 치명적인 계산 실수를 범한 인간을 ‘리얼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러한 치명적인 계산 실수를 한 인간은, 가령 법적인 처벌을 피할 수는 있어도, 이후 사회인으로서는 ‘전혀 쓸모 없음’ 이라는 낙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그만큼 사악한 인간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범죄적이리만치 무능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심각 단계 사고가 되었던 주요 원인으로는, 쓰나미에 대처하는 시설 방호가 취약했던 점, 전력 공급원을 고지대에 확보해두지 않았던 점, 모든 전력 공급원이 소실된 경우에서의 냉각수 주입 수단이 확보되지 않았던 점 등이 지적되었다. 방호벽, 전원의 분산, 냉각수 주입 시스템의 정비 모두 나름대로의 비용을 들인다면 정비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며, 사고 이전에도 그러한 안전 설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많이 있었다.

     

    2006년에는 과거의 해외 원자력 발전소에서의 전원 상실 사례를 들며, 그 리스크를 엄중하게 보아야 한다고 호소한 질문서가 내각에 제출되었지만, 당시 아베 신조 수상은 우리 일본에는 그러한 사례의 ‘전례가 없었음’을 근거로, 총체적 전원 상실의 리스크가 없다는 무뚝뚝한 답변으로 응했다. 허나, ‘이제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것은 추론으로서 틀리다.

     

    이 당시 답변 가운데에는 ‘원자로의 냉각이 불가능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의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정형구를 5번 반복했다. 실제로는 ‘원자로의 냉각이 불가능한 사태’가 생겨났다. 그러나, 그 점을 지적해도 정부는 ‘만전을 기함’이란 ‘만전인 상태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관적 희망에 불과하지, ‘만전인 상태’라는 객관적인 보증을 하는 것은 아니라며 발뺌할 속셈일 것이다.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는 반쯤은 ‘인재(人災)’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천재지변은 자연현상이므로, 인간은 제어할 수 없다. 하지만, 자연현상의 리스크를 예측하고, 그것이 가져다 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어날 법한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일에 일본인은 굉장히 서툴다. 그보다는 ‘계획이 모두 성공해 거대한 이익이 굴러들어온다’는 식의 김칫국 마시기로 들뜨며 흥분한다. 올림픽, 엑스포, 카지노, 자기부상 신칸센 등이 다 그렇다. 그것이 실패했을 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무엇 하나 생각하지 않는다.

     

    확실히, ‘최악의 사태’라는 것은, 그것을 사전에 상정한다면 모두 막을 수 있다거나, 상정해두지 않으면 도래한다는 식의 간단한 개념이 아니다. 최악의 사태를 사전에 상정해도, 최악의 사태가 도래하는 일이 있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 두면, 피해는 딱 그만큼만 억제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가 3.11로부터 배울 점이 있으니, 그 가르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인은 그것조차 배우지 않는다.

     

     

    (2023-03-09 14:5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