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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무라 겐키 <문과 출신입니다만>인용 2020. 1. 12. 18:53
"최근에는 사람이 서로를 원하는 감정을 모두 '연애'라는 단어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늘날은 가치관이 매우 복잡해져서 '상대방이 사는 우주'와 '내가 사는 우주'의 간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연애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감정이 아니며, 그 존재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가와무라 겐키
"온 힘을 다 해도 꼭 가장 나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통계학" - 니시우치 히로무(西内 啓)
"우주 개발은 인류 영속을 위한 기술의 바탕을 이루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국가 수준으로 봐도 갑자기 커다란 기술적 비약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명확한 목표를 향해 매일 한 발짝씩 착실히 기술 수준을 높여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ー 그런 점진적인 발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커다란 차이로 나타나는군요.
"개인도 마찬가지지요. 업무에 익숙해졌다면 새로운 과제에 도전함으로써 일부러 자신의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p.267) 와카타 코이치(若田光一)
ー '결혼'이라는 말도 '연애'와 마찬가지로 이미 존재가 위태롭습니다. 그래도 결국 인간은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할 수밖에 없지요. 눈앞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부터 수식으로 내 마음을 전할게"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부분이 참 어렵습니다.
"수식으로도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가와무라 씨께서 말이 위태롭다고 하셨듯이, 물리학자도 뭔가를 이해해서 설명하려 할 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말문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IPMU(도쿄대 수리물리 연구소) 안에서 의사소통할 때도 자기가 알고 있는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기에 뭔가 다른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다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우는데 그것이 바로 수학입니다. 수학자는 표현을 만드는 전문가로 작가와 비슷한 위치입니다. 우리 물리학자는 작가가 만들어 낸 표현을 이용해서 가설, 다시 말해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p.285) 무라야마 히토시(村山斉)
[주인장의 이런저런 생각]
★★☆☆☆
일본어 원제는 '이과로부터 배운다理系に學ぶ。'라고 하는 좀 더 겸손한 어투인데, 이런 제목 결정, 뭐 이해는 한다.
(어차피 이 글 읽으러 오시는 분들은 거개가 문과일 것. 저도 본바탕은 문과입니다만. 반갑습니다.)
가와무라 겐키 씨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소설 및 영화 <세상에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등의 원저자이기도 하고,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거대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너의 이름은.>(2016), 그 외에도 웰메이드 작품 <늑대아이>(2013)등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그러니까, '문과인데 뭐가 어때서요', '문과에게 희망은 있는가?' 등의 도전적이고 발랄한(?) 문제의식을 품고 있는 책은 아님. 가와무라 씨 특유의 감수성과 진지함이 짙게 묻어나온다. 보시다시피 이 책은 인터뷰집이다.
'이과가 대단해!' 혹은 그 역도 아닌 그 무언가가 이 책에는 있다. 거의 인생론이라고 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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